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고등판무관 –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대담 2004/09/19

2005년 3월 9일 minbyun 108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대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대담
지구촌의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김창국 위원장과 루이스 아버(Louise Arbour)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2004년 9월 16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 제이드룸(2층)에서 대담을 가졌습니다.

이 대담은 이성훈(43세) 팍스로마나(제네바 소재 가톨릭국제인권단체)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분쟁과 대테러과정에서의 인권보호를 위한 노력 △국가보안법, 북한인권, 사형제 등 한국의 인권 현안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1. 분쟁과 대테러과정에서의 인권보호를 위한 노력

1-1 [루이스 아버 인권고등판무관]
– 이번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의 주제는 분쟁과 대테러 과정에서의 인권보호입니다. 내일 대회를 마치면서 ‘서울선언문’을 채택하게 됩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대테러과정에서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서 유엔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하고 있거나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NI가 해야 할 역할에서는 무엇을 강조하고 싶습니까?
⇒ 분쟁과 대테러과정에서의 인권보호는 예방, 진행, 사후 세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예방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존중입니다. 인권존중이 중요한 이유는 분쟁의 뿌리깊은 원인 중 하나가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을 때, 소수자 권리를 보호하지 않았을 때 그것이 분쟁이나 내전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로 인권침해가 나타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방단계에서 인권 존중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분쟁, 즉 폭력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인권존중 실현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때는 국제공동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폭력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는 불처벌의 문제가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전범재판, 국제형사재판소, 남아공 진실과 화해 위원회같은 다양한 제도가 그동안 발전돼 왔는데 이를 통해 분쟁이 얼마나 반 인권적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문제는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테러 과정에서 유엔과 NI 역할은 한 국가가 대테러관련 법안을 만들 때 법적 제한 즉, 국제인권조약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안을 감시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1-2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
– 세계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NI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인권위가 해온 역할 및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이며, 또 그 역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의견 표명이었습니다.(2002년 2월) 당시에 한국에서는 월드컵을 앞두고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우리는 그것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 제정반대의견을 표명했고, 2003년 10월 테러방지법 수정안이 나왔을 때 재차 반대 의견 표명을 했습니다. 기존의 법·제도 등으로 테러에 대한 예방, 처벌, 방지가 가능하고 내용상으로도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외국인차별소지 등이 있으며 국가정보원의 권력남용 소지 등이 크다는 점 등이 이유였습니다. 이는 분쟁과 대테러과정에서의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서 한국적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 보호와 증진은 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과제입니다. 국가기구·국제기구·국내외 NGO 등 협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으로도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데 있어, UN 인권고등판무관실을 비롯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및 국제인권단체와 긴밀히 협력할 것입니다. 안으로는 한국정부가 국제인권규약을 적극적으로 비준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밖으로는 국제사회의 인권현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각 나라의 국가인권기구(NI)가 세계적 인권현안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한국 인권상황

2-1 [인권고등판무관]
– 현재 한국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과거에 비해 나아진 점, 국제적 인권기준에 비춰볼 때 여전히 미진한 점, 개선되어야 할 과제들.
⇒ 지난 3년간 한국 인권상황은 괄목할만큼 개선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가인권위의 창설에 대해 국제사회 특히 유엔에서는 매우 자랑스럽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나라도 인권침해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어제 저는 한국인권단체 및 인권피해자와의 만남을 통해 국가보안법, 양심적병역거부, 정보통신관련 인권침해, 정신대, 이주노동자, 노동자 부당해고 등과 같은 인권침해에 대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은 긍정적 성과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인권침해들을 해결하기위한 지속적인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봅니다.

2-2 [국가인권위원장]
– 우리나라가 비준한 각종 유엔의 인권조약과 관련해서, 우리의 인권현실이 아직 국제적 인권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고 이의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국가보안법은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한국은 1990년 7월 이미 자유권 규약(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하고 지금까지 두 번의 정부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자유권조약위원회)도 1992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국가보안법의 폐지 및 긴급한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정치적·경제적·문화적 권리(사회권 규약)에서는 노동권문제가 특히 미흡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차별 문제는 많이 개선됐다고 보지만, 아직도 일상 속의 차별문제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은 우리 정부에 인종·피부색·출신국가·출신민족에 의한 차별행위시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 등을 지적했고,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2003년 아동의 체벌금지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 밖에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한국의 법규에 고문에 관한 규정조차 없다는 점,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여성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보장 등에 주목했습니다.

  우리 헌법상 정부가 체결하거나 가입한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지만(제6조), 우리 정부는 국제조약에 가입해놓고 실제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중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제1선택의정서와 인종차별철폐협약이 개인통보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2003년 12월 현재까지 4건에 대해 유엔인권이사회가 대한민국 정부의 인권침해 결정을 내렸으나, 국내에서 배상받을 방법이 없으므로 근거법령인 특별법을 제정하여 국가에서 배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조약당사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입니다. 헌법에 의해 대한민국이 가입 및 공포한 국제인권규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헌법의 취지에 맞춰 국내법을 가입한 국제조약에 맞게 적극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3. 차별 문제

3-1 [인권고등판무관]
○ 최근 한국사회에 차별문제가 중요한 인권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도 차별 문제의 해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권선진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NI는 차별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차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도전적인 이슈라고 생각하는데, 차별로부터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한 관행 또는 제도를 만들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차별은 그 의도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실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즉, 차별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실질적으로 상대방이 차별을 느끼는 문제 등을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차별로 인한 개별적 인권침해사례를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조적 원인, 예를 들어 관행, 법, 문화(편견, 고정관념)를 정면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정치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2 [국가인권위원장]
○ 현재 한국의 인권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 및 향후 과제는 무엇입니까?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서 NAP 또는 기타 국가인권위의 주요한 인권현안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세계대회 개막식에서 말씀하셨듯이,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면서, 한국의 인권상황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우리 사회의 인권상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진한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사회의 차별문제를 총체적으로 개선하고 예방하기 위해 2003년 초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국내외 차별관련 법령 검토 및 우리사회의 각종 차별문제에 대한 실태를 조사했으며, 현재 국회와 정부에 권고할 구체적인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안에는 차별의 개념과 유형, 그리고 차별을 당한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제수단 및 차별시정에 있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 부분도 담길 것입니다.

4. 국가보안법 문제

4-1 [인권고등판무관]
○ 유엔 인권이사회 및 인권위원회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등이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대해 폐지를 권고하여왔습니다. 또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여 이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분명합니다. 국가보안법은 국제인권기준에 너무나 뒤떨어져 있고, 1992년에 한국정부가 유엔 시민정치적권리 협약에 따른 보고서 제출했을 때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가보안법을 단계적으로 철폐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분명히 내렸습니다. 이후에도 한국에서 국가보안법 관련한 인권피해자들의 제소가 있었고 그때마다 분명하게 인권침해이며 국제협약위반이므로 그 원인을 제공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했습니다.

결정적으로 1995년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한국 방문해 정부관계자와 피해자를 만나서 내린 최종 결론은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엔 입장에서 너무 당연한데 그동안 폐지가 안 된 것이 의아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도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를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4-2 [국가인권위원장]
○ 유엔 인권이사회 및 인권위원회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등이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대해 폐지를 권고하여왔습니다. 또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여 이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의 관점에서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습니다. 일부에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형법 등을 통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말고 법조문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국가보안법은 남용될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5. 북한인권

5-1 [인권고등판무관]
○ 지난 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을 임명했습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유엔 인권위원회가 올해 4월 채택한 결의안에 따르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결의안을 계기로 북한과 유용한 대화의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5-2 [국가인권위원장]
○ 지난 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을 임명했습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저는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에 관해서 수많은 정보다 나돌고 있지만, 대부분이 탈북자의 증언이어서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얼마 전 중국에 직접 가서 탈북자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돌아왔고, 지난 9월 6일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국내 입국 탈북자 심층면접을 통한 북한인권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확정했고, 조만간 북한인권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6. 사형제도

6-1 [인권고등판무관]
○ 인권고등판무관께서는 사형제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형제도를 두고 있는 국가보다 아예 없거나 폐지하거나 보완한 나라들이 더 많다고 하던데 지금 사형제도의 현황은 어떤지 그리고 이 제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습니까?
⇒ 많은 나라들이 사형제 폐지하는 추세에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는 실질적인 집행은 유예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형제도를 둘러싸고 도덕적 법적 실제적 차원에서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저는 법률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법률제도가 발전된 나라라 해도 사람에 의한 실수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6-2 [국가인권위원장]
○ 사형제도를 두고 있는 국가보다 아예 없거나 폐지하거나 보완한 나라들이 더 많다고 하던데 지금 사형제도의 현황은 어떤지 그리고 이 제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습니까?
⇒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선정한 새 정부가 수행하여야 할 10대 인권현안 과제 중 하나인 사형제도와 관련하여 국제적 기준 및 문헌, 사형관련 국내법 규정과 사형관련 판례 등을 검토·분석해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96. 11. 28. 사형에 대하여 합헌 판결을 하면서, 그 논리적 근거의 하나로 우리의 문화수준이나 사회현실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사형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검토와 동시에 사형에 대하여 국민, 소송참여자, 사형집행참여자에 대한 의식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간담회 및 청문회를 각각 개최하였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우리 법령에 사형을 언도할 수 있는 항목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현재 9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아는데, 그걸 줄이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7. 국가인권위원회에 거는 기대 및 역할

7-1 [인권고등판무관]
○ 루이스 아버 인권고등판무관께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이 처음이고 또한 한국 방문도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설립된 지 아직 3년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이번 세계대회를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그리고 한국 국가인권위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그동안 여러 번 얘기했지만 한국 인권위 활동을 무척 인상적이고 지난 3년간 큰 성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인권위가 단순히 아시아지역, 또는 세계의 인권기구들에 좋은 모델이 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유럽·미주·아프리카에는 지역 상황에 맞는 지역인권 기준과 제도가 있어서 유엔과 공동협력하고 있는데 아·태지역에는 이와 같은 기준이나 제도가 없습니다. 한국인권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그러한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한국 인권위가 국제적 차원에서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경제적 번영과 안보, 인권향상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7-2 [국가인권위원장]
○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에 앞서 열린 ‘APF 연례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인권기구의 의장직을 맡게 되셨습니다. 이번 대회에 아직 국가인권위를 설립하지 못한 일본, 대만, 베트남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역할이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구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국가인권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입니다. 93년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3년여 동안 진통을 겪은 뒤에 출범한 것도 바로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하기 위해 준비 중인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기구 설립을 두고 일본의 법무성과 인권단체들간에 독립성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변호사연합회 등 일본의 인권단체들이 한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여러 차례 방문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사례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많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독립적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하여, 아시아 태평양 전체의 인권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그러한 활동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국민들의 인권수준을 보다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아태지역은 현재 지역인권기구가 없습니다. 전 세계 지역 중 가장 많은 인구와 국가를 가지고 있는 게 아태지역입니다. 지금까지는 호주나 뉴질랜드 그리고 태국이 아태지역의 국제교류협력의 중심지였다면 이제는 서울이 대안이 될 것입니다.

8. 향후 계획 그리고 세계대회의 의미

8-1 [인권고등판무관]
○ 인권고등판무관으로 임명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간의 경험은 어떠했는지, 현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역할 중 강조점과 향후 중점과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특히 분쟁·내전 상황일 때 어떻게 인권을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와 사회적 취약계층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문제입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쌓여온 것인데 특히 극심한 가난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가난의 문제는 언론에서도 관심 기울이지 않는데 이런 분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8-2 [국가인권위원장]
○ 설립 3년이 채 안 돼 이렇게 큰 대회를 치르게 됐는데, 이번 대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 우선 70여개국 국가인권기구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국제인권NGO, 국내인권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게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분쟁과 대테러과정에서의 인권보호를 위해 경제사회문화적권리 측면에서 시민적정치적권리 측면에서 이주민과 난민 그리고 여성권리의 문제 등 5개의 분과로 나눠 토론하고 각 영역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특히 여성의권리 분과에서는 여성들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는 데 일치하였습니다. 분쟁지역에서는 침해당한 인권에 대해 호소할 공간도 없었다는 얘기였습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참혹한 사례들이 이 대회를 통해 발표되었고, 인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양도하거나 유보 할 수 없다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만들기 위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서울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입니다.
국내적 측면에서 보자면 무엇보다 인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져 우리사회 인권 보호와 증진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지난 시기 국제인권기구 등의 지원을 받아왔던 데 반해 이제 다른 나라의 인권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의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인권 현안을 논의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의 위상을 제고하고 전 세계 국가인권기구와의 활발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대회를 계기로 각 국의 국가인권기구들은 세계평화와 분쟁해결을 위해 더욱 긴밀히 협조하게 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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