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논평]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대법원의 퇴행적 판결을 규탄한다.

2016-08-24

[논평]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대법원의 퇴행적 판결을 규탄한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박보영)은 2016. 8. 24.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퇴직금 청구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하였다(2015다253986). 우리 모임은 대법원의 퇴행적 판결에 큰 실망을 표하며,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불안정하고 열악한 지위를 간과하고 2006년 이후 조금이나마 개선되었던 근로자성 관련 판례 법리를 역행한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새로운 설시를 하지 않은 채 하급심을 그대로 승인하여 상고기각 판결을 하였고, 출퇴근 시간, 수수료 지급 형태 등을 주된 근거로 삼은 다음,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점도 사유로 언급하면서,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이 2006년 시간강사 판결(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에서 근로자성의 판단지표를 구체적 지휘·감독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바꾸고, 취업규칙 적용 여부에 대해서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 요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기준을 완화한 흐름에도 역행하는 기준 적용이다. 또한 여전히 현실의 다양한 취업, 고용형태 및 그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화석화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법 적용을 면하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비전형적 고용 형태가 사회전체로 확대되고, 일자리는 점점 더 불안정하고 열악해지고 있는 현실인데도, 법원이 여전히 사회·경제적 종속성의 문제와 근무형태의 실질에 눈 감으며, 드러난 형식에 따라 노동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변칙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집중 직종(골프장 캐디, 보험모집원, 학습지교사 등)에 대해서는 이를 마치 여유로운 부업이라도 되듯 부수적이고 이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면서 근로자성을 쉽게 부인하는 선입견이 이번 판결에도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대법원 공보관실은 같은 날 보도자료에서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그러한 편견을 드러내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노동법상 사용자책임을 회피하는 사용자의 탈법에 면죄부를 주어 왔던 법원이, 진전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2006년 이후 판례 흐름보다도 못한 판결로 다시 한 번 큰 실망을 주었다. 부디 이러한 퇴행을 중단하고, 노동관계의 실체를 진지하게 탐구하여, “계약의 형식보다는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스스로의 기준을 제대로 적용할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 

 

2016년 8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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