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서울고등법원 2018노1671 피고인 구은수 외 3 업무상과실치사사건 항소심 판결에 대한 논평

2019년 8월 9일 minbyun 161

[논평]

서울고등법원 20181671 피고인 구은수 외 3 업무상과실치사사건 항소심 판결에 대한 논평

폭력적 집회 진압의 총괄 지휘책임자에 대하여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환영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이균용)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 그리고 현장 지휘 책임자였던 피고인 신모 당시 기동단장과 직접 직사살수에 가담했던 피고인 최모 경찰관에 대하여는 검사와 피고인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1심의 판단(신모 기동단장의 경우 벌금 1천만 원, 최모 경찰관에게는 벌금 7백만 원)을 유지했다. 다만, 피고인 한모 경찰관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구은수에 대하여, 집회·시위 관리의 총책임자로서 현장 지휘관이 안전한 살수에 관한 지휘·감독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적절히 지휘권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그럼에도 현장지휘관에게 과잉 살수가 방치되고 있다고 경고하지 않았고, 살수 요원들이 안전하게 살수할 수 있도록 제대로 지휘·감독할 것을 지시하지도 아니한 채 물대포 살수만을 반복적으로 지시한 데에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당시 집회·시위 관리의 총책임자인 피고인 구은수에 대하여 폭력적 집회 진압의 최종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재판부의 이번 항소심 판결을 환영한다.

 

피고인 구은수가 사건 당시 적절한 지휘권을 행사해서 안전한 집회·시위가 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무엇보다 집회 참가 당사자들과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필요최소한의 조치를 하였더라면, 백남기 농민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 구은수는 각 현장 지휘관에들에게 직사살수 시 구체적으로 살수할 것을 명하는 등, 이 사건과 같은 집해참가자에 대한 부상 발생을 방지할 아무런 최소한의 주의의무도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 직사살수에 의해 사망한 데에 책임이 있다는 점이 명백하게 확인되었다.

 

그간 우리는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침해되었으나, 정작 공권력의 행사를 지휘한 책임자들에 대하여는 면죄부를 주는 많은 판결들을 보아왔다. 이른바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기존 판결들의 문제점이 이번 형사재판의 제1심까지도 답습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항소심 판결을 통해서, 공권력이 부당하게 행사되는 과정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 등에 침해를 가할 경우 공권력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엄중하게 경고하였다. 이번 판결을 통해 향후 공권력의 남용행위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피고인 구은수 외에 유죄가 선고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제1심 판결의 양형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감형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집회·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공권력의 남용으로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처럼 공권력 남용으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고작 벌금형에 그친다면, 언제든 ‘제2의 백남기 농민 사건’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한 피고인들은 기소가 되기 전까지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의 의사도 표시하지 않은 채 민사소송에서는 ‘빨간우의’설과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까지 해가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줄곧 부인해왔다. 때문에 유가족들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피해의 나날들을 감수하며 지내왔다. 이러한 피해자의 회복할 수 없는 피해들이 과연 양형에 충분하고 정당하게 반영되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이번 판결로 인하여 더 이상 공권력 남용에 의해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광장에 모인 사회적 약자들을 ‘적’으로 규정하여 부당하게 폭력진압을 하는 불행한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모임 역시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률가들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삼가 고(故)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온전히 회복될 수 없는 피해의 나날을 견뎌오고 있는 유가족들과 위로의 마음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20198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호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