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정위][논평] 국내 첫 테러방지법 위반 사건 선고 하루 전 IS 관련 수사 보도, 그 의도는 무엇인가

2019년 7월 8일 minbyun 204

 

[논평]

국내 첫 테러방지법 위반 사건 선고 하루 전 IS 관련 수사 보도,

그 의도는 무엇인가

 

1. KBS는 지난 목요일(2019. 7. 4.) 21:00경 단독으로 “현역 군인 ‘IS 가입 시도’ … 폭발물 점화장치도 훔쳐”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이 후 관련 기사 보도가 수십 건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보도로 확인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1) 피의자인 박모씨가 ‘호기심에서 한 일’이라고 범행 의도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고, (2) 폭발물 점화장치 절도 행위는 2017년 말 소속부대 전입과정에서 이미 확인이 되어 회수조치까지 이루어졌으며, 그 당시 소속부대는 수사의뢰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3) 군사법원은 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두 번 기각하였고, (4) 현재 피의자 박모씨가 제대를 하여 민간인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연합뉴스 2019. 7. 5. 16:49 보도).

 

2. 위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이 사건이 왜 지금 시점에 주목받고 있는지 다소 이해하기가 어렵다. 민간법원보다 구속영장 발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군사법원에서 영장을 두 번씩이나 기각한 점, 소속부대가 이미 2017년에 수사의뢰 대상이 아니라 판단한 점을 고려했을 때, 피의자 박모씨의 행위가 테러 관련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박모씨의 행위를 마치 확정적으로 테러 관련 범죄행위가 발생했다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3. 우리는 이 사건이 국내 첫 테러방지법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기일 바로 하루 전 보도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인천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지난 2018. 12. 6. 국내 폐차장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던 한 외국인 노동자(이하 ‘피고인’)에 대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하 ‘테러방지법’) 위반 사건에서 테러단체 가입 권유 부분은 무죄로 하면서도 테러단체 가입 선동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형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인천지방법원 2018. 12. 6. 선고 2018고단5068 판결).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했고(인천지방법원 2018노4357 사건),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은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고인은 본국에서 정부군으로부터 가족들이 살던 집이 파괴되는 등 피해를 입고 반정부군을 지지하게 된 사람이었다. 그래서 피고인은 IS가 출범할 당시 정부군에 적대적인 IS 활동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IS의 반인권적 행위를 지켜보며 피고인의 입장은 IS를 비판하는 입장으로 변화했다. 피고인은 IS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을 당시에만 SNS에 IS 관련 동영상과 게시물을 공유했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피고인의 SNS 활동을 테러단체 가입 권유 및 선동행위로 규정하여 피고인을 구속 기소했던 것이다.

 

4.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선고기일을 2019. 7. 5. 13:50으로 지정했었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이전 마지막 공판기일에 피고인의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검찰에게 법리와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석명을 요청했다. 즉 피고인의 행위가 테러단체 가입 권유 및 선동행위에 이르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판결을 내리겠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갑작스레 판결 선고기일 전 날이자 박모씨의 사건이 보도된 날인 2019. 7. 4. 선고기일을 2019. 7. 12. 13:50으로 1주일 연기했다.

 

5. 우리 위원회는 위 항소심 재판부의 갑작스러운 선고기일 연기가 위 박모씨의 사건 보도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더불어 국내 첫 테러방지법 사건의 선고기일 하루 전 박모씨 사건에 대한 대대적 보도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 위원회의 우려와 의심이 부디 기우이기를 바란다. 항소심 재판부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국내 첫 테러방지법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선고하기를 기원한다.

 

6. 한편 테러방지법은 지난 박근혜 정부와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야당 국회의원들의 최장시간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했던 법률이다. 지난 정부와 여당은 범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결국 ‘테러’라는 공포를 이용하여 헌법상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테러방지법으로 인한 인권 침해상황이 구체적인 사례로 드러나고 있다. 현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의 남용의 현실을 직시하고, 조속하게 폐지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2019년 7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조지훈(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