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노동탄압 종합세트를 동물단체에서 보게 될 줄이야 / 김소리

2024-06-27 796

노동탄압 종합세트를 동물단체에서 보게 될 줄이야

– 김소리 (민변 노동위원회/ 환경보건위원회 동물권소위원회)

국내 3대 동물단체 중 하나인 ‘동물권 행동 카라’(이하 “카라”) 내부에 부당징계 등 노동 이슈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건 지난 해 12월 경입니다. 그때만 해도 별일 아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카라 내부 사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카라’였으니까요. 카라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로 잘 알려진 임순례 감독이 오랜 기간 대표로서 활동하며 대중들에 잘 알려진 동물 단체입니다. 이런 곳에서 부당징계라니?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올해 1월 카라 노동조합(이하 “노조”)을 설립한 활동가 3명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고, 최근 3년간 40여 명이 퇴사를 하는 등 조직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어디든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노조와 사측이 교섭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므로, 카라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잘 나아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현재 카라 사측이 강조하듯, 카라는 일반 ‘사기업’이 아닌 후원회들이 주인인 ‘시민단체’인 만큼 보통의 기업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내부 갈등이 좀체 나아지지 않고 심화되는 듯 보였습니다. 이에 민변 노동위원회는 카라 노조에 먼저 연락했고, 노조 활동가 몇분이 노동위원회 수요모임에 오셔서 내부 상황을 전해주셨습니다. 현 전진경 대표의 연임 과정에 절차적 위법 소지가 있으며,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노조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노동위원회 내부에 ‘카라노조 법률지원팀’이 꾸려졌습니다. 한편, 이 사안은 노동 사안이기도 하지만, 동물 단체 일인 만큼 동물권소위원회에서도 큰 관심사였습니다. 동물권소위원회는 제대로 된 노동권 보장 없이 제대로 된 동물운동이 있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권소위원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카라노조 법률지원팀’에 합류했습니다.

카라노조 법률지원팀은 전진경 이사의 연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에 관한 의견서를 작성하고, 카라 사측이 운영중인 것으로 추측되는 ‘카라노조 팩트체크’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카라 노조 활동가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징계사유 등 개인정보 적시하고 있어 해당 계정 운영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으로 카라 노조를 지원했습니다. 이 무렵 카라와 함께 생츄어리 사업을 진행하던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카라의 노동탄압을 이유로 연대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카라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간단합니다. 임금인상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1) 비정규직 철폐 (2) 구조된 동물의 복지 향상, (3) 민주적인 조직 운영을 3대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 당연하지 않은 것이 없는 지극히 합리적인 사항임에도 진척사항이 없었습니다. 사측은 어용노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내부는 노노갈등이 심각해졌습니다.

좀처럼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외부 시민사회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꾸려졌습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최태규 대표, ‘동물의 집’의 정경섭 대표, 카라에서 내부 문제제기를 하다 해임된 카라의 전 이사, 민변 노동위원회와 동물권소위원회 등 여러 인사들로 꾸려졌습니다.

단체교섭은 결국 결렬됐고, 노조에서는 파업 찬반투표가 100%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다만 파업시 구조 동물들에게 갈 피해를 고려하여 파업은 신중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도 거쳤지만, 사측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조의 주요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노조는 내부에서의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아 카라 내부의 여러 문제들을 공론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물단체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될 동물폭행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 전진경 대표가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골드바를 구입한 사실, 해외입양단체 한 곳의 탈세를 방조한 사실 등을 공론화했습니다. 그럼에도 카라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노조의 문제제기 그 자체만을 문제삼는 형국입니다. 심지어 동물폭행의 경우 현장 녹음파일이 공개됐음에도 필요한 훈육 행위였다는 둥 폭행을 행한 당사자는 지난 20년간 헌신해온 활동가라며 폭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닌 것을 사유로 들어 두둔하고 있어 후원회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골드바 구입의 경우에도 전진경 대표는 퇴사자 2인에게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주장하나, 고액의 자금 지출은 당연히 내부 승인 등 절차를 거쳐야 하고 퇴사자에게 지급했다면 그 지급 근거 역시 내부에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근거 제시는 없고 그저 퇴사자에게 지급했으니 문제 없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탈세 방조 역시 후원조직에 있어 심각한 문제입니다. 해당 해외입양단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카라 노조 법률지원팀에서 검토한 결과 오랜 기간 카라로부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대금을 지급받아온 바 탈세,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가 다분하다고 판단됩니다. 거래액, 거래 기간 등에 비추어 카라 역시 방조 혐의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2024년 6월 4일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사진. 20여 명의 사람들이 현수막 뒤에 서서 팔뚝을 하늘에 내밀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수막에는 "동물 폭행·탈세 공범·배임 의혹 카라 전진경 대표는 사퇴하라"라는 문구가 써있다. 일 수마삶들은 "때린 자는 때려쳐, 카라를 나카라"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있다.
2024년 6월 4일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진행된 동물 폭행·탈세 공범·배임 의혹 카라 전징경 대표는 사퇴 촉구 기자회견

 

카라노조는 지난 6. 12. 노동위원회 저녁모임에 와서 위와 같은 카라 내부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공유해주셨습니다. 노조 분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배경부터, 카라가 활동가 60명 이상, 연간 후원금 65억 원 이상의 거대 조직임에도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작동되기 보다 사실상 전진경 대표 1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점, 3개월 단위 계약직의 증가, 비정규직 증가로 인해 내부 문제제기가 어려운 점, 노조 설립 이후 전진경 대표 등의 노조에 대한 불인정, 혐오 발언 등 여러 문제를 공유해주셨고, 이를 들은 노동위 위원들은 노동탄압 종합세트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카라노조 법률지원팀은 6. 19. 앞서 밝힌 여러 문제 사항에 대해 공익제보자보호법상 비실명대리신고 형태로 관련자들을 고발했습니다. 전진경 대표는 여전히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대형 로펌을 선임하여 노조 지회장과 심지어 공동대첵위원회 위원장을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노조의 활동에 대해 자꾸 카라 무너트리기라고 주장합니다. 카라 무너트리기가 아니라 카라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인데 말이죠. 누가 카라를 무너트리고 있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걸까요?

한편, 마지막으로 카라 문제는 노동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내 동물권 운동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동물단체 활동가라는 지위와 노동 관계 법령상 노동자로서의 지위는 상호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카라의 활동가들은 동물단체 활동가이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에 의해 생활하는 노동자입니다. 그 누구도 한 개인에게 헌신을 요구하고 착취할 권리는 없으며 노동자는 자신의 근로조건 개선과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동물권과 활동가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상충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활동가의 근로 환경과 동물복지를 비롯한 동물권 활동은 함께 가는 것입니다. 헌신과 착취를 기반으로 한 활동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근로환경이 안정적이어야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합니다. 즉, 활동가 구성원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동물을 위한 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카라 내 구조동물들의 복지 및 카라의 동물권 활동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활동가 노동자들의 법령에 따른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그 자체로 비난하거나, 마치 노조 활동과 동물권 운동이 대립되는 것인양 주장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존중하지 않는 것이자 지속가능한 동물권 활동에 대한 고민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카라에서 발생한 동물폭행 등의 문제 역시 조직의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카라 노조는 문제 행위를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이러한 잘못된 행위가 지속되고 시정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객관적 인사평가 시스템의 부재, 비정규직 활동가의 증가,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하기 어려운 조직의 분위기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 자체가 건강하게 운영되지 않으면 조직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될 수 없습니다. 민주적인 조직 운영,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근로조건 형성을 통해 동물권 운동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카라 문제는 비단 카라만의 문제가 이닙니다. 다른 큰 동물단체에서도 과거 노조나 노사협의회 등이 꾸려진 적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카라는 과거 이러한 사례들을 보며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동운동에 대한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민주노총 카라지회로 노조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카라 노조는 카라 마저 활동가들의 노동권 확보 등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단체 운영에 반영시키지 못한다면, 또 다시 향후 10년 정도는 동물단체 운영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이 싸움에 임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크고 작은 동물단체들이 그간 후원금 문제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동물운동에 있어 리더 격인 카라부터 바로 서야 합니다. 이 사건은 노동 문제이자 동물권 운동의 방향에 관한 문제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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