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공동성명]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은 왜곡을 멈추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라

2020-08-12

[공동성명]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은
왜곡을 멈추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라.

지난 5. 19. MBC PD 수첩은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로 알려진 나눔의 집에 관한 실상을 폭로하였다. 나눔의 집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임을 내세워 5년간 약 88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하였으면서도, 그 후원금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는 쓰지 않고, 대부분을 법인의 자산형성에만 쓰거나 혹은 장래 ‘요양원’ 사업을 위하여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였다. 특히, 나눔의 집에 거주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의료와 보살핌이 제공되고 있지 않았다는 내부직원들과 관계자들의 폭로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나눔의 집이 우리 사회에서 상징하는 바가 엄중하였던 만큼 나눔의 집에 대한 비판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나눔의 집 문제가 일회적인 폭로로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에 경기도와 광주시가 시민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경기도와 광주시 그리고 전문가집단이 함께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이 꾸려졌고, 지난 7. 6.부터 7. 22.까지 나눔의 집의 행정이나 회계뿐 아니라, 인권과 역사적 가치 등에까지 광범위한 조사가 이루어져 그 조사 결과가 어제 발표되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내부고발자들의 폭로와 이후 여러 언론에서 이어진 나눔의 집에 대한 의혹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하였다. 나눔의 집의 기부 금품 모집과정은 위법하여 우리 법이 정하고 있는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았다. 이렇게 위법하게 모금된 후원금은 할머니들 혹은 할머니들이 거주하고 있는 시설을 위하여 사용된 것이 아니라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에 귀속되었다. 법인이 사용한 금액은 토지 구입 등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금액 약 26억원을 비롯해 총 38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시설 운영상의 문제점과 법인 의사결정 상의 부당한 점도 다수 발견되었다.

무엇보다 나눔의 집에 거주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조사단의 발표에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민관합동조사단은 나눔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의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며, 정서적 학대의 정황까지 존재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나눔의 집에 기거하셨던 분들의 입·퇴소 명단조차도 관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단순히 나눔의 집이 가지는 문제가 운영상의 미숙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눔의 집이 지금까지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표방했던 것과는 달리 나눔의 집은 인권의식과 역사의식이 없는 ‘무료노인요양시설’에 불과했던 것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나눔의 집 문제는 운영진 한두 명의 일탈이나 이사진 일부의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따라서 운영진 한두 명에 대한 사법 처리나 이사진 일부의 교체로 이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나눔의 집 사태에 상응하는 분명한 법적 책임추궁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눔의 집 문제는 더는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우선 나눔의 집 이사진들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진정한 반성의 길을 모색하여야만 한다. 나눔의 집은 후원금이나 부동산 보유가 아닌,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및 ‘위안부’ 피해 진상규명, 역사교육 등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나눔의 집 스스로가 자각해야 한다. 또한, 나눔의 집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경기도와 광주시 그리고 관계 행정기관들도 더 이상 나눔의 집을 성역으로 두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고 효율적인 행정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나아가, 조사단의 조사를 방해한 시설 관계자들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경기도가 나눔의 집 이사 전원을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선임해 운영을 정상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광주시가 지도점검 미흡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조사단의 조사를 방해한 시설장을 교체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유품 등 중요 자료를 부실하게 관리했음이 드러난 만큼, 여성가족부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ㆍ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른 기념사업을 속히 추진해 나눔의 집에서 방치되고 있는 ‘위안부’ 자료를 보존·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부 종교단체들이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를 두고 ‘종교’ 문제로 환원하여 나눔의 집의 잘못을 두둔하는 행위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 특히 불교 관련 몇 개의 언론에서 내부고발자들과 민관합동조사단에 대하여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지적하는 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진흙탕 싸움’을 만들어 문제점을 가리고 회피하려는 시도에 다름없다.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은 자신들이 받고 있는 지탄을 피하고자 우리 역사의 고통을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나눔의 집 사태를 통하여 우리 사회의 과거사 청산이 한 단계가 더 나아가고 역사의식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동원이라는 어두운 과거 청산은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우리 사회 내부의 과오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나눔의 집 이사진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이며, 행정관청이 어떠한 조치를 해나가는지를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다.

2020.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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