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논평]진정한 국민화합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특별사면이 되어야 한다

2016-08-12

[논평]진정한 국민화합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특별사면이 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중소․영세 상공인, 서민 생계형 형사범, 불우 수형자 등 4,876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였다. 그 중에는 조세를 포탈하고 횡령, 배임으로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포함되어 있다. 특별사면 가능성이 점쳐졌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되지 않아 작년에 비해서는 여론을 의식한 사면으로 평가할 수 있겠으나 여전히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특별사면의 취지와 역할을 발휘한 사면이라 보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해에는 형 확정판결 6개월 이내인 경우 사면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그런 점에서 이재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절차적 통제가 필요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조세를 포탈하고 횡령, 배임으로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으므로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를 제안하겠다고 했던 대기업 경영자로서 중대범죄를 저지른 자에 해당한다. 또 이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7월 11일경 광복절 특별사면을 언급하자 7월 19일 돌연 대법원에 상고취하서를 제출하고, 22일 벌금 252억을 일시금으로 납부했다. 형이 확정된 지 한 달도 안되어 특별사면 및 복권이 된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스스로 정한 기준마저 지키지 않을 정도로 자의적으로 남용되었다.

사면권은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므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 원칙과 기준, 대상과 범위 또한 헌법 정신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권력분립원칙의 예외로서 법과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 발생하는 일시적 간극을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남용되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여 납득할 수 있는 원칙에 따르되 법치주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사면권을 최소한으로 행사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며 경제회복을 위한 특별사면을 언급하였을 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화합의 가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메시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오늘까지 11번의 특별사면이 이루어지는 동안 재벌총수와 정치인들이 감옥문을 열고 유유히 걸어나왔으나 지금도 감옥에는 47명의 양심수가 갇혀 있고, 이들 중 단 한명도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엔인권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인권기구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에 대하여 심각하게 경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그 외에도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하여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 노동자로서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마지막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 불의에 저항하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자 싸웠던 사람들, 마을을 지키고 삶의 터전을 보장받기 위해 대항했던 사람들에 대한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보여준 경직된 태도에 대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진정한 화합을 추구할 수 있도록 단초를 마련하였어야 했으나 이는 고려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진정한 사회화합을 위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사면권 행사에 대한 절차적 통제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는 법무부장관이 위원장이 되고 법무부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한 위원들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사면대상자를 상신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 때문에 사면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 화합을 위한 고려가 반영되기 어려운 형국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크게 남용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사면심사위원회 구성의 다양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면기준의 규정, 사면심사과정의 투명한 공개 및 사면권 행사 전 그 내용을 국회에 통보하여 국회의 의견을 청취하여 참작케 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진정한 국민화합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사법부와 국민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2016년 8월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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