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센터][성명] 국회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의 역사적 책무를 다하라

2021-08-23 3

[성명]
국회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의 역사적 책무를 다하라
-2021. 8. 23.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의 군사법원법 심의를 앞둔 사법센터의 입장

 

 

1. 군 사법제도 개혁 논의의 역사는 15년이 넘었다. 그동안 군대의 반발, 이를 핑계로 한 국회의 변명과 무책임으로 개혁은 계속 미뤄져 왔다. 올해에도 두 분의 군인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국회가 군 사법제도 개혁에 속도를 낸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점에도 국회가 급한 불만 끄는 미세 조정에 머무를 우려가 있다. 우리 센터는 8. 23. (월) 법안심사 소위에 주목하며 평시 군사법원 폐지만이 군 사법체제 개혁의 올바른 방향임을 밝힌다.

 

2. 왜 평시 군사법원이 폐지되어야 하는가

가. 군사’법원’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지만, 이 법원은 우리 시민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법원이 아니다.

(1) 군대는 그 자체로 폐쇄적이고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그런데 군사법원과 군 수사기관도 군대의 폐쇄성과 지휘권의 영향력 하에 있다. ‘수사, 기소, 재판’ 이 군대의 폐쇄성에서 기인하는 문제를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의 지휘권이 수사에서부터 재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군대 내의 권력에는 너그러운 제도가, 피해자에게는 공포스러운 제도일 수밖에 없다. 군사법원이라는 제도의 틀이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보다는 군대의 지휘권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따라서 대상 범죄를 일부 제외하는 수준으로는 군사법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 군사법원의 재판관은 판사가 아닌 자가 될 수 있다. ‘심판관’ 제도다(군사법원법 제22조, “재판관은 군 판사와 심판관으로 하고, 재판장은 선임군판사가 된다”). 즉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는 사람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이는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인 측면과 피고인의 죄를 깎아 주고 조직적 관용을 베풀어 사법정의를 훼손하는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3) 심판관은 누가 임명하는가. ‘관할관’이 임명한다. 국방부 장관이나 부대 지휘관인 관할관은 군 사법제도의 특수한 제도인데, 이는 군사법원의 대표적 문제로 지목되어 왔다. 관할관의 권한은 군사법원에 관한 것으로 심판관 임명권뿐만 아니라 군사법원의 행정사무 지휘·감독권, 판결의 확인조치권 등이 있을 뿐 아니라 군 검찰에 관한 권한인 군 검찰관 임명·지휘·감독 권한, 범죄 수사보고, 영장 관련 권한 등도 있다. 지휘관인 관할관이 수사와 기소에도 관여하고 재판에도 관여하며 심지어 선고된 형을 감형할 수도 있는 권한(판결 확인조치권)까지 있다. 특히 확인조치권은 군대 비리 장교를 봐주는 수단, 조직적 온정주의를 통한 감형 등의 수단이 되었다. 이렇게 막강한 권한이 관할관 1인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군사 사건이 사실상 지휘관 1인의 의중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 기소와 심판의 분리라는 근대 사법제도가 군대에는 아직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군 판사와 군 검사의 순환 보직 인사로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상황까지 더해지면, 군사재판에서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언급하는 것이 비현실적 동화 같은 기대라고 생각될 정도다.

(4) 이와 같이 군사법원은 그 구조 자체가 인권침해, 범죄의 무화와 세탁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평시 군사법원의 존치를 전제로 한 땜질 수준의 개정은 필연적으로 다시 군사법원 폐지 논의로 돌아올 것이다.

나. 군사법원의 이런 기형적 구조는 군 내 지휘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되어 왔다. 군사법원 존치론자들은 군 기강의 수호 등을 위해 평시에도 군사법원을 폐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군 기강’은 이런 전근대성으로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군 기강은 군인을 헌법적 기본권의 틀 밖에 방치하는 것으로 달성될 수 없다. 사법 정의가 제대로 서야 기강이 잡힌다. 은폐되고 빠져나갈 수 있는 사법체계가 기강을 세울 수 없다. 우리끼리 짬짜미가 가능한 폐쇄적 사법 구조가 기강을 세울 수 없다. 오히려 기강을 바로 세우고 지휘권이 바로 서기 위해서라도 평시 군사법원은 폐지되어야 한다.

다. 군인은 시민성과 존엄성이 몰수되는 존재가 아니다. 군인은 시민이다. 시민이, 군인의 신분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군인이라는 이유로 전근대적 사법제도 하에서 인권유린과 비상식적 상황과 침묵을 강요당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이는 군인의 인권만이 아니라 군인을 포함한 우리 시민 모두의 존엄성이 함께 훼손되는 것이다.

라. 프랑스는 1982년 이후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일본도 평시군사법원을 운영하지 않는다. 중국과 대치상황에 있는 대만도 영내 가혹행위로 상병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2013년이었다. 우리는 2014년 윤 일병이 군대내 가혹행위로 목숨을 잃었으나 군사법원을 유지하고 있다.

 

3. 한편, 평시 군사법원 폐지와 함께 군 검찰의 지휘관으로부터의 독립과 군사 경찰의 통제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군 검찰이 지휘관의 지휘· 감독하에 있어 군대에서 발생한 문제를 축소, 은폐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올해 공군과 해군에서 발생한 비극도 군 검찰의 늑장 대응,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수사 지연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4. 국회는 자주 시끄럽게 군사 법원 개혁을 언급했지만 동시에 방치했다. 그 위선과 무책임은 군대에서 은폐, 묵살, 절망과 비극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줬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군사법원 제도가 개혁된 이후 문제를 알리려는 피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지만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의원들을 찾아다니는 국방부 인사를 자주 만날 것이다. 법안 심사에서 피해자의 추상적 얼굴보다, 며칠 전 만났던 군사법원 존치론자들의 구체적 얼굴이 떠오를 수 있다. 자주 그렇게 개혁 법안들이 물 건너갔다.

 

5. 우리는 국회의원들의 발언 하나하나에 묻은 흔적들을 지켜볼 것이다. 국회의원의 발언 하나하나는 현재와 미래의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절망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오늘(2021. 8. 23.)의 법안심사는 그 미래를 만드는 행위다.

국회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라는 역사적 책임을 다 하라.

 

2021년 8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 성 창 익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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