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검찰 등 고위공직자의 비리 조사를 담당할 독립기구의 설립이 시급하다

2010-04-21 176

[논평] 검찰 등 고위공직자의 비리 조사를 담당할


독립기구의 설립이 시급하다


– MBC PD수첩의 스폰서 검사 실명공개 보도와 관련하여


 


MBC PD수첩이 어젯밤 전․현직 검사에게 향응을 제공해왔다며 경남 지역 건설사 사장이 작성한 검사 실명 리스트를 방송했다. 1984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25년간 전․현직 검사 57명에게 향응과 성접대, 뇌물제공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는 것이다. 이 리스트에는 현직 검사장 2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지역의 토호세력과 검찰의 유착관계의 일면이 드러났다.


  검찰은 PD수첩 보도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접대 장소, 일시, 참석 검사 명단, 제공한 현금 액수, 접대에 사용한 수표번호까지 상세하게 기재된 리스트의 구체성이나 제보자와 해당 검사의 통화 녹취내용, 관련자의 증언 등에 비추어 볼 때 보도내용의 진실성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검찰은 제보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에 대한 접대내역이 기재된 수첩을 압수하여 그 내용을 파악했음에도 그에 관한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지난 2월초에는 제보자가 보도내용과 같은 진정을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사건을 덮어두고만 있었다고 한다. 최근 잇달아 무죄판결을 받을 정도로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일삼는 검찰이 정작 자신들의 비리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이번 PD수첩 보도가 단지 1회성 폭로로 그치거나 검찰과 제보자의 진실공방으로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한다. 2005년 노회찬 의원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검사의 명단을 공개했을 때에도,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검찰에 대한 뇌물제공 사실을 양심선언했을 때에도,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지명자가 스폰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왔음이 드러났을 때에도, 검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보도에서 접대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자가 현직 감찰부장이라는 점에서 검찰 스스로의 철저한 감찰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보도내용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와 함께 우리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책으로 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구의 설치를 요구한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됨에도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검찰의 의지부족과 함께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현 검찰제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스스로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를 기대하기 난망한 것이다.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사법제도 개혁을 논의하고 있고 여야가 관련 법안을 경쟁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검찰개혁이며, 그 출발은 검찰의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구의 신설임이 이번 PD수첩 보도를 통해 확인되었다. 국회가 검찰개혁의 시발점이 될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관련 법안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2010년 4월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백 승 헌[직인생략]

첨부파일

[논평] pd수첩 보도 (100421).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