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보도자료]
교정시설 코로나19 방역 지침 정보공개 행정심판 인용 재결에 대한 논평
법무부가 2020년 12월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전후의 방역 지침을 비공개한 것은 부당하다는 행정심판 재결이 나왔다. 2월 8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아래 중앙행심위)는 천주교인권위원회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를 인용했다. 우리는 알권리 보장을 위해 교정시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번 재결을 환영한다.
2020년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은 법무부의 부실한 방역 대책의 결과였다. 2021년 1월 20일까지 구치소 내 확진자는 총 1,203명(사망 2명)으로, 누적 발병률은 △직원 4.9%(27명/552명) △수용자 42.9%(1,176명/2,738명)였다. 질병관리청이 밝힌 역학조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당시 서울동부구치소는 수용자 신규 입소 시 최초 1주간은 1인 격리, 다음 1주간은 신규입소자 간 다인실 내 공동 격리 체계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격리 해제 전 검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격리 후 본 수용실 배치 과정에서 잠복기의 신규입소자를 통해 수용동 간과 층간의 감염 확산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파악되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021년 4월 법무부에 방역 지침의 목록과 사본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법무부는 지침 18건의 목록은 공개하면서도 그 내용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형의 집행 및 교정에 관한 사항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했다. 이에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021년 7월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 사건 비공개 정보는 아래와 같다.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계획 (주의단계) (2020. 1. 21. 의료과-809)
(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계획 (경계단계) (2020. 1. 28. 의료과-990)
(3)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 격상 발령에 따른 대응지침 (심각단계) (2020. 2. 24. 의료과-2177)
(4) 코로나19 관련 교정민원콜센터 감염관리지침 (2020. 3. 16. 의료과-3639)
(5) 코로나19 유입차단을 위한 외부의료시설 진료지침 (2020. 4. 8. 의료과-4997)
(6)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절 시행에 따른 코로나19 교정시설 방역 세부지침 (2020. 4. 20. 의료과-5604)
(7) 생활속 거리두기 전환에 따른 코로나19 교정시설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 (2020. 5. 6. 의료과-6345)
(8) 코로나19 교정시설 내 확진자 발생 시 대응 방안 및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처우 조정표 (2020. 8. 28. 의료과-12909)
(9) 코로나19 거리두기 개편에 따른 수용자 처우 조정표 개편 (2020. 11. 6. 의료과-16531)
(10)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방역관리 강화방안 (2020. 11. 30. 의료과-18261)
(11) 교정기관 코로나19 격리치료시설 운영 지침 (2020. 11. 30. 의료과-18261)
(12) 코로나19 관련 교정시설 내 직원 방역 강화 방안 (2020. 12. 17. 교정기획과-22816)
(13) 전국 교정기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등 방역관리 강화방안 (2020. 12. 30. 의료과-19424)
(14) 교정시설 코로나19 확진 수용자 격리해제 기준 (2021. 1. 4. 의료과-159)
(15)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교정시설용 대응 지침 (2021. 1. 9. 의료과-1043)
(16)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교정시설 대응 매뉴얼 (2021. 1. 16. 의료과-1896)
(17) 교정시설 감염병 예방 및 확산방지 대책 (2021. 1. 19. 의료과-2246)
(18)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수용자 처우조정표 개선 (2021. 2. 15. 의료과-4710)
이번 재결에서 중앙행심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일선 구치소의 코로나19 확진 수용자에 대한 조치 미흡 등을 이유로 피청구인에게 수차례 제도개선이나 일선 구치소에 대한 기관경고를 권고한 점 △2020년 말경 일선 구치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였고, 법무부도 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현황과 조치사항에 대하여 언론브리핑을 실시한 점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공개한 이 사건 정보의 공문 제목에는 ‘교정시설 감염병 예방 및 확산방지 대책’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피청구인은 위 공문 제목과 동일한 ‘교정시설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대책’ 마련에 대하여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교정시설 코로나19 방역 관련 대국민 홍보를 수차례 한 바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코로나19 방역 관련 조치 등에 대한 일반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중앙행심위는 “이 사건 정보의 내용에 따라 구체적으로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4호의 비공개 사유를 명시하여 밝힌 후 다시 비공개 결정을 하거나, 이 사건 정보의 각각 어떤 부분이 공개 또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 구분하여 부분 공개를 하거나,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 다른 호의 비공개 사유를 들어 재처분을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한다고 밝혀, 이번 재결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다시 비공개 결정을 할 여지를 남겨 뒀다.
이 사건 비공개 정보는 수용자와 교도관의 건강 유지를 위해 교정시설의 코로나19 유입과 확산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된 정보로 추정된다. 따라서 수용자의 도주 또는 외부로부터의 침입 등을 방지함으로써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비공개 정보 중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 이전에 작성된 방역 지침의 경우, 교정시설 코로나19 유입·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수용자와 교도관의 권리 구제에 필수적인 정보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되었음에도 교정시설 내 방역 지침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국가의 과실을 입증하는 데 긴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방역 지침이 존재했음에도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을 보면 당시 법무부 지침에 큰 허점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한편, 비공개 정보 중 집단감염 사태 이후에 작성된 방역 지침의 경우, 방역 지침이 적정하게 개선되었는지, 이러한 지침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함으로써 집단감염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의 경우, 홈페이지에 ‘교도소 및 구금시설 관련 COVID-19 자료 목록’과 ‘교도소 및 구금 시설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019(COVID-19) 관리에 대한 임시 지침’ 등을 공개하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은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교정시설은 일반적으로 정원보다 현원이 많은 과밀수용 상태에 있고 이른바 3밀(밀폐·밀접·밀집) 환경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높다. 교정시설 방역 지침을 공개하면 △지침의 수립·변경 과정에서 역학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고 △지침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예측할 수 있으며 △방역 조치에 대한 수용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구하기 쉬워지는 등 법무부가 교정시설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직무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재발했다. 서울동부구치소의 누적 확진자가 400명을 넘었고 안양교도소와 인천구치소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다.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과 외국인보호소에서도 집단감염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법무부가 방역 지침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침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수렴했다면 집단감염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법무부가 부실한 방역 지침 수립에 대한 책임 추궁을 회피하려 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행정심판 인용 재결의 취지에 따라 방역 지침을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할 것이다.
2022년 2월 23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사단법인 두루,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