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공익인권변론센터]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는 정부의 괴롭힘 소송을 기각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2020년 7월 10일 minbyun 97

 

대법원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주최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소속활동가를 상대로 대한민국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39125 판결).

 

위 사건은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일부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자, 국가가 위 충돌로 5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집회 주최 단체와 활동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다중이 참여한 집회·시위에서 일부 참가자의 일탈행위에 대해 집회를 주최한 단체와 개인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그동안 우리 법원은 집회·시위에 있어 참가자 일부의 일탈행위에 대하여 만연히 집회주최자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는 특정 단체가 집회를 제안하고 주최하였다고 하더라도, 자발적이고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집회와 시위의 본질에 비추어 집회주최자와 폭력시위자 또는 폭력행위 사이에 구체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면, 집회주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일부 참가자의 일탈행위에 대해서 만연히 집회주최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 집회주최자는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데 심각한 위험을 부담하게 되고, 이는 시민의 집단적인 의견표명과 공론의 장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집회의 자유를 보다 두텁게 보장하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목적은 분명하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을 봉쇄하기 위함이다. 실제 재판 진행과정에서, 경찰은 “구보로 이동하던 중 도로에 세워져 있던 기둥에 오른쪽 다리를 부딪힘”, “출동중 무리한 이동으로 무릎에 무리가 감”, “방패를 챙겨 나가려다, 너무 세게 방패를 잡아 당겨 자신의 방패에 맞음”등과 같이 스스로의 부주의로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도 모두 주최측이 손해배상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주최측의 관여와 전혀 무관하고, 심지어 일부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와도 전혀 무관한 사안임에도 그저 모든게 ‘집회가 열린 탓이니 주최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구체적인 주장과 증거 없이 소송 상대방에게 심리적,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하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소권 남용의 전형적 사례이자, 괴롭힘 소송(전략적 봉쇄소송)에 해당한다. 12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후 국가는 패소했지만, 긴 시간동안 피고인 집회주최단체와 활동가들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겪어야 했다.

 

앞으로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우선 지금도 진행 중인 국가의 괴롭힘 소송을 국가가 먼저 나서 신속하게 취하하여야 한다. 2015년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개최했던 세월호 집회에 대한 경찰은 아직도 손배소송을 진행중이다. 쌍용차 정리해고 파업 중 위법한 진압과 경찰력 과잉행사가 있었음은 경찰 스스로의 조사에 의해 인정되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거액의 손배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경찰개혁위원회도 국가의 손해배상청구는 고의로 경찰에 직접적 피해를 준 가해자의 경우에 국한하고, 괴롭힘 소송에 해당하는 나머지 국가의 손해배상청구는 국가가 취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와 경찰은 하루빨리 국민의 기본권을 가로막는 괴롭힘 소송을 중단해야 한다.

 

나아가 21대 국회에서는 국가기관의 괴롭힘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는 국가의 괴롭힘 소송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정부의 괴롭힘 소송을 신속하게 각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민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지되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가로막는 정부의 괴롭힘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개혁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20. 7. 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대표 김칠준

공익변론센터논평_괴롭힘소송대법원기각판결(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