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위][논평] 대법원장은 스스로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2019년 7월 8일 minbyun 149

 

대법원장은 스스로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 2019. 7. 5. 대법원의 ‘사법행정자문회의 규칙안’에 대한

민변 사법위원회의 입장

 

대법원은 오늘(2019. 7. 5.) ‘사법행정자문회의 규칙안(이하 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제정의 목적은‘종래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의하여 독점적‧폐쇄적으로 이루어져 온 사법행정에 관하여 그 투명성을 제고하고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종래에도 자문기구는 있었다. 자문기구가 없어서 사법농단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결국 핵심은 그 기구가 실질적으로 대법원장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대법원장의 권한행사를 추인해주는 허수아비 기구가 또 하나 만들어지는 것일 뿐이다.

 

대법원이 입법예고한 규칙안은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1. 위원의 과반수 이상을 법관이 차지

 

규칙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자문기구는 대법원장 1인,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법관 2인,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법관 3인,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으로서 법관이 아닌 위원 4인 총 10인으로 구성된다. 2명을 추천하는 전국법원장회의는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법원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문회의 비법관 위원 4명도 대법원장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규칙안에는 비법관 위원의 선출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대법원장이 임의로 법관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지명할 수 있다. 결국 대법원장을 제외한 9인 중 6인이 친 대법원장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될 수 있고 나머지 3인 또한 법관이라는 점에서 자문회의가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법원장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들러리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법관들의 폐쇄적 문화, 특권주의, 조직보신주의는 사법농단 사건 내부 조사과정에서의 은폐와 현 재판절차에서의 지연전략 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사법행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재판받는 국민들의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자문회의에 비법관 위원이 과반수 이상이어야 하며 인사분과위원회에도 비법관의 참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2. 자문회의가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큼

 

규칙안에 따르면 자문회의는 1년에 4번 모이는 것이 전부인데다가 위원들은 모두 비상근이다. 비상근위원들이 1년에 4번 모여서 사법행정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자문기구는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안을 처리하는 거수기 노릇을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3. 법원행정처 탈판사화

 

대법원장은 내년 법관 정기인사에서 상근법관의 수를 줄여 2018년 대비 절반정도까지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이 35명이었으니, 내년은 17명 정도를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의 탈판사화를 공언하고서도 2018. 12. 국회에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서 탈판사화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법률상 법원행정처에 판사가 근무를 할 수 있는 조항을 남겨놓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대법원장이 오늘 밝힌 바대로 하더라도 대법원장 임기 내에 탈판사화를 완료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사법행정개혁의 핵심 중 핵심은 법원행정처의 탈 판사화임을 다시금 명확히 밝힌다.

 

대법원은 규칙안이 진정한 개혁안이 될 수 있도록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의 의견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길 촉구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이 이제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대법원의 반개혁적인 규칙안이 국회에서의 개혁 논의에 일종의 가이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법행정개혁의 완성은 결국 법원조직법의 개정 등 법제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사개특위는 이제라도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사법행정개혁이라는 시대의 임무를 완수하여야 할 것이다.

 

 

2019. 7. 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위원장 김 지 미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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