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5기 인턴 O.T 후기.

2010-09-14 86




우리가 붙잡고 살아야 하는 이정표…그것은 사람.





 
이 글이 뉴스레터에 실릴 때쯤이면 OT를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해집니다. 토요일 저녁 다들 푹 쉬고 계신가요? 며칠 지난 후에 후기를 쓸까 고민을 하다 생생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써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인턴으로서 뉴스레터에 제 흔적을 처음 남기는 일이라 몹시 설렙니다.


 


Chapter.1 첫 만남. 구파발역 1번 출구 – ‘어색어색 열매’를 잔뜩 먹다.


대학 와서 첫 소개팅 할 때의 기분 기억하세요? 구파발역 1번 출구를 나와서 다들 어디계시나 두리번두리번 할 때의 마음은 설렘 반 긴장 반 살짝 호흡이 빨라질 정도의 기분 좋은 두근거림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긴장으로 살짝 굳은 몸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눈이 없어지도록 환하게 웃으시며 “민변 인턴이세요?” 라고 물으시는 송상교변호사님을 만났습니다. 살다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어색하고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서도 어색어색 열매를 잔뜩 집어먹은 우리는 살짝 날을 세우고 적당히 서로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통성명과 함께, 대한민국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학연과 지연에 근거한 공통점 찾기」를 하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Chapter.2 천생연분마을 마을회관 –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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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활동에 대한 굵직한 안내와 회장님, 사무총장님의 말씀을 뒤로하고 인턴들과 민변 식구들이 함께 모여 종이 한 장에 자기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턴지원서를 작성하면서도 느낀 일이지만 ‘당신은 누구인가요?’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어렵고 쑥스럽습니다. 각자의 대답을 돌이켜보니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래서 공익과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은 궁극적으로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닿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심장을 뛰게 했던 구절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순간 빛나던 눈빛들과 살짝 떨리던 목소리는 잊기 어려운 반짝반짝한 순간 중 하나일 거에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결심에 귀를 기울이면서 아직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은 우리가 갖는 불안정함이 때로는 지독히 무겁지만 무한한 가능성만이 약속된 지금이 바로 젊은 날의 특권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저는 그 시간에 알콜이 충분히 들어가면 제 안의 귀여움이 폭발하리라는 근거 없는 약속을 던지는 바람에 대체 언제? 라는 질문에 난처하고 썩어버린 미소를 지어야 했지만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자기소개 시간동안 서로 살아온 지난날 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Chapter.3 무한 뒤풀이 – 똘끼로 충만했던 저녁 그리고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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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을 보여드릴 수 있는 무한한 뒤풀이였습니다. 여자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서로 내외하고 조용하리라는 기대는 사무실 건물 1층에 내려두고 올라오시길 바랍니다. 좀 놀아본 언니들과 뭇사람들의 똘기를 북돋아 주셨던 4기 인턴 덕규님, 인호님 덕분에 화려한 밤을 보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려요. 플로어의 여왕 해식언니는 정말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기게 했고 마치 남 일처럼 말하고 있는 저 역시도 많이 안 마시고 이미 말술 마신 사람처럼 과하게 잘 놀았습니다. 우리 3조 산기슭곰발팀! 초반엔 모든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무난히 1등을 차지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에이스대결에서 환경위원회 소속 어 모 간사님께서 ‘청계천 8가’라는 선곡의 무리수를 두시는 바람에 꼴찌가 되어 설거지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새벽녘에 신촌의 여느 주점의 설거지양에 못지않은 방대한 설거지를 한 그 일도 역시 괜찮은 추억이 되었어요. 그리고 다소 과했던 뒤풀이의 피로를 맡기고 잠시 쉴 수 있었던 달콤했던 위로! 바로 민변 식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안마의자! 공동구매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특히 서변호사님의 총애를 독차지했던 그 안마의자. 날이 흐리고 여기저기 쑤시면 그리움에 사무칠 듯 합니다.


 


Chapter 4. ‘시작’ 그 설레는 단어 그리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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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이나 화려하고 즐거웠으며 여기는 어딘가 우리는 과연 초면이 맞는가 등의 질문을 떠올리게 했던 밤이 지나고 다음 날이 밝았습니다. 역시나 엠티 다음 날 아침은 모닝라면이 정석이죠. 라면을 끓여서 지친 속을 달래고 천생연분 마을에서 출발해서 저와 지수 그리고 박재화 간사님은 전명훈 간사님의 차를 얻어 타고 편안하게 돌아왔습니다. 전날 새벽 5시까지 남아서 떠드느라 배터리가 방전된 저는 차에 정신없이 잠들어서 졸다가 문득 깼을 때 강변북로에서 꽤나 막혀있었던 기억이 나요, 운전하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다 같이 사무실에 잠깐 들러서 짐을 정리하고 지수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셨지만 그 걸로는 부족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커피를 내렸습니다. 제가 커피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거든요, 집에 나름 핸드드립 도구를 갖추고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차가운 도시여자에요. 그런데 도저히 피곤하고 귀찮아서 핸드밀로 원두를 가는 일을 포기하고 기계로 커피콩을 갈아서 커피를 내렸는데 손으로 갈아서 내린 커피와는 차원이 다르게 맛이 없었어요. 문득 대체 사람 손이 필요한 일이 왜 이렇게 많은가! 하는 짜증 섞인 투정과 동시에 사람 손이 필요한 곳이 이렇게 많아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장조림도 칼로 자르면 절대 안 되요 잘 졸여진 홍두깨살을 손으로 결 따라 찢어야 맛있지요. 그리고 김장할 때도 무채를 채칼로 썰어내는 것 보다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채 썰어야 기가 막힌 바로 그 김치 맛이 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엠티에서 모두가 자주 언급했던 단어이자 그리고 이번 엠티의 키워드이면서 나아가 우리가 앞으로 붙잡고 살아야 하는 이정표가 바로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각자 살아 온 인생길에서 하필 지금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만난 것이 나중에 지금을 돌이켜 봤을 때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요. 제 인생의 지금에 마주친 민변 식구들과 5기 인턴들 모두 환영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악수를 건넵니다. 풍요로운 계절 가을의 입구에서 우리의 시작이 서로의 영혼에게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풍요의 시작이기를 바랍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 역시 훌륭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어려우니까요.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 중에서 가장 힘든 과제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랑은 작업입니다. 다른 모든 작업은 사랑이라는 작업을 위한 준비과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면에서 초심자인 젊은이들은 아직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즉 그들은 사랑을 배워야만 합니다. 그들의 전 존재를 다하여, 그들의 고독하고 소심하면서도 높은 곳을 향해 박동질치는 심장의 근처로 모인 모든 힘을 쏟아 그들은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글/미군위원회,통일위원회 인턴 문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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