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버마인 샤린에 대한 강제송환을 반대한다

2001년 9월 10일 minbyun 289

14개 인권단체 연대성명서

– 한국정부의 버마인 샤린에 대한 강제송환을 반대하며 –

총선의 열기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이 때,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지하실에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강제송환의 위협앞에 떨고 있는 한 외국인이 있다. 샤린(가명)은 현재 군사정부하에서 유엔에서 거듭 지적했던 바와 같이 심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는 버마로 강제송환되지 않기 위해 호소하고 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한국에서의 버마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강제송환시 심대한 위협에 처할 수 있는 샤린에 대한 강제 본국송환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샤린은 6년전 경제적 목적과 버마 군사정권에 대한 답답함으로 인해 고국을 떠나 산업연수생의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그는 점점 조국의 정치적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군부독재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고 있는 조국 동포들의 생활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버마 친구들과 함께 아웅산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약칭 NLD) 의 한국지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국외에 나와 있는 NLD지부와 연대하며 버마 민주화를 위해 맹렬히 싸웠다. 서울에 있는 버마 대사관 앞에서 친구들과 8회에 걸쳐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를 하였다.

그러던 그가 지난 3월9일 일 인천출입국사무소에 의해 그의 친구들과 함께 불법체류자로 붙잡혀 지하보호실에 구금되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난민심사가 진행중이었지만 한국정부는 그에게 3월20일자로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다. 이에 맞서 그는 퇴거명령에 대한 이의신청과 함께 난민지위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법적 투쟁으로 그에 대한 퇴거명령(강제출국)은 잠시 그 집행이 유보되었지만 그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은 완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무부의 입장으로 볼 때 그를 버마로 돌려보내지 않는 결론을 내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그의 운명의 시침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가 버마로 송환된다면 그에 대한 정치적 박해는 불을 보듯 환하다. 이미 버마 대사관은 한국에서의 NLD활동과 그 활동 회원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샤린과 함께 불법체류자로 구금되었다가 강제송환 된 한 버마인은 버마에 도착하자마자 당국에 의해 36시간동안 샤린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고 알려왔다. 이것은 샤린이 얼마나 버마 군부에 의해 지금 기다려지고 있는 사람인가를 알려주는 하나의 증거이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샤린과 같이 버마를 떠나 반정부활동을 하다가 강제송환되는 경우 버마 정부는 이들에게 십수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샤린을 강제송환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부담하고 있는 국제적 의무를 포기하거나 방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적어도 아래의 두 가지 이유에서 샤린의 강제송환은 국제법 위반이다.

첫째는 샤린은 우리 정부가 가입한 ‘난민지위에 관한 국제조약’상의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강제송환은 동조약 33조에 대한 위반이다. 비록 그가 한국에 들어올 때는 정치적 난민이 아니었지만, 난민의 인정여부는 절대적으로 입국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입국 후의 상황에 따라서도 난민이 될 수 있다. 그가 한국에서 NLD활동으로 인해 버마로 송환된다면 정치적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그가 그 시점에서 난민의 지위를 얻는 것은 국제법상 당연하다. 출입국관리법이 입국한지 60일 이내에 난민지위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샤린과 같이 현지 체류중에 난민이 된 사람에게는 이런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샤린에 대한 난민지위인정 여부를 떠나 그에 대한 강제송환은 우리 정부가 지난 94년 가입한 ‘고문방지조약’의 위반이다. 동조약 3조는 고문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한 나라로 개인을 송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99년 세계인권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5월에서 9월 사이에만 1000여명의 NLD 회원들이 구금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고문은 참으로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이것만 보아도 강제송환 뒤 샤린이 고문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우리 인권단체는 만일 그가 버마로 강제송환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그것은 한국정부가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이는 현정부가 인권국가를 표방하면서 국내외의 인권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그동안의 국제적 약속을 완전히 저버리는 것에 다름 아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부가 샤린을 강제송환하는 날, 국제사회가 한국정부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인권에 대한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 인권단체는 우리 정부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촉구하고자 한다.

1. 한국정부는 이미 가입한 난민지위에 관한 국제조약과 고문방지조약 등이 규정하고 있는 ‘정치적 박해자들에 대한 강제송환금지’라는 국제법적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2. 샤린에 대한 난민지위신청 조사절차를 강제송환을 위한 요식절차로 만들어서는 아니된다. 그에 대해 국제인권수준에 맞는 민주적 심사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3. 이 사건을 위시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난민지위신청사건에서도 충분하고도 전문성 있는 조사절차를 거쳐 난민지위여부를 전향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2000 . 4. 4.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나와우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열린사회시민연합, 전국불교운동연합, 정치개혁시민연합, 좋은벗들(사), 참여연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 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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