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세계인권선언을 기념하여 매 년 한국사회의 인권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한국인권보고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21. 12. 6.(월)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올 해로 21번째 인권보고대회가 진행되어, ‘올해의 디딤돌 걸림돌 판결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의 디딤돌 걸림돌 판결 발표
발표 : 안지희(민변 사무처장,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위원)
발표 : 박은정(인제대학교 법학과 교수,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위원)
–안지희: 안녕하세요? 올해 선정 결과를 맡은 안지희 변호사입니다. 제 옆에는 지금 함께 선정위원으로 참여해주신 박은정 교수님 나와 계시는데요.
–박은정: 안녕하십니까? 인제대 법학과 교수 올해의 판결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박은정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안지희: 교수님, 선정 위원으로 함께해 주시고 판결 위원으로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 두 번째로 참여를 했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해 주셨죠.
–박은정: 처음입니다.
–안지희: 그러면 우선 2021년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위원회의 소개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먼저 저와 옆에 계신 인제대 법학과 박은정 교수님께서 참여해 주셨고 장애여성공감의 유지나 활동가님,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임 활동가님, 박정은 사무총장님, 서울대 윤혜림 연구원님, 서강대 임지봉 교수님, 경향신문의 전 기자님, 소장이신 이상희 변호사님, 민변사무총장이신 조수진 변호사님, 민변회원이신 강문대 변호사님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위원회
위원장 이상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장)
선정위원
유진아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임용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
박은정 인제대학교 법학과 교수
박정은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현진 경향신문 기자
조수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안지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강문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
다음으로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 대상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발표를 12월 초에 하다 보니 부득이 심사 대상을 2020년 11월 1일부터 2021년 10월 31일까지 선고된 판결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박 교수님, 이번에 판례 선정 기준은 어떻게 하였나요?
–박은정: 여러 논의를 거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건들이 선정이 될 수 있도록 고려를 하였고 그런 다양한 사건들의 종류만 중요했던 건 아니고요, 물론. 신규성. 그러니까 기존 판례들의 견해와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가.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가 하는 확장성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성으로 인권 증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와 같은 점들을 주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고 선정을 하였습니다.
–안지희: 다음으로는 판결 후보 추천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2010년부터 민변 인권보고 대회에서 디딤돌 걸림돌 판결을 선정해서 발표를 하고 인권 현황을 점검하고 있는데요. 올해에도 15개 위원회와 공익인권변론센터 사법센터 등에서 각 분야별로 디딤돌 걸림돌 판결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1차로 추천해 주신 판결이 디딤돌 판결 후보로는 45건, 걸림돌 판결 후보로는 27건이 추천되었습니다. 1차로 추천된 판결을 바탕으로 2021년 11월 23일에 선정회의를 개최하여서 장시간의 심도 깊은 토론을 통해서 디딤돌 판결 10건과 걸림돌 판결 10건을 선정하였습니다.
박 교수님, 이번 선정위원으로 처음 참여하게 되셨는데 선정회의 분위기가 어땠나요?
–박은정: 이번에 선정위원으로 처음 참여를 했고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격론이 펼쳐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워낙 처음이다 보니까 처음에 들어갈 때는 선정하는 거 뭐 그냥 다수결 투표, 이런 것을 통해서 금방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한 판결, 판결마다 그 의미, 또 사회에 주는 메시지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말 깊이 있게 검토하고 또 그 안에서의 다양성, 여러 사람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서 하나의 판결에 대한 의미를 다르게 짚어가는 과정들, 이런 것들이 굉장히 의미가 있었고 이렇게 치열한 선정 과정을 통해서 선정이 되는 만큼 올해의 디딤돌 걸림돌 판결, 이것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지희: 아무래도 교수님들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께서 참여해 주셔서 분위기가 뜨거웠던 거 같고 오랫동안 회의를 진행해서 끝나고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 다음으로는 우선 자세하게 말씀드리기 전에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 결과 판결 목록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21년 올해의 디딤돌 걸림돌 판결은 이렇게 총 20개가 선정되었는데 오늘 오전에 경향신문에도 보도가 되었습니다. 박 교수님께서 설명해 주신 것처럼 신규성, 확장성, 민주주의와 인권성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서 골고루 선정될 수 있도록 해서 각각 10개의 판결을 선정하였습니다.
순번
(무순위) |
디딤돌 판결 |
걸림돌 판결 |
1 |
故변희수 하사 강제전역처분을 취소한
대전지방법원 판결 |
CMIT/MIT 사용 가습기살균제 업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
2 |
난민의 가족결합권 범위를 확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법농단’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각하한 헌법재판소 결정 |
3 |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
‘이루다’에 의한 인권침해와 차별진정을
각하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
4 |
새로운 용역업체의 합리적 이유 없는 고용승계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 |
세월호참사 해경 ‘지휘부’ 책임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
5 |
노인성 질병 장애인의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배제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본 헌법재판소 결정 |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각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
6 |
양육 상태의 변경을 가져오는 양육자 지정 및 외국인 배우자의 양육적합성에 관한 대법원 판결 |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근로자측에 있다는 기존 법리를 유지한 대법원 판결 |
7 |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 |
‘장신대 무지개 사건‘ 부당징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전부 기각한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
8 |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레깅스 차림 촬영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여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 |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건설허가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한 서울고등법원 판결 |
9 |
검사의 보복기소를 공소권 남용으로 인정한 원심의 공소기각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 |
미비한 통역 등에도 불구하고 난민신청자에 대한
출국명령이 적법하고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 |
10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원배제행위가 표현의
자유 등을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본 헌법재판소 결정 |
제주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의 허가취소가
정당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광주고등법원 판결 |
그러면 올해 최고의 디딤돌 판결을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박 교수님께서 올해의 최고 디딤돌 판결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고의 디딤돌 판결] 故변희수 하사 강제전역처분을 취소한 대전지방법원 판결
–박은정: 저에게 올해 최고의 디딤돌 판결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올해의 최고 디딤돌 판결은 고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처분입니다. 강제 전역 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한 판결이고요. 당시 기억이 나는데 디딤돌 판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선정 위원들 간 굉장히 많은 토론, 검토가 있었는데 다만 이 사건 하나에 대해서만은 모든 위원이 만장일치로 올해 최고의 디딤돌 판결이라고 하는 데 아무런 이견 없이 동의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판결은 군인이 복무 중 성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전역 처분을 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하고요. 합리적 차별을 가장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짚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나아가 이 판결은 고 변희수 하사가 의학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여성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판결로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최악의 걸림돌 판결] CMIT/MIT 사용 가습기살균제 업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안지희: 그러면 다음으로 제가 올해의 최고 걸림돌 판결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올해 최고의 걸림돌 판결로는 정말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가습기 살균제 가해 업체인 애경에 대해서 선고된 무죄 판결이 걸림돌 판결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환경 사건의 특성인 장기 누적성, 광역성, 정보의 편중성, 이익과 손해의 일방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안인데요. 법원이 동물 실험 결과에 지나치게 증거 가치를 부여하고 또 과학적 해석 방법의 특성으로 인해서 전문가들의 증언이 단정적일 수 없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 인과관계 추정을 부인해서 수많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법적 구제를 포기하였습니다.
또한 현대 산업사회에서 유해 화학 물질에 대한 기업의 사전 배려, 사전 예방 원칙에 대한 주의 의무를 경감시켜주는 판결로 향후 유사한 사안에 대해서 면죄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에 대한 우려 또한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사회적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어서 올해의 디딤돌 판결 최고의 디딤돌 판결은 한 가지 설명을 드렸고요. 이제 9개가 남았는데요. 순위 없이 차례대로 박 교수님과 제가 번갈아 가면서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박 교수님께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디딤돌 판결] 난민의 가족결합권 범위를 확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박은정 :두 번째 판결, 난민의 가족결합권 범위를 확대한 법원 판결. 소위 김민혁 군 아버지 난민 인정 사건이라고 하는 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난민법 제37조 1항이 미성년자가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 그 부모나 보호자의 입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규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및 인도주의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미성년자의 가족 결합귄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디딤돌 판결]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안지희: 다음으로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 디딤돌 판결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위안부 피해자분들께서 모국인 대한민국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인정 받으신 최초의 판결로 이 판결로 인해서 반인륜적이고 중대한 인권 침해의 피해자들께서 온전한 시민권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디딤돌 판결] 새로운 용역업체의 합리적 이유 없는 고용승계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
다음으로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새로운 용역업체의 합리적 이유 없는 고용 승계 거부를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판단한 판결이 선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용역업체 변경에 의해서 고용승계 기대권이라고 하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로 의미가 있습니다.
[디딤돌 판결] 노인성 질병 장애인의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배제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본 헌법재판소 결정
–안지희: 다음으로는 장애인의 활동지원급여, 신청 자격제한 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디딤돌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사회적 기본권에 대해서 입법부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의 경우에는 종전에 사회적 기본권 판단에 변화를 줘서 장애인 활동지원급여의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디딤돌 판결] 양육 상태의 변경을 가져오는 양육자 지정 및 외국인 배우자의 양육적합성에 관한 대법원 판결
–박은정: 다음으로는 양육 상태 변경을 가져오는 양육자 지정 및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소통 능력과 양육 적합성에 관한 판결이 디딤돌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양육자 지정에 있어서 한국어 소통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일방의 출신 국가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에서 한국어 소통 능력을 기준으로 외국인 배우자의 양육 적합성을 불리하게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판단으로 다문화 가정의 미성년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딤돌 판결]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
–안지희: 다음으로는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단체 조직죄 유죄 판결이 디딤돌 판결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정보통신망상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져 온 디지털 성착취에 대해서 범죄 집단 활동으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강화된 양형 기준에 따라서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온라인 성착취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디딤돌 판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레깅스 차림 촬영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여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
–박은정: 다음으로는 소위 레깅스 판결이라는 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성폭력처벌법, 보호법익과 관련되어 있는데요. 여기에서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가 성폭력 처벌법 보호법익에 포함되고 이때의 성적 수치심이라는 건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뿐만 아니라 분노, 모욕감, 다양한 피해 감정을 포함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레깅스 차림 촬영이 유죄임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합리적 피해자 관점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킨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디딤돌 판결] 검사의 보복기소를 공소권 남용으로 인정한 원심의 공소기각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
–안지희: 다음으로는 검사의 보복 기소를 공소권 남용으로 보고 공소 기각 판결을 하였는데 그 판결을 확정시킨 대법원 판결이 디딤돌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보복 기소를 공소권 남용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형사사법 역사에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디딤돌 판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원배제행위가 표현의 자유 등을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본 헌법재판소 결정
–박은정: 마지막으로 디딤돌 판결은 문학의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입니다. 이 결정은 정부가 문화예술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와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하는 행위가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에 위반된다는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을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안지희: 다음으로는 올해의 걸림돌 판결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아까 최악의 걸림돌 판결 한 가지를 말씀드렸고 나머지 아홉 가지 판결에 대해서 차례대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걸림돌 판결] ‘사법농단’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각하한 헌법재판소 결정
우선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소추 각하 결정이 걸림돌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이 결정 같은 경우에는 형식 논리에 매몰되어서 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소추 심판을 할 수 있는 중대한 헌법적 사안에 대해서 판단을 회피함으로써 헌법질서 수호의 책임을 방기하였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걸림돌 판결] ‘이루다’에 의한 인권침해와 차별진정을 각하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박은정: 다음 걸림돌 판결은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에 의한 인권침해와 차별 진정에 대한 국가인권회의 각하 결정이 걸림돌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판결은 아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좀 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줄 것이 기대가 되었는데 그러하지 못해서 실망을 줬던 사건이고요. 이건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인격체가 아니며 챗봇을 관리하는 회사에서도 당사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각하를 했는데요. 인공지능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그리고 차별의 어떤 주제, 차별이라는 주제를 외면하였다는 점에서 인권위원회 결정이긴 하지만 걸림돌로 선정을 했습니다.
[걸림돌 판결] 세월호참사 해경 ‘지휘부’ 책임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안지희: 다음으로는 세월호 참사 해경 지휘부 책임자들에 대해서 선고된 무죄 판결이 걸림돌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세월호 참사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구조 지시를 내리는 해경 지시부의 책임을 너무나 협소하게 인정해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줬고 또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걸림돌 판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각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박은정: 다음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한 판결이 걸림돌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이미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법리에 반해 이루어진 판결로써 과거사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였기 때문에 걸림돌로 선정하였습니다.
[걸림돌 판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근로자측에 있다는 기존 법리를 유지한 대법원 판결
–안지희: 다음으로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 인과 관계의 증명 책임을 업무상 재해로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부담한다는 기존 법리를 유지한 대법원 판결이 걸림돌로 선정이 되었는데요. 원래 차례대로 하면 제가 그 선정 이유를 말씀드려야 하는데 옆에 노동법 전문가이신 박 교수님께서 계시기 때문에 박 교수님께 이 판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은정: 감사합니다. 저도 굉장히 걸림돌 판결을 선정할 때 사실 가장 먼저 제가 선택했던 판결 중 하나였고 아주 큰 아쉬움이 남는 판결입니다. 2007년산재보험법 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는 업무상 재해에서 상당 인과관계에서 증명 체계를 제한해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회사 측에서 있다는 사실을 해석할 수 있는데 이 판결은 입법자 의사에 따라서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4명 대법관 반대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판례 법리를 고수하여 상당인과관계 체계를 여전히 하고 있다고 해서 걸림돌로 선정했고 의학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업무상 질병에서의 의학적 인과관계의 업무상 규명이라고 하는 문제가 개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걸림돌 판결] ‘장신대 무지개 사건‘ 부당징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전부 기각한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안지희: 다음으로는 장신대 부당징계에 대한 손해배상 체계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걸림돌로 선정됐습니다. 이 사안에서 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했다는 이유로 명백하게 무효라고 징계처분을 하였고 법원의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도 외면했습니다. 징계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도 일삼았는데 이 판결에서 이러한 성소수자 차별적 혐오적 행위가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걸림돌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걸림돌 판결]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건설허가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한 서울고등법원 판결
–박은정: 다음으로 절차 및 안전에 대한 평가상 하자로 인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취소를 했지만 이를 기각한 판결이 걸림돌로 선정됐습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중대 사고로 인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및 수렴 결과가 기재되지 않아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고 지질 안전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닌 원고들에게 전가시킨 판결로써 원자력 발전소 사업 지지의 안전성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선정됐습니다.
[걸림돌 판결] 미비한 통역 등에도 불구하고 난민신청자에 대한 출국명령이 적법하고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
–안지희: 다음으로는 미비한 통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민 신청자에 대해서 한 출국 명령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판결이 걸림돌 판결로 선정됐습니다.
이 판결은 원고의 한국어 실력을 너무 형식적으로 판단해서 실질적으로 행정절차법이나 국제인권법의 절차적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했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선정됐습니다.
[걸림돌 판결] 제주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의 허가취소가 정당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광주고등법원 판결
–박은정: 다음으로 제주 영리병원 허가 취소 처분이 정당했다고 본 원심 판결을 번복한 항소심 판결이 마지막 걸림돌 판결로 선정됐습니다.
이 판결은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내국인으로 대상으로 한 영리 병원이 의료 공공성을 헤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국인을 배제하고 허가 조건을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해서 정당한 허가 취소를 적법하고 공공 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영리병원의 추진을 사실상 허가한 판결로써 부당하다는 점에서 걸림돌로 선정됐습니다.
–안지희: 이렇게 격론을 거쳐서 디딤돌 판결 10개와 걸림돌 판결 10개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최고의 디딤돌 판결, 최고의 걸림돌 판결을 선정했는데요. 안타깝게도 10대 판결에 선정되지 않은 판결들이 있었는데 그 10대 판결 중에 조금 아쉬운 판결들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디딤돌 판결 후보로는 삼성 어용노조 설립 무효 판결이 있었고 또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복조치 이른바 르노삼성 책임자 유죄 판결이 디딤돌 판결 후보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또 걸림돌 판결 후보도 있었는데 박 교수님께서 소개해주시겠어요?
–박은정: 걸림돌 판결 중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한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있었고 세월호 특조위 조사방해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등법원 판결, 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 혀 절단 정당방위 성폭력 피해자 재심청구 기각 결정 등이 있었습니다.
–안지희: 지금까지 2021년 디딤돌 판결 10가지, 걸림돌 판결 10가지 선정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박 교수님 이번에 처음으로 선정위원으로 참여해주셨고 이렇게 발표까지 맡아주셨는데요. 이번 선정 절차에 참여한 소회를 한번 말씀해주세요.
–박은정: 늘 지금까지는 디딤돌 걸림돌 판결 소식이 나오면 그 결과의 수신자로서만 존재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이 판결의 선정 과정에 참여해서 처음으로 발신자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습니다.
특히 변희수 하사 사건 판결을 만장일치로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 발표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아주 큰 의미를 갖습니다. 다만 앞에 고라는 단어를 붙여서 이 판결을 올해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미 고인이 된 변희수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처분 취소를 판결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 정체성의 혼란 또는 성 불일치에 성 전환을 이야기함으로써 이 사건의 동일한 처분으로 위법한 사건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의 위법성은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 통제, 국민의 권리 구제 확대 등의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번 디딤돌 만장일치로 됐던 변희수 판결은 변희수 하사에게도 큰 의미가 있지만 사법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되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도 이런 판결을 좀 더 자주 만나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안지희: 교수님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아까 처음에 회장님께서 축사를 해주셨을 때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번 저희 디딤돌 판결 선정할 때도 결국에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맞닿아서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취소 판결이 선정됐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신 박은정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또 오늘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참여해주신 모든 선정위원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이만 발표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