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로 나아가는 주춧돌이 되기를 바란다

2020-11-03

[성 명]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로 나아가는 주춧돌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를 삭제하는 내용의 국가보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14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한 이번 개정법률안은, 2004년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이 발의된 이래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의 취지가 담긴 법안이다. 우리는 이번 개정법률안 발의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개정법률안 발의가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70여 년이 지난 2020년 현재까지도 서슬 퍼렇게 살아있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가 북한을 미화하고 국민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고, 북한 관련 유튜브 방송을 보면 국가보안법 위반일지 아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일제강점기의 식민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하여, 독재정권에서 민주화의 요구를 억누르는 수단으로 사용되던 국가보안법은 ‘자기검열’의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어 그 칼날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남북 정상의 만남, 평화와 협력을 위한 여정 속에서 국가보안법은 국민이 그 노력의 주체가 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야 할 상대방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자 하는 노력은 반국가단체에 동조하거나 이를 찬양하는 행위가 되고, 북한에서 부르는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북한에 관한 글을 읽거나 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개인의 내면과 사상은 검열의 대상이 된다. 상대방을 알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접하고 이를 토대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법’의 이름으로 차단되고 처벌의 공포는 개인의 몫이 된다.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 한, 국민들은 여전히 사상을 통제할 수 있고 통제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머물고 만다. 분단의 역사보다도 오랜 세월, 국가보안법은 자기검열의 공고한 내면화를 통해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번 개정안 발의 이유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국가보안법 제7조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여러 차례 위헌 여부가 심판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한정합헌결정에 그쳤고 법개정 이후에도 법집행자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의 여지는 그대로 남아있다. 또한 국가보안법이 정권의 구미에 맞게 활용되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국가보안법의 전신인 치안유지법이 식민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독재정권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했던 역사는 이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수를 살펴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줄어들다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들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현 정부 들어 기소 건수는 감소했지만 46%의 무죄율을 보이고 있고, 지금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내사와 수사는 진행 중이다. 통일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기도 한다. 사문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보안법은 정쟁의 수단으로, 상대방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으로 국가보안법 제7조는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려져 있고, 그 위헌성이 명백히 가려질 필요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시민사회는 인권을 침해하고 국민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기능해온 국가보안법의 전면폐지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왔고, 우리 모임 또한 그 길에 함께 해왔다. 국가보안법의 존재 이유에 대한 논의의 불을 지핀 이번 개정안 발의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국가보안법 제7조가 그 존재의의를 상실하였음을 확인하고 나아가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20. 11. 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도 형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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