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서훈 취소, 정보공개거분처분 최소소송 활동
과거사청산위원회에서는 「부적절한 서훈취소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TF」(팀장: 이상희변호사, 팀원: 이동준 변호사, 김성주 변호사, 이주희 변호사, 홍자연 변호사)를 구성하고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 13일(금)에도 서울행정법원에서 변론기일이 진행되었는데요. 이름도 길고 거창한(?) 소송에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가 뛰어든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재판은 2018년 7월 10일경 행정안전부가 스스로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80년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 서훈 대대적 취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80년대 대한민국 정부는 범죄 혐의가 없는 일반 시민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해 사형까지 조작해 낸 국가 공무원에게 대통령 표창 17점, 국무총리 표창 14점을 비롯해 총 56개의 서훈을 수여한 바 있는데, 이러한 가해 공무원들을 찾아내서 국가가 그들에게 수여한 서훈들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정부의 이러한 조치 자체는 환영할 일이죠.
그런데 행정안전부는 위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도, 정작 서훈이 취소된 고문 가해자들이 누구인지 이름 등 기본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고문 피해자들의 경우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여 사건을 특정했지요. 피해자들의 이름은 세상 밖으로 다시 한 번 공개된 반면, 가해자들의 이름 등 공무원으로서의 기본 정보는 감춘 채 그들의 서훈을 취소했다면서 자랑스럽게 발표했던 것입니다.
이에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가 2018년 7월 17일 경 위 고문 가해자들의 명단 등 정보에 대한 공개를 청구했으나, 행정안전부는 2018년 7월 30일, 위 정보들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비공개결정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는 2018년 10월 29일, 위 정보공개청구인인 (사)인권의학연구소를 대리해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위 비공개결정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7월 26일경 위 행정안전부의 처분이 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위 소송 결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문 피해자들이 공개를 구하는 정보들이 ‘국가안전보장’ 등과 관련한 정보라면서 재차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저희 과거사청산위원회는 지난 2020년 4월 경 다시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2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그 소송의 심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설명: 2021. 5. 14. 행정소송에 참여한 국가폭력 피해생존자분들이 ‘고문가해자 처벌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장면]
[사진설명: 2021. 3. 12. 변론기일에 참여한 국가폭력 피해생존자분들이 소송대리인으로부터 변론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장면]
이번 소송에서 행정안전부가 거부처분의 주된 사유로 들고 있는 부분은, 1) 정보를 보유,관리 중인 유관 정부부처들에서 반대하고 있고, 2) 정보공개법 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령 국가안전보장, 사생활 침해 우려 등)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고한 시민을 붙잡아서 고문‧가혹행위를 통해 허위자백을 받아낸 후 이들을 간첩으로 몰았던 가해자들의 인적사항 및 그들의 구체적인 행위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행정안전부는 1970~80년대에 행해진 국가폭력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대하여는 외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소송에서도, 그러한 정부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간 과거사 청산 및 국가폭력 피해회복 과정에서, 가해 주체는 ‘국가’ 즉 대한민국과 행정부라는 ‘조직’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실제 국가와 정부의 지침에 따라 국가폭력의 가해행위를 실행했던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문제제기, 진상규명, 책임 부여 등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미진했습니다. 특히 국가배상법의 법리상, 공무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공무원 개인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가해 공무원들 개개인에 대한 규명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저희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위와 같은 제약들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가해 공무원들의 명단 및 상훈 행적 등에 대한 정보를 비공개 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다면, 이 또한 향후 국가폭력의 진상을 더욱 세밀히 규명하고 피해자분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것이고, 가해 공무원들이 현행법상 처벌이나 민사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은 낮더라도 적어도 그들의 행적이 결코 명예롭지 못하였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역사에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 과거사청산위원회는 이번 소송이 국가폭력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들의 권리회복을 위한 또 하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