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위][논평] 대한민국의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조치와 검역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한 WTO 항소기구의 판정은 지극히 타당하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을 강화하라.

2019년 4월 12일 minbyun 60

[논평]

대한민국의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초지와 검역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한 WTO 항소기구의 판정은 지극히 타당하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을 강화하라.

 

2019. 4. 11. WTO 항소기구(Appellate Body)는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조치와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 검출시 추가적으로 17개 핵종 검사증명서를 요구한 조치가 WTO SPS 협정(Agreement on the application of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다. 이는 매우 타당한 판정으로 평가된다.

이번 WTO 항소기구 판정의 요지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SPS 협정 5.6조의 해석적용의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서, “한국이 적정한 보호 수준 이상으로 과도하게 무역을 제한하였는가”라는 쟁점에 관한 판단이다. 한국은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을 취하면서, 식품의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ALOP(appropriate level of protection)를 세 가지 요소로 구성한 바 있다. 그 세 가지 요소는, 1) 보통의 환경에서 존재하는 방사능 수준, 2) 합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가능한 한 낮은 수준(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3) 연간 방사능 노출이 1mSv/year 이하의 수준이었다. 1심 과정에서 일본은 자국 식품의 방사능 수치 기준이 이 한국의 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한국이 필요 이상의 규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1심 패널은 이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WTO 항소기구는 1심 패널이 이 세 가지 보호 수준 요소 중 마지막 수치 기준에만 집중하여 나머지 2개의 요소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일본의 주장을 채택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둘째, SPS 협정 2.3조의 해석·적용의 문제로서, 쟁점은 “한국이 일본산 수산물을 차별하였는가”였다. WTO 항소기구는 1심 패널이 유사한 조건 하에 있는 나라들을 차별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그 기준을 일본산 수산물과 다른 나라 수산물의 특성만을 놓고 비교한 잘못이 있다고 판정하였다. 즉 유사 조건하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지 상품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나라의 영토적 조건(territorial conditions)도 비슷한지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데 1심 패널은 이를 고려하지 아니하였고, 결국 수산물이란 상품이 방사능으로 오염된 영토(토양과 바다)에서 생산된 경우 방사능이 수산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상식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을 취한 것은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셋째, SPS 협정 5.7조에 근거한 잠정조치와 관련된 판단이다. 1심 패널은 한국이 잠정조치의 요건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WTO 항소기구는 일본이 잠정조치 위반 여부를 주장한 적이 없으므로 이를 심리한 것은 잘못이며, 법적 효력이 없는 논외(moot)의 문제라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WTO 항소기구는 1심 패널 판정과 달리 방사능으로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위 ‘셋째’에서 언급된 것처럼, 일본은 한국이 SPS 협정의 잠정조치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다시 WTO에 제소할 수 있는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정부는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이번 WTO 항소기구 판정으로 인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조치의 효력이 유지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고 이 판정을 이끌어낸 정부의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판정 결과와 별개로, 우리 국민들은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수 있는 일본산 수산물이 밥상 위에 올라올 위험이 있는지 알 권리가 있고, 정부의 대응이 적절한지 감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안전성 위험분석과 위험평가 문서의 공개를 번번이 거부하는 등 통상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정부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사회와 소통을 강화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건강권을 보장하고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검역주권을 지켜내는 것은 그 어떤 이익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년 4월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 정석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