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논평] ’고양 풍등화재 사건’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법원의 판결을 엄중히 규탄한다.

2020년 12월 23일 minbyun 307

[논평]

고양 풍등화재 사건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법원의 판결을 엄중히 규탄한다.

 

1.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2020. 12. 23. 한 이주노동자(이하 ‘당사자’)를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한 ‘고양 풍등화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당사자가 풍등으로 인한 화재를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당사자에게 1천만원 벌금형의 실형을 선고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 12. 23. 선고 2019고단1691 판결, 이하 ‘이 사건 판결’). 우리는 재판과정과 판결로 드러난 저유소 관리자 측의 명백한 관리 소홀에도 불구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하여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할 과실과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하여 당사자 개인에게 화재의 책임을 전가한 법원의 판결을 엄중히 규탄한다.

 

2. ‘고양 풍등화재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채, 당사자를 범인으로 단정한 형태의 수사가 진행되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당사자의 풍등이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당사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는 재판을 받기 이전부터 범죄자취급을 받게 되었고, 화재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 풍등의 불씨가 화재와 인과관계가 있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공판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문하며, 화재가 발생한 저유소에 애초에 화재를 불러일으킬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충실히 입증하였다. 법원 역시 이 사건 판결 이전 분리 기소 된 저유소 안전 관리자들에 대한 판결을 통해, 저유소의 화재가 위 안전 관리자들의 과실로 인한 것임을 인정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9. 12. 5. 선고 2019고단1692 판결).

 

나아가 변호인은 당사자가 저유소의 존재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관계자들의 불리한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공판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신문을 통해 충분히 입증하였다. 공판과정에서 당사자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저유소에 대한 화재교육이 명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위와 같은 당사자의 적극적 항변을 일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관계자들의 진술을 채택하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화재교육의 존재를 이유로 당사자가 저유소의 존재를 알았고,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특히 법원은 변호인들이 신청한 현장검증을 처음에 채택하였다가 돌연 철회했는데, 현장검증을 하지 않은 채 저유소가 육안으로 확인된다고 단정한 법원의 사실인정은 문제가 있다.

 

법원은 저유소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화재에 대한 당사자의 과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하였고, 일부 설비가 미흡하게나마 설치되어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풍등과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당사자의 과실과 풍등과 화재 사이에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한 법원의 판단은 당사자의 명확한 예견가능성과 상당한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과실 및 인과관계에 대한 기존 법리에 어긋나는 판단으로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4. 한편 법원이 당사자에 대하여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것도 문제가 있다. 법원은 화재발생의 책임을 모두 당사자에게 물을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당사자에게는 200만원 또는 300만원의 벌금형을 각 선고받은 안전 관리자들에 비해 약 3~5배에 해당하는 무거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러한 법원의 양형 판단은 결국 저유소에 대한 안전 관리 부재로 비롯된 화재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 즉 법원의 판단은 사회의 책임을 사회적 약자인 당사자 개인에게 전가했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5. 우리는 다시 한 번 무고한 당사자에게 화재 발생의 책임을 사실상 모두 전가한 이 사건 판결을 엄중하게 규탄한다. 또한, 이 사건 판결로 인하여 야기될 당사자에 대한 부적절한 비판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의 확산도 우려된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판결이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진한 사실의 인정과 법리를 오해하여 내려진 판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이 피고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결과로 나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2020122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