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노동위][성명]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인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적정인력을 즉각 충원하라!

2014-05-28

[성명]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인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적정인력을 즉각 충원하라!

 

민변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우정사업본부 집배원 노동자들의 중대재해와 관련하여 지난 2014년 1월 주요 책임자인 미래창조과학부장관과 우정사업본부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였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지난 4월 말,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는 내용의 불기소 처분을 하였다. 불기소 처분의 주요 내용은, 피고발인인 장관과 본부장이 집배원들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과 업무지시 권한 등이 없고, 고발인들이 구체적인 법 위반 사실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위와 같은 입장은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심히 부당하다. 검찰의 위와 같은 입장은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직무유기 행위를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는 검찰의 입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이번 고발사건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가지고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처벌 대상자를 선별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고발인들이 구체적인 법 위반 사실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은 수사 의지가 없음을 천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

 

둘째,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이번 고발 사건에 대하여 형식적인 수사로 일관했다. 피고발인 조사는 생략하고, 전국의 우체국에 대한 실질적인 현장 조사도 없이 고발인과 참고인 몇 명만을 불러 조사한 후 졸속적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수 십년간 방치되고 은폐된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의 법 위반 실태는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와 현장 조사가 병행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치는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셋째, 얼마전 은수미 의원실과 민변 노동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최근 3년간(2011년~2013년)의 집배원 노동재해 실태를 분석한 결과,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 노동자 중 19명이 사망재해를, 1,163명이 사고와 질병재해를 당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수치 자체가 법 위반 사실을 명백히 드러내 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법의 이름으로 객관적 사실을 가리는 면피성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교통사고나 기상악천후 재해(폭우, 빙판길, 폭설 등)의 근본원인이 집배원 개인의 단순 과실이 아니라, 과중한 배달 업무를 부족한 인원으로 한정된 시간 내에 완료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방치한 점 또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상의 조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처벌 대상이다. 검찰은 이런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다.

 

다섯째,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이번 고발 사건 조사 과정에서 2개 우체국과 1개의 우편집중국을 점검한 결과 안전보건관리체계 미비, 안전 및 보건조치 미비 사항 등을 적발하여 전국 우체국에 확대 적용토록 시정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이 전국 우체국에 만연한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조치가 아닌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단순한 시정조치로 수십년 누적된 노동자 건강권의 무시의 적폐가 해소되리라 믿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이번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수사결과는 심히 부당하다. 우리 모임은 위 결과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이에 우리 모임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인 우정사업본부에 대하여 산업안전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제8조)에 따라 특별감독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교통사고 재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특별감독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교통사고 재해의 근본원인이 사업주의 법 위반 사항과 맞닿아 있고, 교통사고 이외에 다른 재해 유형 또한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노동부의 위와 같은 주장은 자의적인 판단이자, 같은 정부기관에 대한 봐주기에 불과하다.

 

둘째, 우정사업본부의 중대재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조차 인정하는 것처럼 문제의 근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하여 장시간 노동, 중노동, 불규칙 노동이 반복되고, 결국 사망 등의 중대재해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적정 인력을 충원하여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셋째, 안전이 화두가 된 시대다. 정부는 정부기관 자체에서 벌어지는 이와 같은 무지막지한 노동조건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업무시스템과 작업환경의 개선, 항시적인 위험성 평가 등의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

 

넷째, 문제의 근원을 외면한 채 집배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의 자리만 지켜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반드시 요구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집배원 노동자들은 지방선거 특별소통기라는 이유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죽음을 무릅쓰고 배달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죽음의 곡예 끝에 시민에게 전달되는 우편배달을 용인할 수 없다.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고용노동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 등 책임 있는 정부기관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4. 5. 2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강문대

 

첨부파일

140528_성명_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인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적정인력을 즉각 충원하라!.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