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정위][성명] 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2020년 10월 7일 minbyun 768

[성명]

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1. 더불어민주당(이하 ‘여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지난 2020년 9월 23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하 ‘테러방지법’)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안’)을 발의하였다(대표발의자 이병훈의원). 개정안은 ‘고의로 감염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 등을 거부하고 확산을 의도하는 행위도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테러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테러’의 개념에 ‘감염병의 확산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위기경보가 발령되었을 때 고의로 감염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 등을 거부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2. 개정안은 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테러’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법률안이다. 테러방지법은 박근혜 정권 당시 제정된 법률로, ▲테러개념의 모호성, ▲정보기관에 권한 집중, ▲통제장치의 한계성 등을 이유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야기하였고 그 위헌성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이 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시민사회와 어떠한 소통도 없이 위헌성이 다분한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의미없는 정치적 논쟁으로 그치게 만드는 구실을 제공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3.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제79조의3은 입원과 치료 등을 거부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개정안이 테러로 정의하려고 하는 ‘고의로 감염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 등을 거부하는 행위’는 현행 감염병예방법으로도 충분히 처벌과 제재가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위 행위를 ‘테러’로 정의하려는 이유는 테러방지법상 정보기관이 ‘테러위험인물’로 지정한 사람에 대한 개인정보, 금융거래내역, 위치정보, 출입국내역 등 총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그 인물을 추적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테러방지법상 ‘테러’의 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개정안과 같이 ‘테러’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정보기관이 지정할 수 있는 ‘테러위험인물’의 범위를 넓히고 정보기관의 일반 시민들에 대한 정보수집 권한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확대하는 것이다. 즉 정보기관이 반(反)정권 인사를 포함한 시민들을 자의적으로 ‘테러위험인물’로 지정하고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할 수 있게되고 이로 인하여 시민들의 사생활의 권리 및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의 위축 및 침해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4. 한편 개정안이 ‘고의로 감염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 등을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로 규정한 것은 국제인권규범에도 어긋난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원회는 지난 2015년 10월 ‘대한민국 제4차 정기보고서에 관한 최종견해’를 통해 대테러를 목적으로 한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테러행위’는 법률에서 명확하고 협소한 방식으로 정의되어야만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유엔 테러방지와 인권의 증진 및 보호에 관한 특별보고관도 앞선 2010년 테러행위로 정의될 수 있는 행위는 인질을 붙잡거나, 고의로 사회구성원을 사망 또는 부상을 입게 하는 행위 또는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물리적 폭력과 관련된 행위임과 ‘동시에’ 집단적인 공포 상황을 유발할 고의, 위법성과 폭력의 심각성 등의 요건도 갖춘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자체로서 심각한 물리적 폭력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검사와 치료 등 거부 행위를 ‘테러’로 정의한 개정안은 위 국제인권규범이 제시하는 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5. 테러방지법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철저히 파괴할 수 있는지는 국내 첫 테러방지법 위반 사건에서 한 차례 확인되었다. 지난 2018년 검찰은 경기도 평택의 폐차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노동자를, 페이스북에 IS 관련 영상을 올려 테러단체 가입을 선동하거나 권유하였다고 하면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하였다. 그러나 2019년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테러단체 활동을 찬양·고무하거나 지지·호소하는 수준을 넘어 선동했다고 보기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다.”라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항소심 판결 전까지 약 1년 동안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테러방지법은 ‘페이스북에 영상을 게시한 행위’를 ‘테러단체 활동을 선동한 행위’로 탈바꿈시켰다.

 

6. 여당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으로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저지하기 위하여 필리버스터 운동을 펼치며, 테러방지법이 ‘국민감시법, 국정원강화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 위원회는 테러방지법의 전면 폐지를 검토해야 할 정당이 입장을 바꾸어 테러방지법상 ‘테러’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장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정권의 입장에 맞춰 테러방지법을 개악하려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여당은 테러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나아가 위헌적인 테러방지법 폐지에 대한 논의를 방역의 명분으로 더 이상 공론화할 수 없게 만드는 위와 같은 정책의 추진을 멈추어야 한다.

202010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조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