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법관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민변의 성명- 이번이 마지막이다. 추가 조사 철저히 실시하라

2018년 1월 31일 minbyun 177

[성명] 법관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민변의 성명

이번이 마지막이다. 추가 조사 철저히 실시하라

새로 구성되는 조사기구에 외부인사의 참가를 보장하고

권력과의 유착 의혹까지 철저히 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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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지난 1. 22. 발표한 조사보고서의 내용은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수준에 한참 미달해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보여주었다. 법원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법률가는 물론이고 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출입하는 시민들도 우리 법원이 폐쇄주의와 권위주의에 젖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법조비리와 막말파동 및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전관예우 문제는 그런 인식이 근거가 없지 않다는 것을 수시로 확인시켜 주었다.

 

그래도 법률가들과 시민들은 법원 내 법원행정처가 금도는 지키고 있을 것으로 보았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동향을 파악한다거나, 권력에 대한 재판에서 재판 당사자들과 의견을 주고받는다든가 하는 행태는 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런 행위는 형사상 범죄에 해당하고 나아가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바, 정의와 공평을 신조로 삼는 법원의 내부기관이 차마 그런 행태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가 그런 행위를 한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의혹의 대상을 전부 조사하지 않고 일부에 대해서만 하였는데도 그런 점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 우리 모임은 그 직후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던바, 그런 심정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리고 같은 법조인으로서 큰 자괴감을 느끼고, 국민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을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이제 법원을 바로 세워야 한다. 법원의 개혁 과제는 널려 있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법관 블랙리스트 사태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의 강구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는 위 사태와 관련 종국적으로는 검찰의 수사를 통해 진상이 가려져야 하고 책임자에 대해서는 형사상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범죄로 단죄될 수 있는 여러 의혹들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 사태의 종착점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종착점은 이 추악한 상황으로부터 진정한 법원 개혁이 시작되고 완수되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과 수사와는 별도로 법원의 자체 조사와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의 조사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사자인 법원 스스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 앞에 드러내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하는 것만이 우리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밝힌 추가조사기구의 구성에 주목한다. 이 기구가 구성되어 조사활동을 시작하면 세 번째 조사가 진행된다. 세 번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다면, 그로 인한 책임은 전적으로 법원에 있다. 이에 우리는 법원이 비상한 각오로 세 번째 조사에 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세 번째 조사의 성패는 추가 조사 기구의 구성과 권한에서 좌우될 것인바, 그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추가조사기구에 외부인사의 참가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추가조사의 투명성과 철저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둘째, 추가조사기구의 조사대상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 개봉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전 조사에서 추가조사위원회는 임종헌 전 차장의 PC는 확보하지도 못했었던바, 그런 오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법원이 소유한 PC를 대법원장이 임명한 추가조사위원회가 열지 못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셋째, 암호가 설정되어 있는 760개 파일의 개봉도 반드시 추가조사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파일들은 임의로 확인한 파일들이 아니고 주요 단어로 검색했을 때 추출된 파일들이다. 그런 파일들에 암호가 설정되어 있다면 그 속에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추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암호 설정자의 확인 없이도 기술적으로 개봉이 가능하다면 외부 전문가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개봉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사용자들에 대한 인적조사를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그들이 끝까지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는, 비밀번호의 설정 시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여 증거인멸죄와 업무방해죄 등의 성립 여부를 판단한 뒤 검찰에 고발하고 내부 징계를 행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이번 추가조사에서는 단순히 사실관계의 확인에 그쳐서는 안 되고 판사가 판사에 대해 광범위하고 집요하게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가능했던 원인과 시스템을 밝혀내야 한다. 우리는 소위 엘리트 법관들이 법원행정처에 포진하여 자신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는 것이 그 원인들 중 하나라고 보는바, 이번 기회에 법원행정처의 상근 판사 숫자를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 역시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다섯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에서 드러난 권력기관과 법원행정처의 유착관계 역시 이번 조사에서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추가조사위원회는 추가조사 시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염두에 두고 파일 추출 검색어로 ‘성향’, ‘동향’,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의 이름’ 등을 사용하였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파일은 ‘성향’과 ‘김동진’이라는 검색어에서 추출된 파일이다. 즉, 추가조사에서 발견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관련 파일은 우연히 추출된 것이다. 권력기관과 법원행정처의 유착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위를 놓고 볼 때, 만약 검색어로 ‘청와대’, ‘BH’, ’국정원‘, ‘민정수석’ 등을 검색어로 사용하였을 때 어떤 파일들이 추출될지 알 수 없다. 이미 일부의 물증이 나왔고, 전 정권의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상상치도 못한 행태를 보여 왔던 것에 비추어 보면, 둘의 유착과 부적절한 거래에 대한 조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국민들은 대법관을 조롱하는 시를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있고, 법관이 하는 판결에 대해 배경과 인적관계를 궁금해한다. 암기력과 분석력이 뛰어났다는 것만으로 판단의 권능을 부여받은 법관은 시민의 일상생활과 공적활동의 많은 면을 좌지우지하는데 시민들과 교감하거나 화합하지는 않고 있다. 지식은 시간이 간다고 지혜로 전환하지 않고, 암기력과 분석력이 통찰력과 분별력을 낳지도 않는다.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이 드러났는데도 진실한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책임회피성 변명부터 한 대법관들의 행태는 이런 점을 극명히 드러내 준다. 당시 대법관도 아니었던 사람들의 변명은 재판에서는 바로 탄핵당할 허술한 자기 방어에 불과했다.

 

권위를 잃은 법관은 메마른 오아시스보다 쓸모가 없다. 우리는 법원에게 허락된 단 한 번의 기회를 통해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고,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를 바란다. 위기가 기회라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곧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부임하여 제반 조치를 취해나갈 것인데, 그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추가조사기구가 위와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절절한 심정으로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향후 지금의 상황이 ‘블랙리스트 사태’나 ‘사법파동’으로서가 아니라 ‘법원의 개혁 시점’으로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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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