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논평] 헌법상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차벽 설치 등 현 정부의 집회 전면 금지 정책에 우려를 표한다.

2020년 10월 8일 minbyun 201

[논평]

헌법상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차벽 설치 등

현 정부의 집회 전면 금지 정책에 우려를 표한다.

 

1.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오는 2020. 10. 9. 한글날에도 개천절 때와 같이 광화문광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차벽을 설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준철 경찰청 경비국장은 2020. 10. 7.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천절 차벽 설치가 적법하다며 한글날 차벽 설치를 시사했고, 기존에 수립한 차량 시위 금지 등 무관용 방침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단체는 광화문 광장 진입 자체를 전면 차단하는 차벽의 설치 등 정부의 집회 전면 금지 정책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2.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난 2011년 서울광장을 전면적으로 봉쇄하는 차벽 설치가 시민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 결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1. 6. 30. 선고 2009헌마406 결정).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서울광장의 진입을 전면 차단하는 차벽 설치는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법리를 세웠다. 따라서 개천절 집회와 같이 차량집회 등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하면서 광화문광장 진입까지 차벽 설치를 통해 전면 차단한 경찰의 조치는 위 법리에 명백히 어긋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

 

한편 경찰은 위 헌법재판소 결정이 차벽 설치 그 자체를 헌법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 아니라며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이상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마지막 수단’에 해당하지 않아 그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사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더라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평화적 집회, 결사 및 일반 시민들의 통행 모두를 전면 제지한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가 비례의 원칙의 세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경찰의 위 주장은 부당하다.

 

3. 한편 마이나 키아이 전 유엔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2016년 7월 5일 발표한 대한민국 방문 보고서에서 차벽 설치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1조가 규정하는 필요성 및 비례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특별보고관은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가 국제인권법상 평화로운 집화와 결사를 촉진해야할 국가의 의무에도 정면적으로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 정부에게 긴장을 고조하는 결과를 낳는차벽 설치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과, 집회에 대한 권리 행사를 막기 위한 차벽 설치를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비록 2016년과 현재의 차벽 설치 이유가 다르다 하더라도, 집회에 대한 권리 행사를 막기 위한 광화문 차벽 설치가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하는 수단으로 비례적이지 않다는 위 특별보고관의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정부는 상업적 활동 등에 대해서는 그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집회 및 시위에 대해서는 전면 금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또한 특별보고관이 지적하였듯이 국가에 의해 간섭 뿐만 아니라 실현되어야 할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촉진의무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처럼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는 국제인권규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4. 코로나19라는 위기로 인권의 가치가 전례 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정부는 더 세심한 정책 수립을 통해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의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 차량집회 금지 및 면허정지 등 집회 전면 금지 정책은 방역과 인권 보장 두가지 요청 중 방역만을 고려하고 있을 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과 고심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의 위기가 우리 사회가 쌓아온 집회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의 가치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광화문 장 차벽 설치 등 집회 전면 금지 정책의 강행으로 야기되는 기본적 인권의 훼손이 오히려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더 큰 위기를 야기하는 것임을 유념해야만 한다. 다시 한번 정부의 집회 전면 금지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정부가 신속히 집회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의 가치를 후퇴시키는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 등 집회 전면 금지 정책을 중단·재고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010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