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이제 특검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2014-02-07 1,444

[논 평]

이제 특검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어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방해하여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공직선거법 및 경찰공무원법위반,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하 “김용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법원의 편향된 증거판단과 검찰의 부실한 수사에 기인한 그릇된 것이다.

우선, 법원은 김용판의 선거개입 의도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정황증거에 대한 판단과정에서 김용판을 포함한 수사 경찰들의 주장을 의구심 없이 너무도 쉽게 인정하는 잘못을 범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인 권은희(이하 “권은희”)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다. 그 주된 이유로 이 사건과 관련된 다른 수사관들의 진술과 배치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들은 이 사건 당시부터 김용판의 지시를 받거나 김용판과 모의한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 타당한 상황이었다. 수서경찰서의 수사관들 역시 경찰조직의 일원으로 경찰조직을 보호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만 들어 내부고발자인 권은희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것은 너무도 안일하고 편향되어 있다.

또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검색하는 키워드를 수서경찰서가 요청한 100개에서 4개로 줄이는 과정에도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김용판은 검색키워드를 4개로 줄인 것에 대해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이 키워드 4개로 분석하여 달라는 요청이 있어 그것을 넘어선 분석을 할 경우 위법한 증거수집행위가 될 것으로 봤다고 변소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적극적 수사의지가 있었다면 위법한 증거수집을 피하기 위해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새로이 발부받으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재판부는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결과를 발표했던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아쉽다’는 표현을 하였다. 한 밤중에 갑작스럽게 수사결과를 발표하였고, ‘추후 계속 수사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새로운 증거가 나올 수 있다’는 내용이 반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내용이 빠져 혼란을 야기할 수 있었던 점이 아쉽다는 취지였다. 바로 이 ‘아쉬운 기자회견’을 한 의도가 무엇인지가 이 사건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임에도 재판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의구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아가 국가정보원 직원 등이 행한 찬반클릭행위를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김하영이 임의제출한 노트북 컴퓨터에서 경찰이 찾아낸 메모장 파일은 그 내용의 대부분이 찬반클릭에 대한 것이었고, 찬반클릭을 하기 위해서는 IP변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실제로 IP를 변조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한 사실도 경찰은 밝혀냈다. 그렇다면 당연히 찬반클릭행위를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함에도 경찰은 하지 않았고, 재판부 역시 이러한 수사방향 설정에 대해서도 메모장 파일의 중요성을 몰랐다는 경찰들의 이야기만을 믿고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과적으로, 너무도 안일하게 경찰의 주장을 쫓기만 한 재판부는 의도했건 안했건 이목이 집중된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고,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들의 편에 선 모양이 되었다.

한편, 이렇게 재판부가 그릇된 판단을 한 책임은 부실한 수사 및 공소유지를 한 검찰에게도 있다. 검찰은 김용판이 박원동 국가정보원 국장이나 권영세 새누리당 선거본부 상황실장 등과 통화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슨 내용으로 통화를 했는지 수사하지 않았다. 작년 12월 16일 대선 토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댓글을 단 흔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발언한 배경이 무엇인지,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이 김하영에게 ‘수고했다’는 취지로 문자를 보낸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권은희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 역시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결국 권은희의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김용판에 대한 이번 판결은 위와 같이 그릇된 것이기에 검찰의 항소를 통해 바로 잡혀야 할 것이나, 안타깝게도 현재 검찰에 그러한 기대를 하기가 난망하다. 결국 진실을 명백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기 위해서는 특검의 필요성이 보다 분명해졌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이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은 진상을 은폐, 축소하고 있으며, 법과 양심에 따라 정당한 판결을 해야 할 법원은 증거법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진실을 외면한다면 앞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피 흘려 쌓아온 반유신독재 민주화운동과 군사정권과의 부단한 투쟁을 통해 쟁취한 민주주의, 즉,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반민주행위임을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

모임은 국민을 배신한 법원과 검찰을 규탄하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특검 도입 및 그를 통한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한층 경주할 것을 선언한다.

 

2014년 2월 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주영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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