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우리의 지지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한동대 부당징계사건 대리인단 인터뷰

2019년 7월 12일 minbyun 602

우리의 지지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수자의 편에서 정의를 외친, 대구지부 ‘한동대 부당징계사건 대리인단’을 만나다.

 

 

한동대 부당징계사건(이하 ‘사건’)은 한동대 내에서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교대 동아리 ‘들꽃’의 회원들과 이를 지원했던 학생에 대해 무기정학 등의 징계를 내린 사건입니다. 민변 대구지부는 사건TF를 구성하여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고, 학교법인과 소속 교수 3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5월 16일, 성적 지향을 공개하고 비난한 교수와 사용자인 학교법인은 학생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대리인단은 지난 5월 열린 32차 민변 정기총회에서 모범모임상을 수상했습니다.

6월의 어느 날, 대구로 향하는 KTX에 오른 지 두 시간 남짓, 동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치맥축제 준비가 한창이던 역전으로부터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곰탕집에서 환하게 맞아주시는 대구지부 간사님을 뵈었습니다. 식당의 한쪽 방에서는 대구지부 변호사님들의 모임이 있었고, 출판소통팀은 그 옆방에서 대리인단 중 권영국, 예현주, 이주현, 정재형 네 명의 변호사님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모범모임상 축하드립니다.

이주현 청도 송전탑에 대해서도, 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웃음).

정재형 네, 전에도 송전탑 때문에 상 받은 적이 있슴다.

권영국 저도 모범회원상 받은 적이 있습니다(또 웃음).

(이하 생각보다 많았던 변호사님들의 수상자랑은 생략합니다)

권영국 지역에서 팀을 꾸릴 정도가 되면, 그건 지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라는 의미입니다. 본부에서 그런 것들을 잘 인지해서 널리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리인단은 민변 32차 총회에서 모범모임상을 수상했다. (2019. 5. 25.)

 

  

이 사건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경위는 어떤가요. 

이주현 변호사.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이주현 저희가 사건을 맡기 전에 서울에 계신 류민희 변호사님께서 우리 대구지부와 별도로 학생들에게 계속 지원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서 쉽지 않은 면이 있었고, 저에게 이 일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접하게 되었을 때, 관여를 하면 할수록 추가적인 이슈와 절차가 발생할 것 같았고, 혼자 대응하기에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변호사님들께서 TF를 공동으로 대응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제안을 주셔서 희망하는 변호사님을 모아보게 되었습니다. 

권영국 기억하기로는 이주현 변호사가 서울에서 토스 받아서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이 문제가 포항 시민사회단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한동대 대학생 부당징계 공동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대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북노동인권센터로 참여요청이 들어와서 저는 처음에는 소송이 아닌 공대위 활동의 측면에서 참여했습니다. 참여해서 보니까 이주현 변호사님이 소송 대응을 혼자 맡고 있었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건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동대가 기독교 사립학교이고, 지역적으로도 보수적인 지역에 위치하다보니 개인이 담당하기에는 부담이 될 것 같아서 대구지부에 제안해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재형 대구에서 인권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시민단체 또는 당사자들은 민변 대구지부에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직접 알고 있는 변호사에게 연락합니다. 아니면 민변 본부에 연락을 하지요. 그래서 처음 사건을 소개 받은 회원이 그냥 맡아서 처리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부까지 사건이 안 넘어오니까 민변 차원에서 사건 집적이 되지 않고,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대구지부 인권센터를 만들고, 기금도 만들어보자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신문을 보고 이 소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에게 사건이 왔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인권위 진정 이야기도 나오게 되어서 인권센터에서 변론 지원이라도 신청을 해서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주현 변호사님 혼자 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TF를 만들자고 말을 한 것이지요. 저와 이주현, 예현주, 김동창, 권영국 변호사님까지 이렇게 다섯 명이 먼저 시작을 했습니다. 민변 대부지부가 함께한다고 하니 권변호사님이 함께 하시는 포항의 공대위와도 협력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지역은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대구에서 민변에, 그리고 TF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예현주 민변 가입한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해온 일이 너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민변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일거리가 어디 안 생기나 하고 기다리는 중에 이 사건이 있다고 해서 “저요”하고 손을 들었어요. 근데 사실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들어보니 머리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처음에는 가슴으로는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두고 당사자 학생과 통화를 하고, 직접 이야기하고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현주 변호사.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 손부터 ‘번쩍’ 들었다.

 

이주현 대구 지역의 보수성에 대해서 말씀해달라고 하신 것 같은데, 대구지부 변호사님들만 보더라도 성인지감수성으로 구분을 해본다면 그 스펙트럼을 매우 넓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지부 변호사님들의 총체적인 견해를 모아보는 자리가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우리 지부가 역량이 된다면 세미나나 모임이 운영되었을 텐데, 아무래도 모이기도 힘들다보니…….

권영국 정치적인 성향을 두고 얘기를 하자면, 서울본부와 그렇게 다르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성인지감수성을 두고 얘기하자면 확실히 이성애, 남성중심으로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예현주 사실 저 스스로도 성인지감수성이 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LGBTI의 개념을 이번 사건을 하면서 알았으니까요. 이번 사건도 내용을 알기 전에 지원부터 했으니까 성소수자 이슈에 관한 내용은 전혀 몰랐던 거죠. 지난 민변 32차 총회 끝나고 대구로 돌아갈 때 소수자인권위의 김동현 변호사님하고 같이 차를 탔는데 김변호사님이 ‘애인’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시더라구요. 그냥 ‘남자친구’라고 하면 될 텐데, 저에게는 애인이라는 표현이 되게 낯설었습니다. 상대방의 성지향성을 모르는 상태니까, ‘남자친구’, ‘여자친구’라는 표현으로 상대방의 성지향을 단정하지 않고 애인이라고 광범위하게 표현셨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어요.

권영국 이 사건에 참여했던 사람들마다 동기가 다 다를 수 있겠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성소수자의 인권침해 문제보다, 대학이 학생들의 학내에서 강연 개최를 제재하고, 이를 징계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용납이 안 되어서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더 많이 배워가게 되었습니다. ‘폴리아모리(Polyamory, 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개념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알게 된 개념입니다.

정재형 TF를 만들자고 한 것은 여럿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이주현 변호사 혼자해도 아주 충분했지요(웃음).

권영국 팀을 만든 것이 정말 좋았다고 보는 이유는,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소수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성소수자에 맞서는 사람들은 돈과 조직력을 갖는 세력이었습니다. 상대편의 뒤에는 학교가 있었고 교회가 있었으니까요.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것을 법정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권영국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는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사람은 소수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법정에 출석할 때에도 대리인단의 모든 분들이 함께 하셨나요?

예현주 웬만하면 다 같이 가려고 했습니다. 적어도 3명 이상은 항상 함께 출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권영국 신도들이 법원에 나와서 중보기도를 하면서 포항지원이 때 아닌 호황을 누렸습니다. 박근혜 재판과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방청객석이 가득 찼어요. 들어오지 못해서 복도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로.

예현주 처음에는 변호사들 10명 이름을 올렸더니 왜 이렇게 많이 이름을 올렸냐고 상대편 측 방청온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그렇게나 많은 변호사들이 왜 동성애를 왜 옹호하냐고.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되었던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차별에 중점이 있는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쪽인지요.

권영국 이 사건 시작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성노동’을 주제로 동아리에서 페미니즘 강연을 기획했는데, 학교에서는 이 문제를 미묘하게 동성애 문제로 비틀었다고 봐요. ‘성노동’이라는 주제 자체가 기독교 내에서도 사람마다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는 문제인데, 경북 지역에서 수용되는 정도는 낮다고 봅니다. ‘성매매’나 ‘성노동’ 주제로 강연을 한다거나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의 얘기가 나오게 되었고 학교에서는 이러한 주제의 강연이 자신들의 기독교 교리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동성애’로 표현하고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으로도 전달하기에 쉽다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강연장에 ‘자유 섹스 조장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답답한 것은 동아리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주최한 강연인데, 학교가 아니라 총학생회가 강연 반대시위를 했다는 점입니다. 논점이 비틀어진 것이 문제였습니다. 페미니즘 강연이었지만 내용적으로 학교입장에서 쇼킹하다고 받아들인 거예요. 보수적인 기독교에서 교리의 입장,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적 시각에서 보니 해당 강연에서 다루는 여러 측면의 자유분방함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후에 강연을 지원했던 학생을 찾아서 징계·규제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사건의 당사자 학생은 동아리의 당시 멤버는 아니었고 전(前) 회원이었는데, 열심히 강연을 지원했던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강연 포스터.

 

정재형 주최 단위는 ‘들꽃’이라는 모임입니다. 처음에 학교 내 청소노동자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동아리였습니다. 청소노동자를 위한 휴게공간도 마련해 보자고 기독교적 ‘박애’의 관점에서 출발한 모임이고, 그런 과정에서 공부도 해보자고 하여 이번 강연도 개최한 것이구요.

권영국해당 강연은 시리즈로 연속되는 페미니즘 강연 중의 하나였습니다. 학교입장에서는 사회정치적으로 가장 앞선 주장들이 있는 강연으로 볼 수 있었고, 실제로 초청된 사람들도 그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징계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결국 학교가 문제 삼고 싶었던 것은, ‘폴리아모리’였습니다. 실제로 채플과 강의 시간에 교수가 학생을 징계한 이유를 공공연히 떠벌렸습니다. 그러면서 ‘“암세포”와 같이 살 수 있겠느냐’고까지 말했다고 합니다.

이주현 학교 측에서 명시한 사유는, 교직원에 대해 언행이 심히 불손한 자, 집회를 주동한 자, 학교의 명예를 훼손케 하는 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성애 강의를 SNS로 생중계하고 허위 인터뷰를 통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았다고 한 것이에요. 징계 처벌 이전 단계에서 특별지도를 하는데 그 특별지도에 불응했다는 사유도 표면적으로 내걸었습니다. 지금 사건의 징계 수위가 무기정학인데, 학칙에 규정되어 있는 무기정학 사유를 보면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기정학의 징계를 내린 선례로 성폭력 특별법상 카메라 이용 촬영죄에 해당하는, 그러니까 여자화장실을 촬영한 학생에게 해당 학칙을 적용한 건이 있습니다. 학교는 이 이번 사건이 그 정도의 불법성이 있는 아주 중대한 일이라고 본 것이에요.

권영국 특별지도라는 것이 내용적으로 보면 ‘회개하라’ ‘반성하라’ 이런 것이에요. 학교 이념이나 정책에서 볼 때는 학생의 생각이 (학교의 이념에) 위배되니, 회개하고 반성하면 징계까지 가지 않고 절차를 끝내겠다는 것인데, 그 과정이 특별지도입니다. 그렇게 ‘특별’하진 않습니다(웃음).

정재형 독특한 성경 해석론에 기초해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었다고 봐요.

권영국 대형 교회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곳이니까 일반적인 비기독교인의 시각, 또 보통의 기독교인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들의 표현으로는 매우 ‘근본주의적인 입장’에 있다고 했어요.

정재형 포항이라는 지역적 특이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포항이 30년 전만하더라도 경주 옆에 있는 작은 도시에 불과했는데 포항제철이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경제적 상황이 변했고, 그것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개신교 교세가 상당히 강합니다. 대구경북은 보통 불교의 영향이 강한데, 유독 포항의 교회가 상당히 대형화 되어있고 또 많습니다.

예현주 한동대 학생 대부분이 수도권 사람들인데, 수도권에서 포항까지 내려올 수 있는 이유가 종교의 힘 때문이라고 듣기도 했습니다. 재판에 갈 때도 같이 기도하자고 한다는 등의…… 들꽃 멤버도 기독교인이고 수도권에서 내려온 학생들입니다.

정재형 학생이 학교로부터 공격이나 비판을 받으면 당연히 총학생회에서 학생을 위하여 나설 줄 알았는데, 그런 배경이 있어서 그런지, ‘다 같이 회개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말씀해 주신 내용은 기사로는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입니다.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교육, 자치보다는 학생과 학교 또는 교단과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권영국 다른 측면에서, (학교에 동조했던) 총학생회 학생들은 자신들이 기독교 신앙에 충실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의식이 내재화 되어있을 수도 있구요. 실제 그 학생들하고 얘기한 것은 아니어서 정확히 어떤 입장인지는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렵겠습니다. 학교의 지침에 충실한 학생회 간부도 있을 것이고, 또 성소수자 학생이 “가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학생을 “구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사건 대응 절차는 어느 단계에 있나요.

이주현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고 인권위가 징계 취소 권고가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한동대에서는 권고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회신을 보냈어요. 인권위 진정 권고 결정이 나오는 동안, 교무실장이 채플이나 수업시간에 했던 아까 말씀드린 발언에 대해서 민사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쌍방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고요. 무기정학 처분 자체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인터뷰일 기준) 지난주에 소장을 접수했고, 가처분 신청도 조만간 신청할 예정입니다.

권영국페미니즘 강연회가 있고 난 후,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생처장, 교무처장, 전 입학처장 등 교직원들이 계속 개인을 특정하여 성적 지향을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노골적으로는, 이 학생을 징계하는 이유에 대해 ‘사실은 폴리아모리 때문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요. 아웃팅을 하는 것이죠. 우리 TF팀에서는 대학교에서 학생의 성적지향을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공개하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 제동을 걸어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지난 민변 총회 직전에 판결 선고가 난 사건은 바로 그 아웃팅 행위에 대해 정신적 손해를 구하는 손해배상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징계보다도 오히려 손해배상 사건이 주목받은 것이에요. 그런데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위 손해배상 청구를 한 이후에 문제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오히려 학교와 이를 지원하는 교회들 내에서 가해자 본인들이 순교자이고 피해자인 것처럼 인식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명예훼손 1심 판결 기자회견 (2019. 5. 6.) ⓒ뉴시스

 

 

학교로서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겠지요.

권영국 그렇지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게 되면, 기독교 전체적으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할 수 없게 되는 문제, 굉장히 큰 문제가 발생하다고 보았습니다. SNS를 통해 전국적인 중보기도로 이어졌어요. 학교가 있는 포항지역만이 아니라 교단이 연결되어있는 도 단위까지 전국적으로 이 사건에 관한 내용이 전달되었습니다. ‘xx월 xx일 재판이있다’고요. 마치 성전(聖戰)을 치르는 것처럼 여기서 지게 되면 큰 일 난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결국은 피해 당사자의 부모님들까지 알게 됩니다.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확대되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몰랐습니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공개하고 회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인터넷의 글들을 추려 포항경찰서에 형사고소를 했는데, 다 타관이송이 되었습니다.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많은 신도들이 해당 내용을 공유했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나는 거지요. 블로그나 카페에 글을 쓴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 있으니까요.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민사에서는 청구기각되었던 피고 교수 또한 피해학생에 대한 내용을 전송해서 조사를 받고 구약식기소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재형 사실 형사고소는 학생들에 대한 추가적인 명예훼손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조심해야겠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현주 실제로 피해자에게 사과한 사람들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과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사자분께서 취하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성적지향을 밝힌 것을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조금 모순되어 보이는 듯 하기도 합니다.

예현주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폴리아모리’라고 해서 명예훼손이라고 한다면, 우리들 스스로도 폴리아모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 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권영국 그게 쟁점이었습니다. 누구든지, 이성애든 동성애든, 폴리아모리든,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데 강제로 아웃팅을 당했을 때 사회적 평가가 훼손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고, 어떻게 주장해야 할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예현주 ‘폴리아모리’를 중립적으로 보고 사람들이 글을 게시한 것이 아니라 이를 비난하기 위함이 목적이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권영국피고 교수 3명 중 1명에 대하여 손해배상이 인정되었습니다. 판결문을 잘 읽어보면 폴리아모리를 악의적으로 비난하려 했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사회 현실의 여러 가지 인식이나 상황을 보면 폴리아모리 그 자체로도 사회적으로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도 있어요. 실제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 피고 교수는 “‘곰팡이, 암세포’와 같이 살 수 있어요?”라고 한 사람입니다. 물론 폴리아모리를 직접적으로 곰팡이, 암세포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맥락상으로는 두 개념을 연결시킨 것이지요. 그래서 판사는 폴리아모리를 매우 악의적으로 비난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신도들이 중보기도를 진행할 때, ‘여기서 지면 뿌리째 흔들린다,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기도내용으로 했다고 합니다. 마치 자기들이 기독교를 대표해서 소송을 하는 것처럼, 일종의 성전인 것처럼,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동아리 활동하시는 분들이 학교에서 더 힘들어지셨겠습니다. 특히 기독교 내에서는 훨씬 더 소수자일 텐데, 소송 결심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재형 판결이 나기 전에 간사님이 물었어 . “변호사님, 지면 어떡해요?” 하고요. 그런데 져도 해야 하는 소송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학생이 본인이 믿었던 기독교 신자들이 자신에게 이렇게 대했다는 것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소송에서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민변 변호사들이 옆에 함께 서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혼자 있는 것이 아니고, 양심 있는 변호사들이 자기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재형 변호사. 정재형 변호사는 지지해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국 이번 사건의 진행은 순서가 거꾸로 되었었어요. 징계를 받았고, 명예훼손(2차가해)은 나중에 나타났는데 2차 가해에 대한 대응이 먼저 이루어졌고, 징계에 관한 무효확인청구 소장은 지난주에 접수했으니까요. 대학이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토론의 자유 이런 것들을 보장해야 하는 공간인데, 이런 공간에서 본인들과 생각이, 사상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학생을 공격하고 마음대로 징계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 초기에는 중점적으로 문제가 제기 되었습니다. 많은 사립대학들이 갖고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종교의, 신앙의 문제를 가지고 탄압했지만 다른 대학은 또 나름의 다른 문제들이 있어요. 재벌로부터 지원받는 대학의 경우 학생들의 자유로운 비판에 대해서 굉장히 제약하고……. 어느 순간부터 학칙에는 학생들이 교내에서 시위나 집회를 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기도 합니다. 국가인권위가 지적했던 것 중,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들어가 있는데, 이런 문제는 우리 80년대 모습과 똑같아요(웃음). 그런데 그 시절에, 학교에서 토론회한다고 학교가 제재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요? 그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에도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자본이 학교를 장악하면서 집회나 표현의 자유가 훨씬 제약되고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이 사건이 동성애 문제나 성차별 문제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는데, 표현의 자유 제한에 관한 문제제기를 방어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오히려 프레임을 성차별 문제로 가져간 측면도 있습니다.

이주현 학교 측의 전략이 어떤 면에서는 먹혀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위축되어 있고요. 실제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소수자 학생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인권위 결정을 기다려보자고 했는데 결정이 나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이 징계 자체가 무효라는 것을 민사소송을 통해 확인받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가처분 결정으로라도 주장의 정당성을 먼저 확인 받는 것이 학생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데도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재형 우리도 같이 점심 먹으러 가다가 회원들이 갑자기, “정변, 우리랑 생각이 안 맞으니까 이제 민변에서 나가! 너 이상해.”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적한테 배척당하면 반박하면 되지만, 적이 아니잖아요. 학생 본인이 극복하고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살아갈지, 아니면 평생 그 상처를 가지고 살아갈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후자라고 할지라도, 한동대 내에서는 그렇게 했지만 학교 밖에서 본인을 지지해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겠지만요.

 

인터뷰에 참여한 변호사분들의 대리인단 참여 동기는 제각기 달랐습니다. 하지만, 정의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소수자가 ‘소수자’가 아닐 수 있게 하는 활동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는 일맥상통하였습니다. 사건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터뷰가 진행되다보니, 대구지부 소속 변호사님들 특유의 유쾌함과 쾌활함을 인터뷰 안에 온전히 담아내기 쉽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단체 사진으로나마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가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