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피해자 목소리를 외면하는 특별법은 적폐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회적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2017-11-23

[성명]

피해자 목소리를 외면하는 특별법은 적폐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회적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가장 지독하게 방해하고 끝까지 감추려고 했던 것이 바로 4.16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다. 그리고 숫자를 제대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피해자들의 피맺힌 절규에도 그들이 가장 철저하게 외면했던 것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였다. 촛불의 겨울동안 시민들은 한마음으로 잘못된 적폐청산을 외쳤다. 가습기살균제 ·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도 언제나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했다. 광장은 참사 피해자들의 희생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공동의 책임이며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 참사’라고 답했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낡은 적폐의 상징은 탄핵되어 수인의 몸이 되었고, 광장에 찾아온 봄은 새로운 정권의 출범과 함께 했다. 법원은 적폐세력의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강제해산이 위법하였음을 뒤늦게 확인해주었다. 중도에 멈춰버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그동안 외면되어 왔던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실을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피해자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며, 다시는 이런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독립 기구의 구성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촛불과 함께 지난 12월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특별법안도 바로 내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적폐세력의 끈질긴 진상규명 방해와 사상 초유의 특조위 강제해산이라는 무기력한 실패를 경험했다. 다시는 이런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첫 단추부터 올바르게 채워야 한다. 암울한 적폐시대에 간절한 소망의 씨앗을 품고 만들어진 특별법을 다시 적폐세력의 손에 놀아나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과반수가 넘는 152명의 국회의원들이 특별법 입법취지를 반영하여 피해가족들이 제안한 ‘사회적 참사 특별법 수정안’의 처리를 약속했다는 점이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도 40명의 소속의원 중 32명이 수정안 처리를 약속했다. 국민에게 한 약속만큼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한다.

 

특별법의 내용에도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적폐세력은 조사기구 구성에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독립적인 조사기관을 위법하게 강제로 해산시킨 당시의 적폐세력은 조사기구의 구성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조사 대상 스스로 조사기구 구성원을 추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처음 발의될 당시에 9명의 특별조사위원 중 야당에 6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적폐세력의 부당한 조사방해를 막고, 독립적인 조사를 위한 조치였다. 촛불의 힘으로 야당으로 밀려난 적폐세력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노골적인 조사방해와 진실은폐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되려 야당 몫의 조사위원 추천권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파렴치한 일이다.

 

둘째, 조사위원회의 구성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너무 늦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00일이 지났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도 벌써 6년 전이다.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여야 합의를 통해 특조위원을 추천하더라도, 특조위원 중 6명 이상 선임되는 경우 위원회를 구성하여 바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가지는 위원 추천권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위원회의 활동을 조력하기 위한 것이지, 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피해가족들의 의견이 충분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자료에 따라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망자는 1,092명, 피해자는 5,226명에 이른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304명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 생존피해자들이 있다. 참사 피해가족들이 그동안 겪은 아픔은 몇 줄의 글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다. 피해가족들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외면할 이유는 전혀 없다.

 

겨울보다 더 추웠던 봄날이 많았다. 촛불의 겨울을 지나면서 이제야 우리는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사회적 참사로 부를 수 있었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다시금 적폐시대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사회적 참사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부족함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남은자들의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국회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한다.

 

2017. 11. 2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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