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우리의 난민정책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이자

2001년 9월 10일 minbyun 105

난민정책을 국제적수준으로 높이자

내일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난민의 날이다. 작년 12월 4일 유엔총회는 만장일치로 매년 6월 20일을 세계난민의 날로 정하여 난민의 국제적 보호와 그 의미를 되새기기로 결의하였다. 난민은 국제사회의 유랑인들이다. 조국이 있음에도 조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사람들, 조국이라는 말을 애당초 들어보지도 못하고 산 사람들, 자신이 태어난 사회의 주류세력으로부터 온갖 박해를 받다 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되었던 사람들, 사회의 온갖 편견과 차별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나 국제사회의 미아가 된 사람들. 바로 그들이 난민들이다. 우리는 이들에 대해 인도적 견지에서 그리고 인간이기에 누려야 되는 천부인권의 견지에서 보둠어 안고 같이 살아가야 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국제사회는 1951년 국제난민협약을 만들었고, 이어 1967년에 그 선택의정서를 만들어 이들 난민들에 대해 특별한 보호의무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대한민국도 위와 같은 국제적 보호의무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난민들에 대한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최소한의 국제질서이다. 이런 생각은 급기야 1992년 우리정부로 하여금 위 난민협약과 그 선택의정서를 가입하게끔 하였다. 전 세계 140여 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하여 난민보호에 대한 일정한 국제적 의무부담을 하고 있는 것을 우리 정부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협약 가입 후 9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에 국제사회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우리 정부가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래, 100여명 이상의 난민신청자들이 난민신청을 하였지만, 지난 2월 한 외국인에 대하여 난민인정을 한 것 이외에는 어떤 신청도 인정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까지의 신청자들이 난민협약상의 난민의 개념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 말 한마디로 우리 정부의 난민보호의 실태가 국제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을까. 실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현실과 제도는 위의 협약과 국제적 수준에 비추어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약에는 선뜻 가입하였지만 실상은 협약상의 의무를 제대로 지키겠다는 의지는 도무지 없었다는 것이 지난 9년 간의 총체적인 평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민변이 지난 1999년 초 국내 민간단체로서는 최초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 HCR)과의 특별협정을 맺어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법률지원사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난민지원에 있어서는 완전히 황무지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민변은 UNHCR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난민들에 대한 국제적 보호의무를 배워나갔으며 우리나라의 실무적 관행을 고쳐보고자 노력하였다.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이야기하기에는 때 이른 감이 있지만 지난 2년 간 우리는 난민문제가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인권문제임을 부각시키는 데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최근에는 난민협약 50주년을 맞이하여 국제사회가 벌이고 있는 보호캠페인(Global Consultation on International Protection for Refugees)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제적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우린 민변은 난민문제를 우리사회의 인권문제로 부각시키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그 이상의 국제적 수준의 난민보호를 위해서는 하여야 할 일이 많음을 깨닫고 있다. 우리의 법률지원은 보다 체계적이어야 하고, 우리의 연구활동은 보다 수준 높아야 함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난민문제는 언제까지고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후진성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문제 의식 속에서 우리 민변은 금번 제1회 세계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이제까지의 난민지원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난민법률지원위원회를 세계난민의 날인 6월 20일을 기해 민변 내에 설치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난민지원활동을 벌려나간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UNHCR의 협조 아래 민변의 회원뿐만 아니라 학자 혹은 인권운동가 그리고 시민, 학생들이 참여하는 지원기구가 될 것이다. 이 위원회가 설립되면 민변은 이제까지의 법률지원을 보다 활발하고 전문성 있게 전개할 것이고 우리 정부에 대하여 수시로 난민정책의 개선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과거 어느 때보다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도 크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의무를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지켜나갈 자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인권조약상의 여러 의무를 단순한 종이 위의 의무로만 생각하지 말고 국제적 수준에 맞춰 적극적으로 이행하여야 하는 실질적인 의무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속에서 우리의 난민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난민정책에 숨어있는 편협한 국수주의를 버리고 국제적 수준에 맞춘 과감한 제도의 개선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전향적 자세가 세계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할 것이다. UNHCR의 집행위원국이 되었다는 것이 그저 형식적인 타이틀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 위치에 맞는 국제적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민변은 이와 같은 자세가 우리 정부에서 하루 빨리 갖추어 질 수 있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난민법률지원위원회의 개설과 함께 이 땅에서 발생하는 난민들에 대하여 국제적 수준의 보호를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01. 6. 1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송 두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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