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WhatsHappeningInMyanmar

2021년 4월 1일 minbyun 67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WhatsHappeningInMyanmar

류다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팀장)

코로나19로 상상도 해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낸 지 1년이 막 지나갈 즈음인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세계에 속보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미얀마는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미얀마에서 2015년 총선으로 문민정부를 수립한 후 처음 치러진 지난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정당인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을 거두며 ‘문민정부 2기’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총선 후 미얀마 군부와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 등이 부정선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으나 선거관리위원회와 국제사회 등은 부정선거라는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선거결과를 존중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 ‘탓마도(Tatmadaw)’는 쿠데타를 일으켜 2021년 3월 31일 기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최소 2,729명이 구금되어 있고, 이 중 120명에 대해서 영장이 발부되었으며, 536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쿠데타에 가장 먼저 반응한 이들은 인터넷 SNS와 미얀마의 Z세대(Generation Z, 또는 “Gen-Z”)였습니다. 2월 1일 새벽, 군인들이 미얀마 민주정부를 구성하던 NLD정당의 정치인 등의 집에 들이닥쳐 이들을 영장없이 체포해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나 그날 아침 국회로 향하던 수십대의 군부 차량 앞에서 에어로빅을 하던 이의 영상 등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어서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을 포함하여 만달레이, 수도인 네피도 등에서 미얀마 사람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쿠데타에 반대하고 구금된 이들을 석방하라고 주장하는 대규모 평화시위 장면이 담긴 영상과 상황 설명이 실시간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얀마 Z세대가 쿠데타 반대시위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터넷상 이미지. "당신들은 우리 세대를 잘못 건드렸다"는 의미의 표어를 들고 있다(미얀마 Z세대가 쿠데타 반대시위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터넷상 이미지. “당신들은 우리 세대를 잘못 건드렸다”는 의미의 표어를 들고 있다)

민변 사무처 상근자들이 미얀마 시위대와 연대하는 세 손가락 경례 사진

(민변 사무처 상근자들이 미얀마 시위대와 연대하는 세 손가락 경례 사진)

 

미얀마 민중들은 쿠데타 초기부터 다양한 형태의 시위를 조직하여 용감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쿠데타 다음 날인 2월 2일부터 보건의료종사자들과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시민불복종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을 전개하였습니다. 외신에 의하면 2월 15일 기준으로 약 백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 중 ¾ 가량이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각종 직역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하였고, 군부와 관련된 서비스나 물건은 구매하지 않겠다는 ‘군부 보이콧 캠페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쿠데타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일 밤 8시에는 각 가정의 창가마다 냄비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며 소리를 내어 악귀를 내쫓는 풍습에 따라 ‘냄비 시위(‘딴봉띠’)’가 열립니다. 최근에는 ‘빨랫줄에 걸린 치마 아래로 지나가는 남성은 힘과 명예를 잃는다’는 성차별적 통념을 활용해 시위대가 길거리에 치마와 생리대 등을 내걸기도 하였고, ‘군경은 쓰레기’라는 의미로 ‘쓰레기 투척 시위’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피켓을 들고 모여있는 미얀마 사람들. 총 6개의 사진이 콜라쥬되어 있다.

촛불을 들고 모여있는 미얀마의 사람들

(낮에는 거리행진, 밤에는 촛불시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미얀마 현지 모습. 출처: https://twitter.com/tostevinm/status/1377161853852295170?s=12, https://twitter.com/tostevinm/status/1377319749265199107?s=12)

 

한국 시민사회도 뜨거운 마음으로 미얀마 시위대와 연대하고 있습니다. 쿠데타 직후인 2월 2일, 민변 국제연대위원회를 포함한 71개 한국시민사회단체는 “미얀마 국민의 민주주의 열망 짓밟은 군부 쿠데타 종료와 민간 정부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2월 말, 기존에 로힝야와 연대해온 단체들을 중심으로 약 101개 국내 단체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을 결성하여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3.27 미얀마 군대의 날에는 ‘우리의 연결로 미얀마에 민주주의를’이라는 제하에 미얀마 민주항쟁 희생자 추모회를 진행하였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관련 긴급회의를 앞두고 적극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3월 31일과 4월 1일 주한 중국, 인도, 베트남,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추모제에 참석한 사람들의 사진, 총 세 장이 콜라쥬되어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의 사람들을 헌화를 하고있고 왼쪽 아래 사진의 사람들은 미얀마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위쪽에 제일 큰 사진 속 사람들은 미얀마 시위대와 연대함을 상징하는 세손가락을 든채 모여있다.

(3.27 미얀마 민주항쟁 희생자 추모회 현장사진)

 

미얀마 시위대와 연대하기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진이다. 총 세 장의 사진이 나란히 콜라주되어 있다. 1인시위 피켓에는 '안보리는 한 목소리로 행동하라! 미얀마 시민 학살하는 군부와의 협력 중단하라'라는 구호가 적혀있다.(1인시위 사진)

 

한편 쿠데타로 인해 그간 자행된 미얀마 내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이 더욱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미얀마 군부는 소수민족, 특히 로힝야에 대한 역사 왜곡과 이간책을 펼치며 이들에 대한 차별과 학살을 서슴지 않았고, 유엔에서는 로힝야를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고 칭하기도 하였습니다. 문민정부를 설립한 NLD와 아웅산수치 국가고문마저 군부의 로힝야 학살을 변호하는 모습을 보여 국제사회로부터 큰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며 로힝야뿐만 아니라 135개가 넘는 미얀마 내 소수민족들이 연대하며, 특히 젊은 세대들은 그간 소수민족 탄압의 역사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7일에는 양곤대학교 의대 등 유수 대학의 학생회 등에서 일제히 로힝야 인종학살 등 소수민족에 대한 공개사과문을 올렸고, 3월 31일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가 2008년 헌법을 폐지하고 발표한 연방민주주의헌장(Federal Democracy Charter)에서도 소수민족을 포함한 모든 미얀마 국민들을 위한 연방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을 명시하였습니다.

군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데에서 나아가 외부와의 소통을 끊어버리고 아무런 보호장구가 없는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있습니다.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사흘이 지난 2월 4일 “국가 안정”을 이유로 대다수 미얀마인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의 접속을 3일간 차단하였고, 15일부터는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매일 밤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오늘(4월 1일) 오전에는 국내 금융회사의 양곤 현지지사 직원이 퇴근길에 차 안에서 미얀마 특수부대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군부의 쿠데타와 독재의 사악함이 어떤 것인지 지금도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뼛속 깊이 느끼는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하여 미얀마 시위대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