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민주화운동 관련 사법연수생에 대한 법관임용거부결정에 대하여

2001년 9월 10일 minbyun 103

성 명 서
– 민주화운동 관련 사법연수생에 대한 법관임용거부결정에 대하여 –

우리는 이번 예비판사 임용과정에서 대법원이 과거 민주화운동 관련 사법연수생 3명을 모두 탈락시키기로 하였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대법원이 과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과 시대적 흐름에 부응할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가 군부정치와 독재체제의 굴레를 벗어나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뿌리를 내리고 그 소중한 싹을 조금씩 키워나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의 오랜 투쟁과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나긴 민주화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그 뜻을 잇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한 법안을 제정하고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법원이 최근 수년에 걸쳐 학생운동 출신의 시국사건 전력자들을 법관임용에서 탈락시켜 온 점에 대하여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이 학생운동 출신자들을 모두 탈락시키면서 “이들의 성적, 나이, 전력을 포함한 품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우연히 탈락하게 된 것”이라는 변명에 이르러서는 참담한 실망이 앞선다.
대법원은 관례적으로 성적을 법관임용의 기준으로 삼아 왔고, 전언한 바에 의하면 이들의 성적은 법관 임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일부는 아주 우수한 성적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종전에도 40세 이상의 지원자들을 받아들인 사례도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학생운동을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법연수생들이 다른 연수생보다 다소 나이가 많은 것은 불가피한 일이 아닌가. 이들의 경험과 소명감이 오히려 법을 공정하게 해석하고 집행하는데 더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법원은 진실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을 직업적 양심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법원의 최고조직이, 임용거부 사유를 민주화운동 전력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이런 저런 구차한 점을 운운하는 이유도 민주화 운동의 전력이 법관임용 거부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우리는 법원이 우리 사회의 정의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한다는 뜨거운 믿음을 가지고, 대법원 스스로 신중한 성찰과 전향적인 사고의 전환이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임용거부는 대법원 스스로 우리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거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2001년 2월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송 두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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