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세월호참사대응TF][성명]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이정현 의원에 대한 벌금형 확정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20-01-20

[성명]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이정현 의원에 대한 벌금형 확정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지난 16일 대법원(주심 대법관 이동원)은 이정현 의원에 대한 방송법 위반 사건에서 이 의원에 대하여 벌금 1,000만원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이번 판결은 당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으로서 이 의원이 KBS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내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한 행위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개입’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인정한 최초사례라는 점에서는 분명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형식적으로 판단하고, 이전까지 처벌례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형을 확정한 것에는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이 사건에서 방송법 위반 혐의가 문제된 사안은,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이 1) 2014. 4. 21. ‘KBS 뉴스9’에서 선박관제센터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해경을 비판하는 내용의 뉴스 보도가 있자, 직후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하여 항의하고 향후 해경에 대한 비판 보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행위, 2) 2014. 4. 30. ‘KBS 뉴스9’에서 군 투입 시기의 적정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해경을 비판하는 내용의 뉴스 보도가 있자, 직후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하여 항의하고 해경 비판 보도를 중단 내지 대체할 것을 요구한 행위였다.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은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이 의원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2. 14. 선고 2017고단8762판결). 당시 법원은 방송법상 개입 금지 조항이 “궁극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방송의 자유(방송의 독립성 및 공정성)가 가지는 중대성과 이것이 무너졌을 경우 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강한 부정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방송 편성에 개입하려는 시도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간섭이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한 범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제한 뒤, 대통령 직속기관인 대통령비서실 소속 홍보수석의 지위에서 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대통령의 뜻이 반영되어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 대통령이 KBS 사장의 임면권자이고, KBS 사장은 소속 임직원에 대하여 인사권을 가지며, 당시 보도국장인 김시곤으로서는 홍보수석인 피고인의 요구가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당시 피고인이 홍보수석으로서의 공보기능을 넘어 부적절하게 개입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방송법이 금지하고 있는 ‘개입’ 행위는 실제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결과에 이를 것은 요하지 아니하므로, 김시곤이 피고인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방송 편성에 아무런 변경이 없었다는 점은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2심 법원은 1심 판결과 동일하게 혐의사실과 그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김시곤 보도국장이 곧바로 요청을 거부하였고 피고인이 추가적으로 그 방송내용의 교체나 재녹음을 재차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점, 해경이 구조작업에 전념토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의 시정을 위한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어 보인다는 점, 이 사건 전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는 점, 피고인도 이 사건 각 범행과 같은 행위가 관행 내지 홍보수석으로서의 공보활동 범위 내라고 막연히 생각하였던 것으로 보여 행위의 가벌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으로도 보인다는 점 등을 근거로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 형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0. 28. 선고 2019노50판결).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2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1심 법원이 정당하게 설시한 바와 같이, “잘못된 상황을 그대로 버려두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언론 간섭이 계속되도록 용납하는 것이야말로 이 사회 시스템의 낙후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초기 대응의 적정성은 구조 업무 자체의 적정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구조상황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고 그 적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통해 정부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구조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사회적 참사에 있어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정부는 사회적 재난, 참사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이러한 언론의 활동 또한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누구보다도 이러한 책임을 다해야 할 홍보수석의 지위에서, 공영방송사의 보도책임자에게 두 차례나 직접 전화를 하여 보도내용에 대한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방송법이 ‘개입’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에 역행하는 위법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지난 31년간 방송법이 금지하고 있는 개입행위로 인하여 처벌받은 전례가 없다고 하더라도, 유례없는 사회적 참사인 세월호 참사에 관한 보도 및 대응 과정에서, 초기 구조 업무의 적정성에 대해 비판적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사의 보도국 책임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의견을 전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행위의 위법성은 너무도 중대하다. 이 사건을 정치적 보복이라며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던 개인의 문제에서 나아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재발 방지의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벌금형 선고에 그친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러한 범죄행위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형이 선고되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중대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방송법상 ‘개입금지 조항’이 적용된 최초사례라는 이 판결의 의의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번 판결은 사회적 참사에서 언론의 역할과 언론자유 보장의 중요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우리 TF는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부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아울러 이 사건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구조 오보를 비롯하여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사안에 대하여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여 진상을 밝혀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거나, 모욕,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멈추고, 사회적 참사에서의 언론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2020년 1월 2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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