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모니터링] 태국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2012-01-30 248



태국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태국의 왕실 모독 금지법. 그리고 그에 따라 심각하게 저해되는 표현의 자유


 


글_ 국제연대위원회 7기 인턴 오정민


 


지난 5월 24일 태국 북동부에서 태국계 미국인 Joe Gordon씨가 형사들에 의해 체포되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후 30년 이상 미국에서 살다가 치료 목적으로 잠시 태국을 방문한 그의 죄명은 ‘왕실 모독죄’. 그가 5년 전 자신의 블로그에 태국 왕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태국 국왕의 전기 “국왕은 절대 웃지 않는다(The King Never Smiles)” 몇 단락을 태국어로 번역하여 올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는 원래 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나 유죄를 시인한 것이 참작되어 형량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지난 12월 최종적으로 2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11월에는 태국 왕비를 모독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기소된 61세의 Amphon Tangnoppaku 씨가 20년 형을 선고 받았다. 고령에 암까지 걸린 Amphon 씨는 자신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조차도 모른다고 항변했으나 그의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태국에서는 왕실을 보호한다는 목적아래 왕실에 대한 비판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왕실 모독죄’이라는 죄명으로 지나치게 가혹한 형을 받아 감옥으로 향하고 있다. 이에 태국의 국내외 학자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왕실 모독 금지법’이 의사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억압하고 있다며 법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고, 방콕 도심에서는 왕실 모독금지법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왕실 모독 금지법에 폐지에 대한 태국 국내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처 입은 왕을 위한 법(lese-majeste law), 상처 입고 억눌린 표현의 자유


 


‘상처 입은 왕 (lese majeste – injured majesty)’이라는 뜻의 ‘왕실 모독 금지법(lese-majeste law)’은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모로코 등 입헌군주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유독 태국의 ‘왕실 모독 금지법’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가혹한 형량에 있다. ‘왕실 모독 금지법’ 역할을 하고 있는 태국 형법 112조는 “국왕, 왕비, 직계 왕족 및 국왕 대리인으로 국사를 수행하는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한 자, 경시한 자, 또는 위해를 가하려 한 자는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왕실 모독죄’ 최고 형량을 5년 미만으로 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와 비교해 보았을 때, 그 처벌 수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태국의 ‘왕실 모독 금지법’은 범죄 사실 하나에 대하여 최대 징역 15년 형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범죄 사실이 여러 개인 사람의 경우는 수십 년에 이르는 징역형도 부과 받을 수 있다. 또한 외국인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 태국을 전문으로 하는 제도권의 외국인 학자들조차도 이 법의 영향력 아래 놓이는 등 국경을 넘어서까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태국의 ‘왕실 모독 금지법’을 통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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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http://www.thaitravelnews.net/lese-majeste-2/thailands-lese-majeste-debate-escalate-beyond-violence/>


아래 <http://www.chiangraitimes.com/news/3118.html>


 


‘왕실 모독 금지법’을 통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사이버상에서도 계속된다. 왕실 모독, 저작권 침해, 사이버 테러 등의 사이버 범죄 해결을 위해 2007년 도입된 ‘컴퓨터 범죄법(Computer Crime Act: CCA)’은 새로운 형태의 국왕 모독 금지법의 역할을 담당하며, 휴대폰을 비롯,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국왕과 왕실에 대한 일체의 비난을 규제하고 있다. 컴퓨터 범죄법 제정 이후 왕실 모독을 이유로 차단된 인터넷 사이트는 무려 5만여 건에 달하고, 지난 해 4월에는 국왕을 모독하는 내용의 동영상 여러 개가 게재되었다는 이유로 태국 내의 유튜브 접속이 5개월 간 차단되기도 하였다. 또한 태국 정부는 페이스북에 왕실을 비방하는 글이 1만여 개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며, 왕실을 비방하는 글을 삭제하고, 태국 사람들이 문제의 글들을 읽어 보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페이스북에 요청하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태국 정부의 이러한 지나친 제약으로 인해 2011년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한 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196 국가 중 138위로, 태국은 한국, 이집트, 멕시코, 우크라이나 등과 함께 언론의 자유가 축소된 나라로 뽑히며,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Partly Free)’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가(Not Free)’로 강등되었다. 한편 국경없는 기자회는 태국을 베트남, 멕시코와 함께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국가로 지목하여,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태국에서 휴가를 보내라! (Fuck Democracy, Book a Vacation in Thailand)’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광고를 제작, 2011년 10월부터 프랑스 전역과 인터넷 등에 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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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기자회의 태국 비판 광고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태국에서 휴가를 보내라! (Fuck Democracy, Book a Vacation in Thailand)


<출처: http://www.baht-stop.com/forums/index.php?showtopic=12077>


 


 


누구를 위한 법인가? –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되는 왕실 모독 금지법


 


‘왕실 모독 금지법’은 ‘왕실 모독 금지법’ 규정에 대한 해석상의 모호함으로 인해 태국 내의 전반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뿐만 아니라, 정부에 동조하지 않는 정치적 반대파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용도로도 악용되고 있다.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전 국왕 찬가가 울려 퍼질 때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은 Chotisak Onsung 씨는 반정부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앞서 언급한, 왕비를 비방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는 이유로 20년 형을 선고 받은 Amphon Tangnoppaku 씨는 현 정부의 반대 세력인 ‘레드 셔츠’의 핵심 인물이다. ‘레드 셔츠’의 또 다른 영향력 있는 지도자인 Somyot Pruksakasemsuk 씨도 왕실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방콕의 클롱프렘 교도소에 구금되어 있는데, Somyot 씨는 ‘레드파워’라는 제목의 시사주간지를 운영하면서 태국의 노동운동과 국제연대를 위해 헌신해 온 활동가이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며 보석을 신청하였으나 태국 법원은 보석을 허용하지 않고 구속기간을 연장하였다. 이에 아시아 활동가들은 블로그(freesomyot.wordpress.com)를 만들어 Somyot씨의 석방과 관련된 정보를 올리고 그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 올해로 즉위한 지 66년이 되는 Bhumibol Adulyadej 태국 국왕은 태국 국민들로부터 ‘살아있는 신이자 부처님’으로 추앙 받으며 태국 사회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거리, 집, 은행, 택시, 버스 등 태국 곳곳에서 왕의 초상화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영화관에서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 국왕의 초상이 국왕 찬가와 함께 스크린에 나타나는데 이 때 모든 사람들은 왕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로 기립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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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parti-sosialis.org/en/node/1478>


<출처: http://cfswf.wordpress.com/2011/05/11/342/ >


 


 


높아지는 태국 국내외 우려의 목소리


 


지난 12월 방콕 도심에서는 왕실 모독 금지법이 태국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왕실 모독 금지법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왕실 모독 금지법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는 유례없는 일로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세계적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 교수를 비롯한 태국의 국내외 학자 50여 명도 ‘왕실 모독죄 수감자의 석방, 왕실 모독 관련 인터넷 웹사이트의 차단 철회, 사상의 자유로운 표현 등을 요구’하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용되고 있는 왕실 모독 금지법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하였다.”


태국을 방문한 프랭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태국의 왕실 모독 금지 법률은 애매모호하고 지나치게 적용 범위가 넓고, 처벌 규정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태국 정부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또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요소인데 태국의 왕실 모독 금지법이 태국 내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고 있다며 왕실 모독 금지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고 자료


 


♠ 태국 왕실 모독 금지법과 표현의 자유 관련 자료


http://www.amnesty.org/en/news/thailand-%E2%80%98repressive%E2%80%99-20-year-sentence-text-message2011-11-23


http://www.amnesty.org/en/library/asset/ASA39/001/2010/en/4db34fc3-81b6-4695-a1a8-96149f4d9200/asa390012010en.html


http://www.hrw.org/news/2012/01/23/thailand-downward-slide-human-rights


http://www.forum-asia.org/?p=11986


http://www.forum-asia.org/?p=11976


http://www.forum-asia.org/?p=11983


http://www.emerics.org


♠ 국경없는 기자회 2011년 언론 자유 지수


http://en.rsf.org/press-freedom-index-2011,1034.html)


♠ 프리덤 하우스 2011년 언론 자유 지수


http://www.freedomhouse.org/template.cfm?page=363&year=2011&country=8065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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