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노동위원회 오사카 노변단 교류회 참가기 – 류하경 변호사

2013-11-18 662

오사카 노변단 교류회 참가기

 

글_류하경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와 오사카 노변단의 제16회 정기교류회가 2013. 11. 1.~3. 2박3일에 걸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교류회의 장소는 부산이었습니다. 저는 둘째 날부터 참석하였습니다. 둘째 날인 11. 2.에는 본격적인 교류회 일정인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반부터 시작하여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제법 긴 공부시간이었습니다. 민변과 오사카 노변단의 교류는 번갈아가며 각자의 나라에서 개최하는데, 개최하는 나라의 노동관련 주제로 세미나가 이루어집니다. 이번 세미나의 제1부에서는 한국의 2013년 주요 노동법안 변경사항 및 주요 판례 동향 소개, 제2부에서는 노동운동/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사용자측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제 및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노동운동/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사용자측의 대응 부분에서 금속노조 법률원의 송영섭 변호사님이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내부 문건 내용에 대하여 PPT를 띄워서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노동조합을 조기에 와해시키고, 와해되지 않으면 고사화하라’는 노골적인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에 대하여 오사카 변호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물론 민변 변호사들도 이번 기회에 삼성그룹의 구체적인 노조탄압 전략과 행태를 접하고서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토로하였습니다. 송변호사님의 발표가 끝난 후 민변 변호사 중 한 분이 오사카 변호사분들을 향해 일본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오사카 변호사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노조가 다 망했기 때문이다.” 실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문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본은 사회가 전체적으로 우경화, 보수화 되어서 노동운동은 씨가 말랐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보수정권이 연이어 집권하면서 시민사회운동, 노동운동이 연일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흥미를 끌었던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인권유린 행태에 대해서 정부가 아직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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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이 죽으면 사회도, 개개인 국민들의 삶도 팍팍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경화된 일본 사회의 노동시장은 극도로 유연화되어 고용이 무척 불안정하고, 임금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회 양극화가 우리나라보다 더 빨리 더 깊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 양극화는 삶의 문화, 생존 방식의 차별을 낳고, 결국 최저 생계도 보장받지 못하는 벼랑 끝 계층이 대거 양산되어 사회분열, 사회범죄가 만연한 갈등 사회가 되고 맙니다.

 

권력자, 사용자가 악하다는 것이 아니라, 권력관계에 있어서,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권력자, 사용자의 선의에만 의존하여서는 약자들의 참된 권리를 오롯이 얻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적인 교훈입니다. 특히 산업의 영역에서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모두 알기는 힘들고, 나아가 그 해결책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인권을 담보하는 최후의 최고의 수단일 수밖에 없고, 건강하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존재함으로써 사용자 역시 질적으로 향상된 노동력, 행복한 노동자의 효율 높은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노동운동이 살아있는 사회가 민주사회이고 행복한 사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개인적으로 이번 세미나에서의 교훈이라면 교훈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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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가 모두 끝난 후 광안리 회타운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회는 정말로 무지하게 맛있었습니다. “살아있네~”를 외치며 소주도 한잔 기울였습니다. 처음에는 오사카 변호사님들이 말을 걸까봐 눈도 잘 못 마주쳤었는데, 서서히 자리가 무르익자 저마다 손짓발짓 콩글리쉬, 외계어를 섞어가며 열심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강문대 변호사님은 타블렛 피씨로 구글 번역기를 활용하여 끊임없이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관광 일본어를 검색하여 “와따시와 니혼고가 데끼마센”(저는 일본어를 잘 못합니다)과 “하지메 마시떼”(처음 뵙겠습니다)등의 일본어를 구사하면서 인사를 했고, 대화는 주로 콩글리쉬와 바디랭귀지로 하였습니다. “유 퍼스트 타임? 부산?” 이런 식이었죠. 일본 학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카메이시 미치코 변호사님은 제게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간사님이 대폭소를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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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일본어를 좀 더 익혀서 오사카 변호사님들을 만나야겠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것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감격적인 일일까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의 진보라는 같은 꿈을 꾸는 동종의 직업인이기에 유익하고 또 유익한 만남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 벌써부터 내년의 만남이 기대되어 설레네요. 모두들 반가웠습니다. 마타 아이타이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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