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논평] 법무부의 무리한 보안관찰처분에 제동을 건 판결을 환영한다

2020-02-06

[논평]

법무부의 무리한 보안관찰처분에 제동을 건 판결을 환영한다

-이병진 교수에 대한 보안관찰처분 취소소송 판결에 부쳐-

 

1. 지난 4일 서울고등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이승영)는 법무부가 이병진 교수에게 한 2018. 12. 17.자 보안관찰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보안관찰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여, 대상자의 온전한 사회 복귀를 위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2. 보안관찰법은 보안관찰대상범죄(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포함)로 형을 선고받고 집행된 자 중에서,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관찰이 필요한 자를 보안관찰처분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보안관찰처분을 받으면 3개월에 한번씩 자신의 생활에 관하여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여야 하고, 주거지를 옮기거나 해외여행을 할 경우에는 매번 신고를 해야 한다. 즉, 자신의 일상을 경찰에 보고하고 통제받게 되는 것인데, 한번 보안관찰처분을 받고 나면 2년마다 갱신이 가능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죄판결을 받고 형을 집행했다는 사실만으로 평생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3. 이병진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고, 형 집행을 모두 마친 후 2017. 9.경 출소하였다. 이 교수는 인도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관련 연구를 해온 인도 정치 전문가로, 출소 이후에도 대학교에서 관련 강의를 하며 연구에 매진해왔고 소속 대학의 인도 교류 행사에도 참석해왔다. 그리고 수형생활에 대한 소회와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 ‘끝나지 않은 야만, 국가보안법’이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관련 출판기념회 등 행사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 교수가 수형생활 중 주고받았던 서신, 접견기록 등 형 집행 과정에서의 사정에, 출소 이후 인도, 태국 등에 출국하였던 사실, 위 책을 출간하고 관련 행사에 참석한 사실 등을 더하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이 교수에게 보안관찰처분을 하였다.

 

4. 재범의 위험성을 예방하고 대상자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고자 하는 보안관찰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보더라도, 보안관찰처분이 필요한 대상자인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여기서 ‘재범의 위험성’은 형 집행 과정과 집행 이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고, 국가보안법 등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보안관찰법상 각종 신고의무 등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었다.

 

5.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을 유지하면서,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재범의 위험성’을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즉, “보안관찰처분은 보안관찰처분대상자가 이미 실행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제재조치가 아니라 장래에 보안관찰해당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을 미리 예방하여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는 한편, 처분 대상자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을 하는 예방조치로서의 행정작용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그 범정이 중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원고가 보안관찰해당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형 집행 기간 중에 처분대상자가 보인 행태, 형 집행 이후의 사회적 활동 등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담은 서적을 출간하고 관련 행사에 참석한 사실은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활동이고 이를 넘어 체제를 부인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 수형생활 중 국가보안법위반 전력이 있는 자들과 서신을 주고받거나 접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안관찰해당범죄(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구체적인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 출소 이후 안정된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도, 태국을 방문한 것은 오히려 사회구성원으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던 상황을 반증한 것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보안관찰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다.

 

6. 통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형이 집행된 자에게 보안관찰처분이 있고, 그 후 2년에 한번씩 갱신되는 과정에서 갱신처분의 위법성이 다퉈져 왔던 것에 비추어보면, 이번 판결은 출소 이후 부과된 보안관찰처분 자체의 위법성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면 형 집행 이후에도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낙인찍고, 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보안관찰처분을 집행해왔던 관행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한 것이다.

 

7. 이처럼 법무부의 무리한 보안관찰처분에 제동을 건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안관찰법이 존재하는 현실, 그리고 보안관찰처분에 대해서는 소송을 통해 위법성을 다투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다시 죄를 범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하는 현실은 그대로이다. 이 교수는 보안관찰처분을 받은 후 이번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많은 고통을 받아야만 했고, 처분이 취소된다고 하여 그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 이번 판결이 보안관찰제도와 이를 존재하도록 하는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법무부는 상고하지 않고 이번 판결을 수용함으로써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기를 바란다.

 

20202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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