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대응TF] [논평] 책임 회피에 급급한 관련 기관들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2022-12-29

1. 오늘 오전 진행된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의 2차 기관보고에서는 서울시와 용산구가 당일 인파밀집을 예상하고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고, 당일 대응과 관련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참사 발생 후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일 희생자들이 서울, 경기 등 각지 병원으로 이송된 동선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경우에 개별적으로 구급상황일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참사 당일 뿐만 아니라 이후 수습과정에서도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편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참사 직후 유가족들에게 마약 관련 부검을 제안한 검찰과 관련하여 무관한 질문을 통해 본질을 호도하고 정쟁화하는 태도를 보이며, 국정조사에 임하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였다.

2. 용산구청 상황실 당직사령은 참사 당일 22시 29분경, 인파가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겠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이태원역에서 전달받은 내용이 있는지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소방으로부터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용산구청 상황실 통화녹취록에는 구청 상황실에서 “네 , 맞아요 이태원역 헤밀턴 말씀하시는거죠?”라고 답변한 내용이 확인됐다. 녹취록에도 불구하고 당직사령은 자신은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고, 함께 근무한 당직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압사’라는 초유의 상황이 담긴 통화를 한 후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당직자의 답변을 그대로 신뢰한 채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도 하지 않고, 참사 상황을 최초 인지한 시점이 당일 22시 51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용산구청의 태도는 참사 당시 대응 관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녹취록을 보면 소방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시점 이전에 이미 참사 발생장소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최소한 소방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22시 29분에라도 현장상황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대형참사를 피했을 수 있었음에도, 허위 진술로 책임을 피하기에 급급한 용산구청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3. 한편 참사 당시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책임자의 지위에 있었던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참사 후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과 관련하여 허위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참사 발생 직후 주요 간부 모바일 상황실을 구축했는데, 10. 30. 오전 1시 50분경 언론담당관이 “지휘본부를 구성하고 김의승 행정1부시장이 상황을 총괄지휘중”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 초안을 공유하자, 김 부시장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사고발생 직후 가동’한 것으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사고 인지 직후 나름의 조치를 취했던 것을 감안해서”, “사실상 재난대책본부를 만들었다”고 했고, “실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만들어졌을 때 가동돼야 할 기능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의미로” 그렇게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재난 상황에서 서울시의 총괄 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재난안전대책본부의 가동시점을 임의로 정하고, 이를 통해 재난대응 관련 책임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인파가 밀집될 우려가 있음에도 사전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고, 참사 대응에 대한 사실관계마저 왜곡하여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확인됐다.

4. 뿐만 아니라 참사 희생자들의 당일 이송 동선이 아직까지도 정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곳으로 희생자들이 이송되어 가족들이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유가족들은 이로 인한 분노와 슬픔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희생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참사 당일 대응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참사 발생 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당일 희생자들의 이송 동선이 정리되지 않았고,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유가족이 ‘필요하면’ 개별적으로 구급상황일지를 발급해준다는 답변만 하였을 뿐이다.

5. 희생자 유가족에게 이른바 ‘마약부검’을 제안한 사실과 관련한 대검찰청의 해명 또한 납득하기 어려웠다. 대검찰청은 기관보고에서 19개 검찰청 검사 99명이 158명을 직접 검시했고, 마약 부검 제안 등 관련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광주지검에서 있었던 마약 부검 제안은 검사 개인의 판단이라면서, 개별 검사의 일탈행위로 치부했다. 그러나 검사, 검찰수사관, 경찰 등으로부터 마약부검 제안을 받은 유가족은 확인된 수만 10명 이상이고, 광주지검에 국한되지도 않았다. 전국 검찰청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검시가 일괄 진행되고, 일사분란한 조직체계에 따라 작동하는 검찰에서 아무런 지시 없이 마약 부검 제안이 있었을 것이라고 상정하기는 어렵다. 만약 대검찰청에서 밝힌 것처럼 개인의 일탈행위라면, 경위를 조사하여 징계를 진행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6. 한편 오늘 기관보고에서 일부 여당위원들이 보인 태도는 국정조사를 임하는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마약부검 관련 논란은 이번 참사에 대한 사후 대응에서 진상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일부 여당 국조위원은 여야 간사의 합의에 따라 대검찰청이 기관보고 및 증인 대상 기관이 되었음에도 야당이 일방적으로 선정했다면서, 대검찰청이 기관보고 대상에 포함된 이유를 납득할 수 없고 검찰에서 마약수사를 직접 진행하거나 경찰의 마약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는 점만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정작 왜 대검찰청이 국정조사 대상기관이 됐는지, 밝혀져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호도했다. 또다시 신현영 의원에 대한 질의를 이어가면서 한정된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기관보고를 시작하기 전, 지난 기관보고에서 있었던 국조위원들의 질의에 대한 비판, 유가족들이 국조위원들에게 항의했던 상황을 언급하면서 국조위원들의 질의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부당하고 위원들의 의정활동을 방해한다는 취지로 불쾌감을 표했다. 국민을 대표해서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고, 유가족들의 항의는 진상규명과 무관한 질의, 성의없는 답변으로 인한 것이었다.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망각한 채, 권위만을 내세우는 국조위원의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7. 오늘 국정조사 진행과정에서 국조특위위원장과 일부 야당 국조위원들은 현재 분향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2차 가해행위에 대한 경찰, 서울시, 용산구의 엄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위원장은 분향소에서 현수막설치, 방송차량을 이용한 방송, 유튜브 촬영 등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2차 가해행위에 대한 경찰과 지자체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국정조사에 참여한 책임자들이 논의하여 대책을 마련해서 오후 국정조사에서 입장을 밝혀달라고 하였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2022년 12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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