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020806)정당한 파업에 대한 가톨릭중앙의료원, 경희의료원들 병원사용자들의 무차별적인 탄압행위를 규탄한다.

2002-11-25

<성명서>
정당한 파업에 대한 가톨릭중앙의료원, 경희의료원등
병원사용자들의 무차별적인 탄압행위를 규탄한다.

지난 5. 23.부터 시작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차수련) 산하 경희의료원, 카톨릭중앙의료원, 제주 한라병원, 목포 카톨릭 병원, 제천정신병원의 파업이 오늘로 76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여러 병원사업장의 파업이 동시에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인데, 아직도 위 각 사업장의 사용자들과 근로자들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대립하고 있어 위 각 파업의 종결 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민변은 지난 6. 17. 발표한 성명서에서 위 각 파업이 위헌적인 직권중재제도에 의해 촉발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직권중재제도가 즉각 철폐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그리고 병원사용자들에게는 위헌적인 직권중재를 근거로 노동조합 파괴에만 나서지 말고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50여일 동안 병원사용자들이 취한 태도는 양식 있는 대다수의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위 각 병원사업장의 사용자들은 노조와의 단체교섭에는 성실히 임하지 않으면서 파업과 관련하여 일반 평조합원들에게까지 총 34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경희의료원의 경우 조합원 561명에 대해 총 20억원, 한라병원의 경우 조합원 46명에 대해 총 10억원, 목포카톨릭병원의 경우 조합원 20명에 대해 총 4억원), 일반 평조합원들의 임금채권 및 조합비에 대해서까지 50억원을 가압류하였으며, 병원로비에서 평화적으로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몰아내기 위해 퇴거단행 등의 가처분을 행하였다. 그리고 총 34명의 근로자들을 해고하였고, 총 122명의 근로자들을 휴직과 정직 등의 징계에 처하였으며 총 320명의 근로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였다. 그 외에도 경희의료원과 고황재단은 농성중인 여성 조합원들을 해산시킨다는 명목으로 대학교의 남자 직원을 동원하여 조합원들에게 세 차례나 폭력을 가하였고, 인터넷 직원 전용 게시판이 노조간부에 대한 사이버 테러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을 묵인하였으며, 조합원들의 가족과 친척 심지어 교수와 동문 등 모든 인간관계를 동원하여 복귀공작을 행하였다. 가톨릭 중앙의료원은 최근 노조탈퇴공작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조합원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받고 있는 출두요구 및 체포의 위협까지 고려하면 조합원들은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을 행사했다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신체적·재산적으로 엄
청난 탄압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전에 우리가 독재정권 하에서도 미처 보지 못한,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탄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민변은 병원사용자들의 위와 같은 행위가 부당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은 사회복지국가 수립을 위해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권리로서 단순히 형식적으로 그 행사 가능성이 인정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그 행사 조건들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이 그 실행 전후를 통해 부당하게 제약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병원사용자들이 현재 행하고 있는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근로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행한 단체행동의 결과가 급여 및 재산에 대한 가압류, 수 천 만원의 손해배상 채무의 부담 그리고 해고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감히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위 각 파업이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점을 들어 위와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위 각 파업이 불법인 이유는 직권중재제도에 기인한다고 할 것인데, 직권중재제도가 위헌적인 제도임은 우리 모임이 이미 누차에 걸쳐 지적한 바이다. 설사 위 각 파업이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의 위 단체행동이 조합원들의 통일적인 단결의사에 기초하여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평화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점 및 우리 나라의 경우 쟁의행위를 규제하는 법령이 다른 선진제국에 비해 비교적 많은데 위 단체행동의 경우 그 위헌성이 극도로 의심받고 있는 직권중재제도에 의해 불법으로 몰리고 있는 점, 사용자가 입은 손실은 파업 종료 후에 노사가 힘을 합해 보전할 수도 있는 점 그리고 위 각 사업장의 경우 노조가 파업을 행함에 있어 사용자들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오히려 이번 기회에 노조를 길들이겠다는 심산으로 고의로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일반 개인들 사이의 재산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절차가 근로자들의 위 단체행동에 대해서도 그대로 실시되는 것은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사용자들이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취해 나가는 것은 조합원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압박을 통해 단체행동을 포기시키고자 하는 것으로서 부당하기 이를 데 없다.
한편 위 병원사용자들은 ‘법과 원칙의 준수’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무노동무임금과 징계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사관계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은 노사간의 자율적 교섭을 통한 분쟁 해결이다. 따라서 무노동무임금원칙과 징계 강행이 현재 노사간의 자율적 교섭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 노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노동무임금이라는 것이 노사 양당사자에게 규범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어떤 원칙인 것은 아니고 단지 사용자의 소극적 의무를 판례가 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고, 징계는 위 파업이 불법인 것을 전제로 한 것이나 앞서 언급한 대로 직권중재의 위헌성에 비추어 볼 때 그렇게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 역시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오히려 노조를 파업에 이르게 하여 노조를 파괴할 의도를 비치는 등 위 파업에 그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에도 그렇다.

이에 민변은,
병원사용자들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말살시키는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즉각 취하하거나 철회하고 노조와의 교섭에 진지하게 응할 것을, 정부에 대해서는 노조와 사용자가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형평에 맞게 공권력을 행사할 것을, 그리고 법원에 대해서는 사용자들이 근로자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가압류 및 가처분에 대해 형식적 요건만을 심사하지 말고 그 본래 의도가 무엇인지를 신중히 검토하여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맞는 결정을 내릴 것을 단호히 촉구한다.

2002. 8. 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