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인터뷰]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이끌어 낸 주민등록번호 위헌소송 대리인단 6인방을 만나다.

2016-01-18 48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마침내 40년 동안 지속된 제도에 균열을 낸 사고 아닌 사고를 친 분들이 있습니다. 한 분의 말처럼 되지도 않는 소송을 기꺼이 맡아 획기적인 결정을 이끌어 낸 주민등록번호 위헌 소송 대리인단을 만나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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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 오늘은, 편의상 주민등록번호소송이라고 할게요. 주민등록번호소송 대리인단을 모셨는데요. 좌세준변호사님부터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릴게요.

 

좌세준 저는 민변에 가입한지 올해로 13년차 되는 회원이고요, 주로 회원들하고 만나는 자리는 민변 공부모임 7-8년 동안 열심히 같이 하고 있고, 민주변론 편집위, 정치관계법개혁 tf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우리 후배변호사님들 그리고 김기중변호사님 모시고 함께 하게 돼서 대단히 의미 있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신윤경 저는 42기고, 민변에 가입한지 3년차 됐고, 지금 여성인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신윤경변호사입니다. 이혜정변호사님 소개로 대리인단에 참여하게 됐는데 저는 거의 막판에 왔기 때문에 한 일이 별로 없습니다.

 

좌세준 신윤경변호사는 헌재 공개변론의 경험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죠.

 

신훈민 저는 로스쿨 2기고 민변 가입한 지 3년 정도 됐고,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주민번호를 다뤄서 소송을 준비했었고 이혜정변호사님 덕분에 민변 변호사님들하고 같이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혜정 저는 41기고 민변 가입은 연수원시보하면서 가입을 해서 한 6년차 됐고, 상근변호사로 있다가 지금은 법무법인 동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지미 지난 연말에 역사적인 헌재 결정이 나왔고, 그 결정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이신데, 이 주민등록번호와 관련된 이번 소송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어떠한 소송이었고, 대리인단이 어떻게 해서 구성이 된 건지 그에 관한 소개를 누가 좀 해주실까요.

 

좌세준 먼저 이 사건의 사건번호가 2개인데요, 2013년에 여러 포털사이트나 옥션, 네이트 이런 쪽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분들이 상당히 많으셨는데, 그 분 중에 3명이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달라는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우리 주민등록법상에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 3인의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각하결정을 했고, 그에 대해서 항소를 해서 사건이 고등법원에 계류 중일 때 문제가 된 주민등록법 제7조를 포함한 시행령 규정들에 대해서 위헌 판결을 구하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는데 기각이 되어서 이후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이었고요. 2014년에 제기된 또 하나의 사건, 병합해서 결정난 사건은 유사한 사례인데, 카드사에서 개인정보 유출된 청구인들이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을 했고, 역시 같은 사유로 각하결정을 한 것에 대해서 곧바로 주민등록법 제7조를 포함한 여러 시행령 규정들에 대해서 이 규정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인데, 공개변론은 앞 사건에 대해서 이루어졌어요. 2013년 사건은 김기중 변호사님이 대리하셨던 사건인데 작년 11월에 있었던 공개변론을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같이 준비를 해서 공개변론이 이루어졌고, 한 달 후에 결정이 날 때는 2014년 사건까지 병합해서 같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던 사건입니다.

 

신훈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2013년에 이 소송을 김기중변호사님과 같이 했었고요, 2014년도에도 진보넷에서 주민번호 유출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해서 대응방법 중에 하나로 소송을 택했거든요.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있다가 이혜정변호사님이 상근변호사를 하고 있을 때 연락을 주셔서 민변과 같이 하자 그래서 대리인단이 꾸려지게 된 거죠.

 

김지미 그럼 2013년 사건이 헌바 사건이고 2014년 사건이 헌마 사건이 되는 거죠? 헌바 사건에서는 김기중변호사님이 대리인으로 처음 시작을 하셨던 거고, 2014년에 헌마 사건은 진보네트워크에서 신훈민변호사님이 진행을 하고 있던 중에 민변 변호사들로 구성된 대리인단이 꾸려지게 된 거구요. 이혜정변호사님은 제안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혜정 당시 장주영회장님이 ‘이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쭉 스크린을 했었어요.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우려가 됐던 것은 이미 각하 판결이 있어서 쉽지는 않겠고 대규모 변호인단을 모집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신훈민변호사하고는 DNA법 같이 하면서 교감이 있었고, 그렇게 해서 사무차장님으로 계시던 좌변님한테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리고, 김진형변호사님하고 41기들 몇 명, 신윤경변호사님 이렇게 해서 단촐하게 꾸려서 서로 공부를 했죠.

 

좌세준 2014년 1월에 문제의 카드 3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의 파급력이 커서 그 이후에 7-8명의 청구인들이 똑같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여전히 각하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거의 동시에 이 조항 자체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청구 해보자’라고 해서 나란히 진행된 사건이 바로 그 사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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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 주민등록번호가 75년에 생겨나서 40년이 됐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국민들이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기 전까지는 태어난 순간부터 개인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살아왔었던 것 같아요. 이 주민등록번호가 처음에 어떻게 생기게 됐고 이 번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뭔가에 대해서 한분이 말씀을 해 주세요.

 

이혜정 역사적으로는 일제 강제동원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시작이 됐고, 박정희 정권이 들어오면서 김신조 사건으로 간첩 색출을 위한 목적으로 전 국민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를 하는데, 그때는 12자리이고, 법적인 근거도 없이 시행령에 있다가 법적인 근거가 생긴 것은 2000년대 초인가 사실 얼마 안됐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도 법시행령으로 사람에게 번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았었어요. 공개변론에서도 얘기했지만, 인간에게 번호를 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람을 사물과 같이 취급하고, 정부를 위해서 희생하는 도구가 되고 나중에는 국가차원의 감시체제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우려들이 다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정권 때 당연히 통과가 됐어요. 그런데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유출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게 된 거죠. 공익소송이라는 게 과외로 하는 일이라 지치기도 하는데 더 동력을 받았던 부분은 요구하는 시민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도 잇었거든요. 정부가 소송비용을 청구하니까, 그래서 패소에 대비해서 200만원을 마련해야겠다 해서 진보넷이랑 같이 펀딩을 했는데 200만원이 금방 모아졌어요. 사람들이 꼭 해달라고, 너무 고맙다고 코멘트를 해주셨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조금 더 힘이 났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모든 연결자 기능을 하니까 문제가 많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을 하기 시작한 거죠.

 

김지미 현재와 같은 형태의 주민등록번호는 아니지만 개인식별을 할 수 있는 일정 정도의 체계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주민등록번호를 폐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반론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 헌법불합치가 된 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부분인데 한 발 더 나아가서 주민등록번호를 아예 폐지해야 된다라는 입장이신건지, 아니면 이번에 불합치 결정이 난 것과 같이 유출된 당사자에 한해서 변경정도만 허용해도 된다라는 입장인건지, 국민 개개인에게 개인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는 것 같거든요.

 

신훈민 진보넷에서 2014년도 1월에 개인정보 유출된 다음에 싸움의 방향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논의를 격렬하게 했었거든요. 기존 투쟁의 방향은 주민등록번호 폐지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장여경 활동가 선배랑 저랑 앉아서 폐지로 가지 말고 변경으로 일단 방점을 찍자. 종국적으로 주민등록번호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식별번호체계를 완전히 부인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행정, 복지 서비스를 위해서 필요하기는 하니까요. 그런데 현행 주민번호 체계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선명하게 주장하기 위해서 폐지를 외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변경에 방점을 맞춘 것, 이게 깨지지 않은 번호로 사람들에게 인식이 되고, 마치 신성한 번호인양 유지가 되어 왔기 때문에 일단 균열을 내자, 균열을 내고 이 번호가 불안정해지면 이 번호를 통해서 정부도 모든 것을 엮지 못 할 거다. 주민번호 유출돼서 변경이 되면 다른 시스템에도 전부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정부에서도 결국 목적별 번호제라고 해서 영역별로 식별번호를 도입하는 것을 인정하게 될 거다. 그런 전제하에서 일단 첫 단계로 발을 디딘 거예요. 결국 목표하는 것은 현행 주민번호의 폐기는 맞죠. 폐기라고 하는 게 현행 주민번호제도를 축소시켜서 행정이나 사법영역에서만 사용을 하고 나머지 과세부과나 의료보험이나 그런 쪽은 조금 다른 번호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 사실상 폐기가 되는 거고요.

 

김지미 그렇다면 이제 전 국민의 주민번호는 다 털렸다고 봐도 될 정도잖아요. 그만큼 주민번호가 유출이 되는 게 쉽게 이루어지는 일인데, 만약에 제가 유출된 당사자여서 이번에 주민등록번호를 바꿨어요. 그런데 바꾼 주민번호도 또 유출될 수 있단 말이죠. 그러면 그 다음에는 또 바꿔줘야 하나. 그러면 이게 유출 될 때마다 바꿔달란 소린가? 이런 얘기도 있을 것 같거든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신훈민 이 질문은 다른 인터뷰하거나 헌재공개변론 중에도 나왔던 질문이예요.

 

이혜정 간단히 말씀드리면 현행 주민등록번호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식별에도 있지만, 이게 모든 연결자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이 연결자 기능을 줄여야 된다. 그래서 지금 변경신청 허용을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연결자 기능이 약해지면 개인정보 유출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효과는 있다는 거죠.

 

김지미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도 별로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유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이혜정 지금은 이걸 통해서 회사, 나이 아니면 직업까지 다 알 수 있고 이메일까지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있는 건데, 이걸 좀 낮추면 앞으로 그렇게 될 이유도 없고 그래서 종국적으로는 무작위 번호, 임의 번호로 가야지 그러면 사람들이 탐낼 정도의 정보가치는 없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었어요.

 

좌세준 사용되는 영역을 일단 줄여야 된다. 아무리 많은 보안 시스템이 있어도 전자적으로 관리되는 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주민등록번호가 기존과 같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범위를 가능한 줄이면, 각 영역별로 조세면 조세, 의료면 의료 이렇게. 예를 들어 의료보험에서도 다른 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굳이 주민등록번호랑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는 말자. 이런 것들이죠. 그래서 헌재 결정을 전후해서 정부에서 주민등록번호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범위를 줄였지만 그 조치만으로는 이미 누설된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예방책 내지는 추가피해를 막을 대책으로는 부족하다고 헌법재판소가 본거죠. 현재의 주민등록번호를 줄여나가는 것은 앞으로의 침해를 예방할 수 있겠지만, 이미 주민등록번호가 광범위하게 유출이 되었다면 변경을 허용하여야 할 강력한 필요성이 있지 않은가. 이게 아마 보수적인 결정을 하는 헌법재판관들이 7:2로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김지미 주민등록번호가 그 동안은 만능키였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계속 축소시켜 나가서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가치를 떨어뜨리는 그런 운동을 좀 더 해야 하고 이번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그 시작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신훈민 그리고 변경을 항상 해줘야 되냐고 많이 질문을 받는데요, 저는 변경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유출됐을 때 피해는 국민에게 다 돌아가는데 기업이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너무 편리한 거죠. 단일번호로 식별하니까 효용성은 당연히 뛰어나고 유출된다 하더라도 변경하는 것도 아니고, 피해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굳이 보안을 강화시켜야 될 이유가 없는 거죠. 하지만 변경이 전제 돼서 번호를 사용하게 된다면 정부나 기업 쪽에서는 이제 긴장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면 특히나 정부에서는 보안을 강화시키고 주민등록번호를 잘 관리하게 될 동기가 생기는 거고요. 만약에 다시 유출되었을 경우에 변경비용을 정부에 청구할 수 있다라면 정부로서는 굉장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거니깐 이제 실질적인 주민등록번호 활용만이 아니라 보호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출되면 변경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지미 기존의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이 1억 몇 천 건 이렇게 됐는데, 사실 우리 국민 누구나가 카드를 쓰는 사람은 다 유출됐다고 볼 수 있는데, 법 개정이 되면 그에 근거해서 나의 주민번호를 바꿔 달라 라고 누구나 청구가 가능하게끔 되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가요?

 

이혜정 법안을 이제 만들어야 하죠. 국회에 일단 개정안이 올라가 있어요. 이번 국회에서 안되더라도 2017년 안에는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죠.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개인정보가 유출돼서 생명·신체 재산상 중대한 침해를 받은 경우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금액의 다수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중대한’을 빼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김지미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것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서 실제적인 피해가 있다라는 것을 내가 입증을 해야 되겠네요.

 

신훈민 그럴 우려가 있거나요. 우려가 있다라는 부분은 하급심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에 관해서 주민등록번호 유출되면 신분도용 등으로 인해서 재산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고 인정하고 있어요.

 

좌세준 입법하기 나름인데 그 규정하는 방식을 변경 신청을 남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은 어떨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면, 범죄에 악용할 목적으로 자기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청한다거나 개인 신분 세탁이 목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경을 허용하는 조항의 입법형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게 앞으로 국회입법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할 방향인 것 같습니다.

 

신훈민 좌세준변호사님 말씀하신 내용이 지금 진선미 의원안 뒷부분에 담겨 있거든요. 심의기구에서 심의를 할 때는 말씀하신 것처럼 불법행위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경을 허용한다 라고 규정이 되어 있어서 그대로 통과되면 폭이 굉장히 넓어지겠죠. 정부는 막으려고 노력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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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 이 결정이 난 날 축하를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변호사 생활을 하더라도 이렇게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에 참여하는 기회가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고, 그리고 사실 결정 직전까지도 이게 정말 될까 하는 그런 생각이 있어서 기쁨이 더 컸을 것 같은데 결정이 났을 때의 소감을 한 번 쭉 말씀해주시겠어요?

 

신윤경 저는 뉴스보고 알았어요. 헌재가 통진당 때도 그렇지만 선고일을 직전에 알려줘서 다른 일정 때문에 현장에 가지 못했거든요.

 

신훈민 그 날 헌재 결정이 많이 있었는데 이 사건이 아마 7번째였을 거예요. 기각, 각하, 기각, 각하, 그러다 헌법불합치 가끔 나오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분위기 진짜 안좋다.. 저건 헌법불합치로 볼 수 없는 것을 헌법불합치로 했구나 그랬었는데. 쭉 읽으면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하길래 ‘어, 뭐야?’ 그러다가 끝까지 다 들은 다음에 이겼구나 싶더라고요. 나와서 이혜정변호사하고 이겼다면서 악수하고.(웃음)

 

좌세준 저도 다른 일 때문에 직접 선고를 들으러 가지는 못했는데 각하나 기각이 나지 않을까 했었어요. 텔레그램으로 헌법불합치 소식을 처음 보고 반신반의했어요. 끝까지 안 듣고 올리신 거 아닌가. 특히 공개변론을 어렵사리 했기 때문에 그 기쁨이 더 컸었던 것 같습니다.

 

김지미 대리인단 내부의 팀웍은 어땠나요?

 

신윤정 팀웍은 좋았어요. 다만 제가 마지막에 들어와서 한 역할이 거의 없었어요.

 

좌세준 신윤경경변호사님은 통진당 사건의 공개변론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물어봤어요. 대리인들이 어떻게 앉아야 하느냐 하는 사소한 것부터 헌법재판관들이 질문은 어떻게 하는 건지. 왜냐하면 저 같은 경우에도 공개변론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사소한 것 같지만 헌재 재판관들의 심문스타일이랄지 이런 부분들에서 신윤경변호사님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김지미 공개변론 노하우를 전수해주셨군요.

 

좌세준 이혜정변호사님도 공개변론 경험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사실 공개변론은 김기중변호사님이 하시던 2013년 사건에서 한 건데 처음엔 저희가 진행하던 2014년 사건인 줄 알고 준비를 한 거예요. 제가 진짜 감사드리는 것은 신훈민변호사님이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노하우들, 현장에서 문제되는 것, 아니면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는 국회 개정안 이런 부분들을 정리를 잘 해 주셨고, 또 하나의 결정타였던 PPT를 전날 하느냐 마느냐 하다가 어렵사리 만들어서, 부랴부랴 만든 PPT가 공개변론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다른 사건에서도 공개변론을 준비하시는 우리 후배변호사님들 있다면 그런 재능을 활용을 해서 PPT 내지는 시각적인 매체를 활용을 했으면 좋겠어요. 공개변론의 역할이 헌법재판관을 설득을 하고 기자들을 설득을 하는 일이다보니 이런 수단들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어요. PPT를 작성해준 이혜정변호사님, 그리고 신윤경변호사님, 김진형변호사님 은 백업자료나 여러 가지 예상질문들 그리고 여러 자료들을 같이 분석을 해줬기 때문에 팀워크는 제가 보기에는 완벽에 가까웠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습니다.

 

김지미 신윤경변호사님께 질문을 드리면 방금 통진당 얘기도 했지만 민변에서 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 변호인단 모집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계세요. 세월호집회대응단도 하고 계시고 우리가 민변에서 뭔가를 한다고 하면 신윤경변호사님이 계신 것 같아요. 42기니까 4년차가 됐는데, 민변에 이런 변호인단에 참여를 하면 이런 점이 좋다 라는 얘기를 후배들한테 해주신다면.

 

신윤경 아무래도 개업변호사고 전관도 아닌 제가 다양한 사건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은 점이죠. 그 다음에 저희 사무실에 다른 변호사님들은 여럿이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으세요. 그러니까 큰 사건이 들어와도 여럿이서 같이 일하는 방법을 모르세요. 같이 일하는 법을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게 또 하나의 장점이예요.

 

김지미 일반적인 변호사들의 모습은 자기 방에서 혼자 서면 쓰고 혼자 작업하는 것들이 많은데 민변이 아니면 이렇게 집단적으로 일을 하는 경험을 하기가 쉽지는 않죠.

 

신윤경 그런데 그게 또 양날의 칼이에요. 변호인단을 많이 하다보면 혼자 사건을 했을 때 사실 자신이 없을 때가 있어요.

 

김지미 그럼 변호인단에 참여를 원하는 우리 회원들을 위해서 변호인단을 꾸려서 활동 할 때는 이런 점을 유의하면 좋겠다 하는 게 있을까요?

 

신윤경 저는 변호인단은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맡은 일 날짜 지켜서 충실히 하는 게 가장 기본이 되어야한다고 봅니다.

 

좌세준 적절한 역할 분담이 돼야 되고, 오프라인 회의에서나 SNS에서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면 우리 민변의 선배변호사들이나 후배변호사들의 자원 정도라면 저는 과감히 얘기하건데 어떤 소송이든 최소한의 못했다 이런 평가는 받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 대리인단도 텔레그램이란 걸 통해서 계속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예상 질문 사항을 커버를 했던 것이 주효했어요.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질문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거의 없었다고 할 정도로 잘 준비가 됐었죠.

 

김지미 헌재 공개변론은 특히 경험해 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최근 있었던 공개변론이 주민등록번호소송,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통진당 해산 사건인데 모두 민변 회원들이 진행한 사건이거든요. 그런 노하우가 적절히 공유가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좌세준 그렇죠. 조직발전특위나 장기발전TF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던 것들인데, 이런 인터뷰 자리도 팁을 제공하는 형태가 될 수는 있지만 변론자료는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민변에 가입하는 회원들에게 제공하거나 기회가 된다면 공개변론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유형을 나눠서 정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회원들에게 적절한 정보도 제공하고 민변 회원이 됨으로 인해서 얻는 이득이라고 하면 이득인거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민변 내부에서도 자료의 축적이나 이런 부분들을 잘 해야겠다. 이번 사건 하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김지미 방금 떠오른 생각인데 다음 민주변론 변론기는 이 팀에서 하나 맡아주셔야겠네요. 제가 조만간 연락을 드리죠.

 

좌세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김기중변호사가 조금 늦게 도착하셔서 인터뷰에 합류하셨습니다.

 

김지미 김기중변호사님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를 좀 해주세요.

 

김기중 법무법인 양재 분사무소 소속으로 있고요. 연수원 23기니, 20년 넘게 변호사를 하고 있습니다.

 

김지미 앞에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이번에 주민등록소송이 2개였고, 처음에 제기됐던 2013년 헌바 사건이 김기중변호사님이 진행하시던 사건이고, 이 사건의 공개변론이 이루어졌던 거잖아요. 어떻게 주민등록번호 변경과 관련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셨고, 헌법소원까지 이르게 됐는지 그 과정을 간략히 얘기를 해주세요.

 

김기중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래 됐습니다. 진보넷에서 이번에 그 동안의 활동이력을 정리를 좀 한 것 같은데, 문제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번호변경을 주장해보자는 얘기가 오래되기는 했지만, 틈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네이트에서 대규모 정보유출이 되면서 그걸 계기로 번호변경에 관한 문제제기를 시작을 해서 번호제도 전체에 관한 이슈로 확장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 라는 제안이 있었죠. 그래서 번호변경을 그때 처음으로 연구를 했어요. 그랬더니 헌법적인 허점이 보이더라고요. 그때 당시는 그렇게 쉬운 생각은 아니었어요. 지금은 헌법불합치까지 났으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는데, 그때는 변경이 과연 허용될까? 위험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에 의구심도 좀 있었죠. 어쨌든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냥 실행을 하게 됐죠.

 

김지미 김기중변호사님이 정보인권 관련해서 예전부터 관심이 많으셨고 그쪽으로 활동을 해오셨다는 얘기를 언뜻 듣기는 했는데, 이번에 민변 사무실 이사를 하면서 책정리를 하다가 이 자료를 발견했어요. 96년 정보통신위원회가 민변에 있었더라고요. 당시 CUG라고 민변 회원들만의 인터넷 공간 같은 게 있었고 정보통신위원회에서 이걸 소개하는 자료인데요. 목차 중에 재미있는 게 많아요. ‘컴퓨터의 꽃-편지주고받기’ 이런 게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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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그런데 김기중변호사님이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으로 계셨더라구요. 사실 이때는 컴퓨터를 상용하던 시대는 아니었는데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어떤 동기가 있을까요? 사실 이때는 정보인권이라는 단어 자체도 굉장히 낯설었을 것 같은데요.

 

김기중 96년은 변호사들은 별로 이용을 안했을지 몰라도 PC통신이 나름 널리 이용되던 시기였습니다. 변호사들도 이제 이런 매체를 수단을 이용해야 할 시기다 라는 관점에서, 정보인권의 관점이라기보다는 기술적 수단의 측면에서 접근을 했었던 시기였죠. 물론 사회적으로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이미 정보검열논의가 있었고 그때 진보네트워크센터도 이미 태동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천리안, 하이텔 같은 피씨통신에서 전기통신사업법상 불온통신 금지규정을 근거로 해서 상당한 검열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정보검열 반대의 측면에서 사회활동이 있었고, 민변에서는 그런 쪽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했었죠.

김지미 처음엔 기술적인 수단으로 접근을 했지만 계속 관심을 가지고 관련 활동을 하시다보니 주민등록번호의 40년 아성을 무너뜨리는 쾌거를 이루신거군요. 이번에 주민등록번호도 있지만 정보인권 관련해서 작년에 국정원 해킹 사건도 있었고 다양하게 전방위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정보인권분야의 선두주자로서, 사실 이 질문은 굉장히 우매한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민변이 법률가 단체로서 요즘 문제되고 있는 정보인권현안과 관련해서 이런 역할이나 이런 활동들을 해줬으면 좋겠다.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김기중 질문이 너무 커졌어요.(웃음) 과거로 갔다가 갑자기 미래로. 매체에 대한 친숙함이 없이는 정보인권에 대해 얘기하긴 쉽지가 않아요. 변호사들이 정보매체에 덜 친숙한 면이 있고, 다수는 저어하는 측면도 있어서 쉽게 잘 다가오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차피 시대가 그런 시대이니 조금 더 매체에 친숙하게 되는 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그러다보면 본인이 그 일을 닥치게 되고 가장 많은 이슈가 검열이슈고 그리고 감시 이슈고 그것을 이해하고 나야 분노를 할 수 있는데,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냥 현실의 늪에 빠져서 자연스럽게 지내게 된단 말이에요. 그런 것을 항상 감수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지미 이해를 해야 분노할 수 있다라는 말이 와 닿네요. 김기중 변호사님은 헌법불합치가 났을 때 어떠셨어요?

 

김기중 모든 분들이 얘기하셨을 것 같은데요. 강고하던 주민번호제도의 일각이 무너지는 의미가 있고 그만큼 기뻤다. 뭐 이정도 인 것 같은데요.

 

이혜정 그날 불합치결정 나올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김기중 불합치는 될 거라고 봤죠. 다만 두 번째 사건에서 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소송요건의 측면이 좀 있었거든요.

 

좌세준 두 번째 사건에서 위헌이 날것이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첫 번째 사건은 헌바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의 전제성 요건이 충족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봤던 거예요. 이번에 한일청구권 부분에서도 문제가 됐지만 우리도 그 부분을 상당히 우려를 했는데 일단 그 부분은 통과가 된 거죠. 재판의 전제성이 있느냐의 부분에 대해서 재판관들이 여러 차례 이리 메치고 저리 메치고 우리를 괴롭혔고 저를 마지막까지 괴롭힌 문제도 재판의 전제성 부분인데, 결국은 현행 주민등록법 제7조가 있지만 그게 불완전하다면 그 불완전한 것이 위헌이다라는 것을 구하는 헌법소원이 허용이 된다라는 논리를 우리가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 아마 주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기중 소송법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판결이에요.

 

좌세준 입법부작위를 주장하는 경우에 그게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라는 리딩사례가 될 수 있는 거죠.

 

김지미 아까 잠깐 얘기가 나왔지만 주민등록번호와 관련해서 사법적인 해결도 있었지만, 행정적인·입법적인 해결도 분명히 있을 거고, 결국은 주민등록번호라는 시스템 자체에 대해 입법적으로 해결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지금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몇 개가 올라와 있잖아요. 지금 어떤 입법안들이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개정이 돼야 되는 게 궁극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인지와 관련해서 신훈민변호사님이 말씀을 좀 해주시죠.

 

신훈민 야당 중심으로 발의된 안들은 2개 안은 김기중변호사님과 같이 검토를 했었고요, 나머지 안도 시민단체에서 검토를 하고 올려 보냈거든요. 핵심은 변경 폭을 확대하고 더 이상 개인정보에 바탕을 둔 정보체계가 아니라 통장이나 카드번호처럼 난수로 된 번호를 부여하고 그리고 사용처를 명확하게 명시해두고요. 그래서 사용목적 이외의 분야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도록. 이 세 가지가 주요 핵심 쟁점이거든요. 대부분의 야당 의원안은 그 세 가지를 다 안고 있는데 정부에서 그것을 너무 싫어하고 있어서 거기에 대해서 계속 싸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지미 주민등록번호 체계가 13자리인데 앞에 6자리는 생년월일이고 뒤의 7자리에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거잖아요.

신훈민 생년월일도 개인정보로 봐야하고요, 성별·출생지 그 다음에 출생지 신고순서인데요, 신고순서는 큰 의미가 없고, 나이·성별·출생지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는데, 이 정보는 원래 수기로 부여하다 보면 번호가 중복 부여될 우려가 있으니까 도입했다고 봐야하는 건데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상황에서 중복 발생 우려가 없고 번호는 개인식별을 위한거지 개인정보를 담기 위해서 만든 게 아니니까 목적범위를 벗어나는 거라서 반드시 해결을 하고 가야합니다.

 

김지미 번호만을 보고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 같은 개인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문제이고 또 하나는 주민등록번호라는 단일의 번호체계를 가지고 범용적으로 쓰이는 것, 이걸 막아야한다는 게 두 번째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신훈민 네. 주민등록법으로만 막기는 힘들고요. 결국 다른 행정부처에서 별도의 식별번호 도입 움직임이 같이 발생해야 하니까요. 일단 주민등록법에서는 선언적으로 주민번호는 어디에만 사용한다, 그리고 관리는 어떻게 한다 이런 것을 규정을 해주면 목적별로 번호제를 도입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김지미 그런데 정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신윤경 신훈민 예산.

 

이혜정 사회적 혼란.

 

좌세준 숨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김지미 정부가 얘기하는 사회적 혼란이라는 것이 현실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신훈민 대부분의 야당개정안에서 동일하게 담고 있는 것이 신생아, 그리고 번호변경 희망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일단 임의번호를 부여 해주자는 거구요. 그리고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이 번호를 자주 변경하면 신분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범죄, 신분세탁, 그거는 말이 안 되는 게, 주민등록번호는 개인간의 식별번호로 쓰이지는 않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변호사님 주민등록번호를 안다고 한들 의미가 없는 게, 매칭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주민번호 DB와 비교를 해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계약서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를 하면서도 신분증을 복사해서 준다거나 등초본이나 인감증명서 같은 별도의 증명장치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이 사람이 주민번호를 10번 변경을 하든 100번 변경을 하든 국가에서 DB 축적만 제대로 하고 있으면 결국 이런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분세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유출된 주민번호를 마구 활용해서 누구나 쓸 수 있기 때문에 신분도용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요. 그래서 마치 제가 느끼기에는 이사를 자주 다니면 채무면탈이 가능하니까 이사를 제한하겠다 라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거예요. 다소간의 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정도까지 가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공개변론에서 나와서 진술하셨던 교수님도 한국이 유엔에서 인정한 전자정부 세계 1위인데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김지미 이런 식의 개인식별번호가 담겨있는 단일한 번호체계를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는 건가요?

 

이혜정 북유럽에 일부 있어요. 그런데 그건 다 복지를 위해 쓴 거고. 안 쓰는 나라도 꽤 많아요.

 

신윤경 스웨덴 정도로 알고 있어요. 스웨덴도 쓴다고 하지만 이미 71년에 이런 상태로 전자적으로 광범위하게 연결적인 개인번호를 붙이면 노출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72-3년에 국회 위원회에서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있었어요. 우리나라랑 1:1로 비교하기는 힘들죠.

 

김지미 대다수의 다른 나라들의 예를 봤을 때 이런 식의 번호를 쓰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네요. 이번 소송을 통해서 대리인단 여러분들은 주민등록에 대해서 전문가 수준이 되셨을 것 같아요.

 

좌세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죠(웃음).

 

김지미 그렇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잖아요?(웃음) 마지막으로 못 다하신 말씀이 있으면 듣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이혜정 작년에 소장내고 손 놓고 있다가 갑자기 공개변론이 뒤늦게 잡혀서 준비할 시간도 없었는데 어찌됐든 만나서 얘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서 가닥을 잡아 갔는데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준비한다는 것이, 아까도 말했지만 PPT도 몇 시간 만에 만들었거든요. 자화자찬이지만 아~ 이런 것도 어떻게 이렇게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그랬을 정도로.(웃음) 어쨌든 많은 경험을 했었어요. 좌세준변호사님이 떨리지 않게 앞에서 잘 막아주시고, 김기중 변호사님이 초석을 잘 깔아주시고, 또 현장에서 실무진처럼 발로 많이 뛰셨던 신훈민변호사님이 있었고, 또 신윤경변호사님 늦게 들어왔음에도 하나도 불만 없이 백업 다 해주시고 김진형변호사님도 그렇고 그런 면에서 팀워크가 정말 잘 맞았고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더 뿌듯하고, 아무튼 저에겐 의미있고 기분 좋은 사건이었습니다.

 

신훈민 저는 진보넷에서 상근을 하고 있어서 작년 1월 달에 주민등록번호제도를 처음 공부했어요. 진보넷 내부에 있는 자료로 공부를 했는데, 처음엔 참 되지도 않는 소송을 한다.(웃음)

 

이혜정 그러면서 나한테는 하자고 한 거예요!(웃음)

 

신훈민 처음에는 도대체 누가 이런 소송을 하는지.. 진보넷에 보면 기존 소송했던 자료들이 있거든요. 제가 다시 해야 될 일이 있어 찾아보다 보면 누군가 했어요. 이광철변호사님도 많이 하셨고, 김기중변호사님 많이 하셨고, 논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게 이렇게 오래 싸운 단체와 활동가들이 있고 그 분들하고 같이 소송을 한, 대부분 민변 소속이에요. 민변 소속 변호사님들이 기록을 남겨놔서 내가 그나마 정리된 위에서 갈 수 있구나 라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선배 변호사님들에게도 무척 감사드립니다.

 

김지미 훈훈하게 마무리를 하시는군요. 되지도 않은 소송이라고 했다가.(웃음)

 

신훈민 처음 딱 접했을 때는 주민번호를 어떻게 바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갑갑한데 소장을 보는 순간에 아, 이렇게 쓰면 되는구나. 그래서 틀을 잡고 시작을 한 거죠.

 

신윤경 거의 막판에 들어와서 날로 먹은 감이 있어서 많이 죄송하고요, 그래도 어쨌거나 이런 소송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게 감사할 뿐입니다.

 

김기중 변호사로서는 오랜 기간 동안 혼자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동료 동기들이 생겨서 무엇보다도 기쁩니다. 시작은 제가 했지만 마무리는 다른 분들이 해주셔서 더욱 고맙고요.

 

좌세준 저는 변호사 하면서 민변과 관련해서 헌법재판소 갔었던 게 기억나는 사건이 이것까지 3번인데요. 첫 번째는 2008년도에 미국산쇠고기고시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할 때 10만명 청구인단 할 때 제가 적법성 부분을 담당을 해서 적법성 부분은 통과가 됐는데 기각된 사례가 있었고요. 작년에 주민등록증에 관해서 주민등록증 만들 때 열 개의 지문을 날인하는 그게 두 번째 올라왔습니다만 6:3로 기각 결정이 났었고. 마침내 이번에 세 번째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김기중변호사님이 말씀하신 거처럼 그야말로 한축을 흔드는 주요한 의미인 결정인데, 그래서 같이 참석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의미있게 생각을 하고요, 기회가 된다면 더 야만적인 제도인 십지문 날인제도를 한 번 더 추가이유를 해서 지문날인 제도만큼은 주민등록제도 자체에서 영구적으로 사라지게 만들고 싶다라는 개인적인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일이 있어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했던 김진형 변호사가 대리인단 회식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 회의실로 들어섰습니다. 마지막 한마디를 안 들어 볼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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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저는 민변에서 우연찮게 큰 사건들을 많이 하게 됐어요. 간첩조작사건도 그렇고 이 사건도 그렇고, 또 하나 기억이 나는 게 촛불사건도 그렇고. 공통적인 것이 뭐냐면 다른 분들이 다 고생해놓으시면 제가 숟가락만 얹었는데 다 결과가 좋더라고요. 운이 좋은 건지 촉이 좋은 건지, 너무 좋은 분들하고 짧지만 좋은 경험해서 좋았고요. 변호사가 세상을 바꿔나가는데 일조를 한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라는 걸 알았어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행정소송은 계속 패소하고 소송비용도 부담이 되고, 국가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을 돈으로 막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정말 화가 났었는데, 많은 분들이 고생하셔서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고요, 국가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민변의 역할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지미 앞으로 김진형변호사님의 촉을 믿고 김변호사님이 숟가락 얹은 사건에 저도 숟가락 얹어야겠어요.(웃음) 오늘 이 자리 끝나고 회식을 하신다니 이어서 즐거운 자리를 가지시기 바라고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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