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판결의 의미와 남은 과제

2020년 9월 29일 minbyun 66

대법원 201632992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판결의 의미와 남은 과제

신인수 회원 (민주노총 법률원)

 

7년 만의 대법원 판결 선고

지난 9월 3일 대법원은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2013. 10. 24.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게 팩스로 법외노조 통보를 한지 7년 만의 일이다. 전교조 6만 조합원들은 해직자 9명을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정부의 시정요구를 거부하고 법외노조라는 험한 길을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34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9명의 단결권을 위해 59,991명이 단결권을 포기하고, 9명의 해직자를 위해 34명이 해고를 무릎썼다. 이성과 산수로는 좀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그 선택은 역설적으로 노동조합의 존재이유와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었고, 이번 대법원 판결을 이끈 원동력이기도 하다. 소송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3번의 효력정지 결정, 2번의 본안판결 패소, 헌법재판소 결정, 거기에 사법농단 사태까지 얽힌 곡절이 많은 사건이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 제도

원래 구 노동조합법(1996. 12. 31. 폐지)은 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노동조합을 해산할 수 있는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두고 있었다.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는 이미 적법하게 설립되어 활동 중인 노동조합을 행정관청이 임의로 해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손꼽혔고, 1987. 11. 28. 법률에서 삭제되었다. 그런데 그 후 불과 4개월 만인 1988. 4. 15. 당시 노태우 정부는 구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새로이 도입하였고, 현재까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처럼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법률에서 삭제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밀실에서 시행령으로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그 태생부터 위헌성이 농후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대법원의 판단은 다수의견(8명), 별개의견(2명), 반대의견(2명)으로 나뉘었다. 12명의 대법관 중 10명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다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법외노조 통보는 이미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에 결격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그 노동조합으로부터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다. 둘째, 그런데 법률인 노동조합법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규정도 없다. 셋째, 따라서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이다. 넷째, 따라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법률 없으면 행정입법 없고, 법률 없으면 행정행위 없다.

형사법에서 법치주의가 죄형법정주의로 표현된다면, 행정법에서 법치주의는 법치행정원칙으로 표현된다. 이번 판결은 ‘법률 없으면 행정입법 없고’(법률의 위임 없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무효), ‘법률 없으면 행정행위 없다’(법률 없이 시행령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는 당연한 원칙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행정관청이 임의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노동조합 해산명령,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드디어 노동법 역사에서 사라졌다는 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1988년 4월 당시 노태우 정부가 밀실에서 시행령으로 부활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32년 만에 드디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남은 과제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과연 그럴까? 계약종료로 구직 중인 기간제교사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기간제교사노조는 벌서 세 번째 설립신고가 반려되었다. 보험설계사들은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접수한 지 1년이 넘도록 신고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 급증하는 플랫폼노동자도 별반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09. 10. 20. 전교조와 동일하게 법외노조 통보를 받고, 노동조합을 결성하려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136명의 공무원 해직자는 여전히 거리에서 농성 중이다. 법과 현실의 간격과 괴리가 너무 크다. ‘교사든, 공무원이든, 해고자든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은 20세기 문명국가에서 확립된 원칙이자 국제노동기준이다. 이제 우리도 21세기 노동자들을 19세기 단결금지 법리의 포로로 잡아두는 야만의 상태에서 그만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그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바람이다. 끝.

ⓒ뉴시스, 김병문 기자 (2020. 9. 3. 서초구 대법원 앞, 법외노조 통보 위법 판결 후 기자회견)

 

-편집: 허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