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기고 1 : “한미 FTA, 개헌보다 더 큰 충격이다”

2007년 3월 20일 minbyun 60

“한미 FTA, 개헌보다 더 큰 충격이다”  
[한미FTA의 사법충격·1] 통제불능의 규범과 공공성의 위기

2007. 3. 20.

지금 미국 워싱턴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한 막바지 고위급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라 3월 말이면 모든 협상이 종료된다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한미FTA가 이제 ‘막연한 미래’의 일에서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로 우리 앞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가 과연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논의가 있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한미 FTA가 한국의 법 체계에 몰고 올 충격에 주목한다. <프레시안>은 민변 소속 변호사 10인의 목소리를 연속적으로 소개한다.
  
  이들은 “그간 한미 FTA가 헌법과 법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접근은 부족했다”며 “일단 협상이 타결되면 초헌법적인 지위를 갖는 한미 FTA가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내의 법 체계에 어떤 충격을 줄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보기 위해 이런 기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틀로서의 법률체계가 우리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꼼꼼히 짚어보려는 시도인 것이다.
  
  총론에 해당하는 유남영 변호사의 기고로 시작하는 이번 연재는 송기호(농업), 이동직(방송ㆍ문화), 이찬진(보건ㆍ의료), 권경애(금융), 권두섭(노동), 박태현(환경), 황정화(교육), 최승수(지적재산권), 박경신(무역) 변호사 등이 각 쟁점 별로 한미 FTA의 파장을 진단한다. <편집자>

  
  그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한 한미 양국 정부의 협상이 여덟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그 동안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 나라 정부 사이에 쟁점 사항이 조금씩 정리돼 남아 있는 쟁점 사항은 앞으로 고위급 회담을 통해 정리된다고 한다. 이런 속도라면 3월말 경에 한미 FTA 협상은 타결될 전망이다.
  
  한미 FTA의 체결이 한국 사회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매우 논쟁적인 문제이므로 접어두자. 하지만, 이러한 한미 FTA의 체결이 한국의 많은 관련 법령을 수정하여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효과를 낳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것은 산업의 한 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그 이행 과정에서 국내 법령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서비스 교역은 주로 관세 인하 및 수·출입 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품 교역의 경우와 달리, 기존의 국내 서비스 시장을 규제해 온 여러 가지 법률의 수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문 자격사의 시장 개방을 위해서는 변호사, 회계사, 건축사, 의·약사 등의 자격증의 근거 법령을 바꿔야 한다.
  
  도박 시장(관광진흥법), 방송 서비스(방송법), 교육 시장(평생교육법), 금융 서비스(금융실명법) 등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런 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외국 자본의 한국의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런 투자자를 보호하는 투자자 국가 제소권과 같은 FTA 규정에 의해 이중으로 보호된다.
  
  이런 식의 시장 개방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규제가 입법권을 가진 중앙정부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규제가 지방정부에서 이뤄진다. 한미 FTA가 체결돼도 미국의 주법이 규제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또 서비스 시장 개방은 미국보다는 한국에 더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 기업이 한국의 서비스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한국의 관련 법령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국 한미 FTA 체결은 미국의 주법뿐만 아니라 연방의 행정 규제에도 큰 영향을 못 미치는 반면에 한국의 행정 규제 체계는 대폭적으로 수정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이처럼 행정 규제 체계가 한미 FTA에 의해 일단 수정된 이후에는 새로운 조약의 체결 없이는 변경될 수 없다. 만약 행정 규제를 외국 기업에 불리하게 바꿀 경우, 투자자 국가 제소권에 따라 국제 중재를 거치거나, 미국 정부의 보복 조치를 당하게 된다. 즉 헌법은 국민의 요구에 따라 개정할 수 있지만, 미국의 동의 없이 한미 FTA는 수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자체 역량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늘 취약하다는 진단을 많이 한다. 경제문제, 북한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미 FTA의 체결은 이러한 목록에 또 하나의 사항을 추가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을 위해서 우리 손으로 어찌할 수 없는 각종 규범을 만드는 것이 과연 미래를 위한 도약대일까?      
  

  유남영/변호사ㆍ민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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