[교육위,아동청소년인권위][공동 성명] ‘교육의 사법화’를 가속시키는 교권침해학생의 학생부 기록조치 등을 담은 생활지도법안을 반대한다.

2022-08-26 73

[공동 성명]

‘교육의 사법화’를 가속시키는 교권침해학생의 학생부 기록조치 등을 담은 생활지도법안을 반대한다.

 

1. 교권침해 학생과 피해교원 분리 및 가해학생 처분 학생부 기록 등을 담은 교사의 생활지도권 강화 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소속 이태규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은 8월 1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및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법법 (이하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안번호 2116897, 2116899 / 의견제출기간 9월 1일까지)

 

2. 우선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는 △학생의 교원 또는 다른 학생 인권침해 금지 △교원에게 학생 인권 보호와 교육활동을 위해 법령에 따른 생활지도권 부여가 담겼다. 다음으로 교원지위법 개정안에는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 처분의 학생부 기록 △교권침해 학생과 피해교원 분리 조치 △국가 및 지자체의 학생 생활지도방안 마련‧시행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3. 이번 생활지도권강화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권침해학생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처분의 학생부 기록이다(교원지위법 개정안 제15조 제9항 신설). 학교폭력 기록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한 이후 학교가 온갖 소송으로 몸살을 앓았고, 학생들의 사소한 갈등에도 교사가 설 자리가 없어져서 (이른바 ‘교육의 사법화’ 현상)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2019년 8월 국회에서 개정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학교폭력예방법)’ 개정과 이에 따른 법률시행령과 시행규칙개정에 따라서 학교장 자체 해결제가 도입되고 서면 사과 등의 처분을 받은 경미한 수준의 학교폭력은 1회에 한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을 유보하도록 하는 등 교육의 사법화가 완화되었던 경험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4. 교권침해사실이 학생부에 기록되게 되는 순간,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교사는 더 이상 교사가 아니게 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기 위해 학교폭력 기력의 학생부 기록의 경우처럼 행정심판 및 각종 소송도 불사할 것이다.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교사와 학생은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관계처럼 이미 분쟁당사자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교권침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그 분쟁을 더욱 키울 것이다.

 

5. 과거 학교와 지금의 학교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은 크게 바뀐 것이 사실이고, 바뀐 환경에 맞추어 교권침해대응 및 생활지도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이 교육답게 이루어지도록 조정하여야 할 일이지 교육의 사법화를 가속시킬 위험성이 큰 학생부 기재 등의 방안으로 풀 일은 아니다.

 

6. 아울러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학생의 교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침해금지규정 (개정안 제18조의 4 제2항 신설)도 부적절하다. 인권의 보장은 누군가의 권리 침해를 전제하지 않으며, 가장 취약한 이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선순환을 도모하는 개념이다. 국가의 인권 보장은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할 의무, 권력관계에서 침해될 수 있는 사인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 나아가 모든 주체의 인권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말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가 명시한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학생의 인권보장도 학생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인권이 충분히 존중되고 실현되는 교육현장 조성을 위한 교육공동체 모두의 의무 이행을 내포한다. 학생만이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왜곡된 인식은 법률의 존재의의를 몰각시키며, 입법 실익도 없다. 개정안 제18조의4 제2항은 헌법과 아동권리협약의 의미를 왜곡.축소시키는 불필요한 조항임을 지적한다.

 

7. 또한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한 생활지도권 부여(개정안 제20조의 2 신설)는 생활지도권의 구체적인 내용이 먼저 제시된 다음에야 비로소 논의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가령 최근 강득구 국회의원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제시된 ‘영국의 교육 및 장학에 관한 법률’을 모델로 한 교사들의 일대일 훈계, 물리력 사용, 정학 및 퇴학에 관한 사항 등 교사들의 구체적인 지도권한을 열거하는 안은 2021년 1월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자녀에 대한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것과의 형평성, 열거조항 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점 등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8. 이태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법안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1년도 교육활동 침해행위 발생건수 중 대부분이 학생에 의한 침해행위임을 제안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총이 발표한 2021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활동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에 의한 교직원의 인권침해보다 교직원간 그리고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주체, 원인과 교육활동보호강화를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9. 교육의 사법화를 가속화시킬 것이 분명한 이번 교권침해학생의 학생부 기록조치 등을 담은 이번 생활지도법안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진정한 교육활동보호와 생활지도방안에 대하여 사회적 논의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2022년 8월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첨부파일

[공동성명] ‘교육의_사법화’를_가속시키는_교권침해학생의_학생부_기록조치_등을_담은_생활지도법안을_반대한다_.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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