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을 바라며 – 민변 10월 월례회 후기

2015년 10월 27일 minbyun 294

맑음을 바라며 – 민변 월례회 후기

– 최경아 회원

 

미세먼지가 이어지던 가운데, 유난히 맑아 다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골목을 만나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바로 다음날이었네요. 끝난 게 끝이 아니라지만 그 해방감이 도드라지는 날이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중간고사라는 단어를 오래간만에 듣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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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맑은 날에 모여서는, 걸었습니다. 정성어린 간식 봉다리와 민변 에코백을 받아들고 세 시간 가량 부암동을 걸었습니다. 골목길 해설사 선생님들은 그 공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공간은 그 이야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오랜 기운을 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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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리고 그 가운데를 걸어나갈수록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소위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갑니다. 한편으론 걱정도 슬며시 드는 것이 근래 “ㅇㅇ길”이라는 호명과 발길이 이어지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따라오기 마련인지라 이 공간은 부디 더 버텨주었으면, 하는 걱정과 감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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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 분들 소개를 들어보니 가족 혹은 가족예정(!)이신 분들이 그득하셨습니다. 가족예정인 분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좋은 추억이 되실 것 같네요. 이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올수록,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서의 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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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땅을 구획 짓는 경계가 건물의 마천루가 아니어서 너른 시야가 펼쳐진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었느냐는 소감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합니다. 곳곳에 빠알갛게 익은 감이 달린 감나무도 많고요. 하수구라고 생각한 철망 아래, 하수가 아닌 맑은 물이 흘러서 놀랐습니다. 물소리에 놀라 보니 물이 갇혀있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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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빡빡한 도시와 빡빡한 삶 속에서 이런 맑음이 좀 더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산책과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하루였습니다. 함께 골목을 걷자는 월례회 안내 문자를 받고도 참 맑아졌었습니다. 수줍게 저도 가도 될지 여쭈는 답장에 환하게 답장을 주시고 또 이런 만남을 준비해주신 회원팀 분들에게 큰 감사를 드리며, 파란 하늘 아래 청자켓이 멋드러져 인상 깊은 어느 분의 사진을 동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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