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인천지부의 버팀목, 한필운 변호사를 만나다

2020-10-30

인천지부의 버팀목, 한필운 변호사를 만나다

 

2020년 대한변협 우수변호사로 선정되신 한필운 변호사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한필운 변호사님은 인천지부 상당수 멤버를 영입하실 정도로, 엄청난 친화력을 가진 분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는데요. 우수변호사로 선정된 소회 및 인천지부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인천지부의 매력쟁이, 한필운 변호사님의 스토리, 지금 시작합니다!

 

– 금년 대한변협 우수변호사로 선정되셨어요! 우수변호사로 뽑힌 소감이 어떠세요?

우수변호사로 뽑힌 사유의 대부분이 민변활동입니다. 민변 인천지부 회원님들과 함께 한 활동이 마치 저 혼자 한 일처럼 되어서 지부 회원님들께 송구스럽고 죄송하네요. 수상자에 적힌 이름은 저 뿐이지만, 사실은 민변 인천지부의 활동에 상을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수변호사 선정 사유를 읽다보니, 작년 인천 퀴어 축제에서 몸소 현장을 지키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신 건가요?

1회 인천 퀴어 축제는 반대하시는 분들의 방해로 거의 무산되다시피 되었었어요. 그래서 작년 2회 퀴어 축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인천 시민단체들이 집결했습니다. 1회 때는 민변 변호사님 한 분만 참석했었는데, 그분께서 거의 봉변을 당하다시피 하셨다보니 작년에는 많은 민변 변호사님들께서 참석하셨습니다. 변호사들은 ‘변호사’라고 쓰여 진 노란 조끼를 입고 다니는데 아무래도 변호사다보니 보수 기독교 단체분들께서 직접적으로 공격을 하진 않으세요. 제가 그 중에서도 좀 덩치가 있고 하니 축제 진행자분께서 입구 가드를 맡아달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입구에 서있으니까 실제로 보수 기독교 단체분들이 방해하시진 않으셨는데, 축제 참가자분들도 제 주위에 다가오시지 않더라구요. 목적은 달성한 것 같긴 한데 축제를 방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웃음) 직접 인천 시민단체 행사에 참여한 경험은 거의 처음이다 보니 더 의미가 있었어요.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좋았구요. 사실 총 15명의 민변 변호사님들이 참여하셨는데 우수변호사 선정사유에는 마치 혼자 한 것처럼 표기되어 있어서 좀 난감했습니다.

인천 퀴어 축제에서 활약해 주신 자랑스러운 민변 변호사님들♡

 

– 인천적수사태 관련해서도 변호사님께서 많은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현재 인천시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의 진행상황은?

​적수사태가 발생했을 때 서구 강화 영종도 주민들의 피해가 매우 컸습니다. 실제로 검단지구 같은 경우에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민의 대다수가 피부병을 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와 검단 맘카페에서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고소 대리를 의뢰하였고, 고소 대리를 담당한 인연으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참여하게 되었죠.

우리 민변 인천지부는 정대출 지부 환경위원장님을 단장으로, 문지혜 변호사를 간사로 하여 6명의 회원이 법률지원단을 조직하였고, 2019. 11. 21. 인천시민 5,435명을 대리하여 인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지난 13일 제1회 변론기일이 있었는데, 인천광역시가 일체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소송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 변호사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천 내에서 많은 사건을 담당하셨던 것 같은데요. 변호사님께서 다루셨던 사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떤 건가요?

​첫 경험이 항상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지부에서 법률지원단을 꾸려서 2017. 3. 6. 서해5도 주변 영해기선을 직선기선으로 설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이 저의 첫 민변 소송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과 NLL 주변에 대한 군의 엄격한 통제 때문에 서해5도 주민의 어업권 등 기본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 어선들이 연평도 앞바다에 어족자원을 쓸어 가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 어선들이 어구를 다 버리고 가버려서 그 장소에는 어업자원이 자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선결문제로, 공해처럼 관리되는 서해5도 주변 바다의 영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인천지부가 헌법소원을 제기했었습니다.

서해5도 지도를 찾아가면서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시는 한필운 변호사님!

 

일반적으로 분쟁이 없으면 섬들을 이어서 직선기선으로 영해를 설정합니다. 그런데 현재 서해는 영해기선이 충청남도까지만 그어져 있습니다. 만약 백령도까지 직선기선으로 영해를 설정한다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이슈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직선기선으로 영해를 설정하지 않은 부작위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죠.

그런데 접수하고 단 3주 만에 각하 결정이 나왔습니다. 연평도 및 백령도 중심으로 12해리만 영해이고 나머지는 공해라는 취지죠. 직선기선으로 설정할 이유가 없으니 부작위가 없다는 각하 결정이었습니다. 사실 저희는 헌재가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가 공해다’라고 선언하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외교부의 간단한 답변만을 근거로 3주 만에 각하를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서해5도 주민들의 기본권이 제한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제한이 있나요?

서해 5도지역은 분쟁지역이기 때문에 어업조업이 제한됩니다. 어업시간도 제한되고 어업을 할 수 있는 구역도 지정되어 있죠. 군사훈련이 있으면 어업이 금지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물론 어업이 허용된 어장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정해진 어장은 초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어구가 분실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되고 결국 어족자원이 오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어민들의 생활은 점점 나빠지는데, 정부는 어장 변경 등 실질적인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 거죠. 이 때문에 지원금만을 노리고 인천으로 오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고, 이러한 사람들이 어장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오염은 계속 심화됩니다. 분쟁지역이기 때문에 제한을 두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업 역시 먹고 사는 방법인 만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변호사님 활동 중에 방송 고정 출연이라는 특이한 이력이 있으시던데요. 방송 활동을 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첫 TV방송을 뉴스 생방송으로 했습니다. 얼떨떨하게 방송을 마치고 나왔더니 기자님께서 ‘방송이 난리가 났다. 지금 변호사가 누구냐고 여기저기 연락이 왔다. 다른 방송국에서 연락이 오면 전속출연이라고 말씀해 주시고, 다른 방송국으로 가시면 안 된다’고 하면서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거, 매주 나가야 하는 건가, 너무 유명해지면 어떡하지’ 생각했었는데, 바로 그 다음 주에 다른 변호사님 나오셔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방송 경력으로 나중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2년 정도 했었습니다.

 

– 식상한 질문이지만…어떻게 민변에 가입하게 되신 건가요?

​저는 00학번이어서 밀레니엄 학번이라고도 불리 우는 세대입니다. 저는 당시 지방대학교를 다녔는데 야학활동을 한 경력 말고는 책 읽는 게 전부였던 청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때 전태일 열사의 평전과 조영래 선배님의 평전 등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법조인으로서의 길을 고민하게 되었고, 로스쿨 시절 인권법학회 활동도 하면서 법조인이 된 다음에는 당연한 것처럼 민변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 혹시 인천에서 개업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지금도 형제처럼 지내는 세 분의 변호사님과 로스쿨 동문입니다. 학교를 다닐 때 동갑인 김종호 변호사가 ‘우리가 하고 싶은 일 서로 응원해주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는 사무실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학생신분으로 동업을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2년 먼저 변호사가 된 김종호 변호사가 제 방을 만들어 놓고 2년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당연한 것처럼 인천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김종호 변호사님도 우리 민변 회원이십니다.

 

– 민변 인천지부의 대다수가 변호사님 추천이라고 들었어요. 몇 명을 추천하셨나요?

민변 인천지부 중 11명을 제가 추천했습니다. 사실 저는 추천인 쓰는 것을 엄청 좋아해요.

 

– 민변 인천지부 전체 회원이 39명인데 그 중 11명이면 엄청난 숫자네요. 그만큼 인천지부에 대한 애정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민변 인천지부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인천지부는 민변 지부 중에서 막내 지부입니다. 제가 처음 인천지부에 가입할 때 십여명에 불과했던 회원이 지금은 39명에 이르게 되었어요. 다른 지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지부의 가장 큰 매력은 회원 개인의 아름다움인 듯합니다. 전임 김영중, 김상하, 윤대기 지부장님은 물론이거니와 현임 배영철 지부장님과 모든 회원 선배님들이 인간적이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멋진 분들이십니다. 10년차 이하인 회원님들도 하나같이 진실 되고 열정적인 분들입니다. 이런 멋진 회원님들이 계시니 우리 지부가 해마다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인천 내 시민단체들과 스킨쉽이 많은 점 역시 장점인 것 같아요. 전임 지부장님들께서 인천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활발히 활동하셔서 시민단체들과의 교류가 활발한 편입니다.

 

– 마지막으로 변호사님께 민변은 어떤 의미인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저에게 민변은 ‘하얀 등대’ 같습니다. 항 입구에는 두 개의 등대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저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요. 하얀 등대는 나가는 배의 오른쪽에, 빨간 등대는 들어오는 배의 오른쪽에 위치해서 안전한 길을 안내한다고 합니다. 민변은 제가 법조인으로서 세상에 나아갈 때, 하얀 등대처럼 저의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변호사 경력이 약 7년 정도 되어 가다보니 가끔 적당히 타협하게 되는 순간이 있더라구요. 그럴 때에, 아직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열정을 가진 민변 선배님들, 후배님들을 보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하게 됩니다. 참고로 저에게 ‘빨간 등대’는 우리 사무실 ‘국민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대화하다보니 2시간 반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역대 인터뷰 진행시간 중 최장이 아닐까 싶네요! 2시간을 찰나로 느껴지게 하는 한필운 변호사님의 입담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제 필력이 오늘따라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인천지역 고유의 민변 사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 그리고 인천지부가 규모에 비해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상은 인천지부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느껴지는 한필운 변호사님 인터뷰였습니다!

– 작성: 최지훈, 편집: 최지훈, 허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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