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쿵저러쿵] 나는 변호사가 된 걸 후회한다. 가끔… – 구인호 변호사

2009-11-16 171

 


나는 변호사가 된 걸 후회한다. 가끔…


구인호 변호사(대구지부)




최근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부제: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라는 책을 최근 마저 읽고 문득 제목을 위와 같이 뽑아 보았다.




누가 재미있다며 책을 사 주길래 읽어보았는데, 처음 몇 페이지를 처 몰래 숨어서 읽으니 저자가 부인 자랑도 많이 하고 ‘아주 가끔’ 후회한 적이 있다는 정도여서, 제목만 그렇지 실제 후회해서 쓴 책이 아니라고 변명을 하며 집에서 읽게 되었다.




한국의 중년 남성들(7080세대)이 대체로 삶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분석과 나름의 해법을 문화심리학적 견지에서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었고, 실제 저자의 생활도 솔직하게 기록하여 명강사의 강의를 듣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다.




저자는 결혼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있어 ‘재미’를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재미가 있어야 신이 나서 일도 하고(부지런히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취지였던 것 같다.




변호사일에 있어 어떤 재미를 느끼며 열심히 일 할 수 있을까. 승소한 당사자들이 고맙다며 인사를 할 때, 조정에 있어 변호사의 의견을 따라 주어 원만히 합의가 될 때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가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가 판단되어 경제적으로 수임료 감당이 어려운 사람에게 저렴하게 또는 무료(또는 민변 소송구조기금으로)로 도와줄 때는 역시 변호사 하기를 잘 했다 싶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처럼 국선변호를 맡은 사건의 피해자(교통사고) 가족이 찾아와 공탁을 하는 바람에 피고인이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공탁서에 일반적으로 쓰는 문구(현실제공했으나 수령거절하여….)를 트집잡아, 왜 합의하러 오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을 쓰느냐며 4시간 동안 사무실에서 탁자를 두드리며 고함을 치는 소동을 겪을 때면 정말이지 힘이 든다.




멀쩡하게 당사자가 조정실에서 합의를 하여 조정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조정 당시 합의내용을 정확히 듣지 못했다며 왜 그런 내용으로 합의하게 했느냐는 식으로 수차례 찾아와 불만을 토로해 결국 1년 반 정도 한 소송의 수임료 전액을 돌려줄 때면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개업하고 몇 년 하면 갚겠지 생각했던 대출금의 원금 상환도 아직 안되고, 언제 대출이자를 내지 않아도 될 지 알 수 없을 때면 막막하다.




저자는 업무 외에서도 각기 재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지위에만 정체성을 두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다른 데서 재미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변호사 업무상 스트레스를 적게 받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 문구 하나에도 좀 더 신경을 집중하고(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변호사의 숙명인 듯) 뒷말이 안 생기게 잘 처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민변 변호사님들 모두 재미있게 일 하실 수 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