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의견서]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민변 의견서 제출

2009-05-08

[보도자료]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민변 의견서 제출




1.  귀 언론사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  지난 4월 1일 정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및「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에 대하여, 민변은 5월 8일자로 첨부와 같은 의견서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하였습니다.




3.  첨부한 민변 의견서의 핵심은 ① 이번 개정안이 전체 근로자를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고착화시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② 이는 내수시장의 침체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③ 절차적 측면에서도 노동계를 배제하고 학계 등 관련 단체로부터 기본적인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아 정당성이 없으며, ④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던 기간제근로자의 신뢰를 심각하게 침해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의견서를 참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감사합니다.




   2009월  5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민변 의견서




Ⅰ. 서 론 




2009년 4월 1일 정부는 사회 각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이번 개정안 중 기간제법의 주요 내용은 ▲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에 규정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한도를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 차별적 처우의 시정 신청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한다는 것입니다.




파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 본래의 파견기간과 파견사업주ㆍ사용사업주ㆍ파견근로자의 합의로 연장가능한 기간을 각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여 총 파견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을 2년에서 4년으로 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절차적ㆍ실체적 측면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습니다.  우선, 절차적 측면에서 노사관계의 한 축인 노동계를 철저히 배제한 채 가장 기본적인 의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정안은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실체적 측면의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정부가 개정안 제출의 근거로 내세운 소위 ‘2009년 7월 비정규직 100만 대량해고설’은 구체적인 검증 절차나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합니다.  개정안의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개정안이 비정규직의 대량양산을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과 파견 기간을 연장할 경우 전체 근로자를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고착화시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비정규직이 된 근로자는 영원히 비정규직 근로자로 남게 될 것이고, 정규직 근로자도 점차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합니다.  그 결과는 고용구조의 악화와 내수시장 침체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정부의 개정안이 제출된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이번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진지한 토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Ⅱ. 개정안의 근본적 문제점




1.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 : ‘2009년 7월 비정규직 실업대란설’의 허구성




정부는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장기 근무를 유도하여 정규직 전환 효과를 만들기 위해 기간제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고 주장합니다.  현행 기간제법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올해 7월로 고용기간 2년이 만료되는 100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대량해고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2009년 7월 비정규직 100만명 대량해고설’을 근거로 기간제근로자의 최고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정부 주장의 요체입니다.




그러나 ‘2009년 7월 비정규직 실업대란설’은 구체적인 검증 절차나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정부의 일방적 주장입니다.  2008년 노동부 조사결과에 의하면, 100인 이상 사업장과 100인 미만 사업장 모두 일자리 감축이나 도급전환 대신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대답이 60% 이상으로 나왔습니다.  또한 부칙 제2항에 따라1)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제한은 기간제법 시행 후 근로계약이 체결ㆍ갱신되거나 기존의 근로계약기간을 연장하는 시점부터 적용되므로 2009년 7월에 기간제근로자 100만명의 고용기간이 일시에 만료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간제근로자의 대량실업이 우려된다면, 차별 시정과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각종 지원대책을 강구해야지 사용기간 한도를 늘리는 것은 적절한 대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2009년 7월을 넘기면 2011년 7월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정부 주장대로라면 그 때는 100만이 아니라 150만, 200만명에 이르는 기간제근로자가 실직 위기로 내몰릴 것입니다.  정부 스스로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번 개정안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입법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전혀 근거 없는 비정규직 실업대란설을 유포하면서 땜질식 처방으로 비정규직의 고착화를 조장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근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2.  경제적 효과에 대한 착오 : 노동시장 구조와 비정규직 고용실태 도외시




아래 [그림 1]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결과에 의하면, 2006년을 기점으로 전년대비 정규직 비율은 정체 상태인 반면, 비정규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전년대비 정규, 비정규 증감추이(2001~2007) (그림 첨부 참조)


                                                                    (단위: 천명)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각년도.




굳이 위와 같은 통계자료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좋은 일자리(정규직)’는 점점 줄어들고, ‘나쁜 일자리(비정규직)’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정부의 묵인 하에 노동시장을 휩쓸고 있는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실태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처럼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고용구조의 왜곡현상을 부채질하여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증대에 따른 실질 구매력의 저하는 내수시장의 침체로 이어지고 수출의존도를 높여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40%에서 49% 수준으로 증가하였지만 내수시장이 위축된 결과 소비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림 2]에서 보듯이  1997년 이후에는 수출이 증가하면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외환위기 이전과 외환위기 이후의 소비, 투자, 수출의 상호관계 (보이지 않는 그림은 첨부화일 참조)



(1987-1997)                                         (1998-2005)


자료: 삼성경제연구소(2006)




이처럼 수출과 내수 간에 긍정적 상관관계가 깨진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비정규직이 지나치게 증가된 결과 실질 구매력이 있는 유효수요가 감소하였기 때문입니다.  저임금과 만성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지갑을 열리 만무하고, 이는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을 초래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출-내수의 불균등성은 심화되고, 우리 경제의 체질도 더욱 허약해질 것입니다.  정규직 전환의 희망이 사라진 기간제근로자들과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근로자들은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내수시장의 침체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림 3] 우리사회의 소득분배구조 추이(지니계수) (보이지 않는 그림은 첨부를 확인하세요)



  자료: 통계청, 도시가계조사자료 및 전국가계조사자료, 각 년도




한편 [그림 3]에서 보는 것처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표시하는 지니계수는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주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여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소득 분배구조 측면에서도 이번 개정안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최악의 법안이고, 과연 정부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라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3.  절차적 정당성의 훼손 : 노사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졸속 입법




정부는 학계와 법조계를 배제한 것은 물론이고 직접 당사자인 노동계와도 아무런 협의 없이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학계와 법조계, 노동계로부터 수 많은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였습니다.  합리적 토론과 분석을 생략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다보니 개정안이 고용시장에 끼칠 해악과 파장은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명색이 OECD에 가입하고, 노사선진화를 추구한다는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이 과연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인지 심한 자괴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 개정안은 비정규직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에 직결되고, 사회적 양극화와 우리 경제구조의 체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다른 어떤 법률보다도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야 하지만, 정부는 다른 어떤 법률보다도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절차적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Ⅲ. 기간제법 개정안의 내용상 문제점




정부가 제출한 기간제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의 문제점




가.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이 유지된다고 보기 어려움




정부는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주된 이유로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노동시장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법률상 근거 있는 판단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사용기간 연장이 일자리 유지 효과가 있다는 것은 경험적ㆍ통계적인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정부의 막연한 주장과 선전만 난무할 뿐입니다.  오히려 비정규직으로 근속이 길어지면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더 떨어지며 비정규직으로 고착화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이는 학계에서 대체로 합의된 내용입니다. 




법적 측면에서도 기간제근로자의 최대사용 기간이 4년으로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4년 간 고용의무가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기간 연장과 상관 없이 사용자는 기존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수 있고, 갱신하더라도 지극히 짧은 기간만 고용기간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새로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더라도 법률상 아무런 장애가 없는 반면, 기존의 기간제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경우 임금 상승 등의 부담이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갱신할 뚜렷한 유인도 없습니다.  요컨대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은 사용자의 근로자 선택의 폭만 넓혀줄 뿐이지, 기간제근로자의 고용 안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사용기간의 연장으로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경제적ㆍ법적 측면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나.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봉쇄될 것임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이 연장될 경우 대부분의 사용자는 애초 예정되어 있던 정규직 전환계획도 취소할 것이 경험칙상 명백합니다.  2년의 사용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없는데, 굳이 비용을 들여 정규직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규직 전환을 고심했던 사용자들도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기간제근로자를비정규직으로 계속 고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낮은 임금으로 새로운 기간제근로자를 ‘안정적으로’ 신규채용할 수 있는데, 기존의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할 때부터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두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신규채용하는 기간제근로자를 4년이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새로운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으므로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만 영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은 기간제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봉쇄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것은 ‘비정규직의 함정’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비정규직의 고착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다.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음




이번 개정안 대로 4년간 안정적으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사용자가 정규직 근로자의 채용을 회피할 것은 경험칙상 명백합니다.  ‘좋은 일자리(정규직)’는 점점 줄어들고, ‘나쁜 일자리(비정규직)‘는 점점 늘어나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과 고착화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정안은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인 ‘무기계약에 의한 정규직 고용’ 대신에 ‘기간제계약에 의한 비정규직 고용’을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정착시켜 고용시장에서 심각한 왜곡 현상을 낳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비정규직 고용유지’의 실체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에 다름 아닙니다.




라.  신뢰보호원칙 위반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에 따라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도 당연히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대법원도 어떤 법령이 장래에도 그대로 존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그 법령에 상응하는 구체적 행위로 나아가 일정한 법적 지위나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왔음에도 국가가 이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면,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현재의 행위에 대한 장래의 법적 효과를 예견할 수 없게 되어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기 때문에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10. 29. 선고 2005두464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신뢰보호원칙의 위배 여부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ㆍ형량하여 결정되어야 합니다(위 2005두464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음과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면, 기간제근로자의 최대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는 이번 개정안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됨이 명백합니다.




첫째,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이익입니다(법적 보호이익).  지난 정부와 국회는 기간제법을 제정하면서 비정규직의 최장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여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근로자들은 정부의 약속과 기간제법 제4조 제2항2), 제5조3)를 신뢰하여 비정규직으로 2년만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비정규직으로 묵묵히 근무해왔는 바, 이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둘째, 기간제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특별히 존중되어야 합니다(신뢰보호의 필요성).  정규직 전환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지난 2년 동안 저임금과 온갖 차별을 묵묵히 견뎌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눈물어린 노고와 땀에 배어 있는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가 특별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도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셋째, 이번 개정안에 의하여 기간제근로자들의 신뢰는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습니다(침해정도의 중대성).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간제근로자들은 지난 2년에 이어 다시 2년간 저임금과 온갖 차별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기간제근로자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동시에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부담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그 침해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할 것입니다.




넷째, 이번 개정안으로 정부가 달성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공익적 가치의 부존재).  정부가 개정안의 근거로 내세운  ‘2009년 7월 비정규직 100만 대량해고설’은 경제적ㆍ법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증적 증거도 제시된바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이 비정규직의 대량양산을 초래하고, 비정규직의 고착화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반증만 존재할 뿐입니다.  정부가 나쁜 일자리를 증가시킴으로써 사회적 양극화를 촉진하여 우리 사회를 경쟁력 있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드는 것이 공익적 목적이라고 강변하면 모르되, 비정규직의 고용 유지나 정규직 전환의 기대가능성 제고와 이번 개정안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상과 같이 이번 개정안으로 정부가 달성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은 존재하지 않는 반면, 기간제근로자가 받는 침해의 정도는 엄중하고 무겁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 본인과 그 가족들의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신뢰보호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헌법상 기본권보호 및 법치주의 원칙상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마.  소 결




이처럼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이 연장될 경우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부정적 효과는 명확하고 매우 큰 파급력을 가진다고 할 것입니다.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전체 근로자를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고착화시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비정규직이 된 근로자는 영원히 비정규직 근로자로 남게 될 것이고, 정규직 근로자도 점차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합니다. 




현행 기간제법이 완전무결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지금 시점에서 사용기간을 연장하여 비정규직의 고착화와 대량양산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습니다.  기간제근로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고, 우리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파국만 초래할 뿐입니다.  이처럼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을 빼앗아 기간제근로자를 절망으로 내몰고,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과 고착화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이번 개정안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2.  차별 시정 관련 문제점




차별 시정의 신청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방향은 일견 바람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볼 수는 없고,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첫째, 차별시정 신청기간의 기산점을 ‘차별이 있은 날’이 아니라 ‘차별을 안 날’로 변경하고, 신청기간도 1년으로 연장할 필요성이 있습니다단순한 일회적 차별이 있었다는 사실보다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차별이 누적된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에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차별시정 신청기간의 기산점은 ‘차별을 안 날’로부터 진행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한 재직 중에는 감히 엄두를 못 내다가 퇴직 후에 비로소 차별시정을 신청할 여지도 많기 때문에 다른 구제 절차에 비해 그 기간을 장기로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둘째, 차별시정 신청기간이 차별의 시정 범위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를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계속되는 차별에 대하여 그 종료일로부터 적법한 기간 내에 차별시정을 신청하였음에도 계속되는 차별 전체에 대한 시정 조치를 하지 않고 단지 신청기간 이내의 차별에 국한하여 시정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노동위원회가 후자와 같은 방식으로 차별시정 신청기간을 운용하고 있는 바, 이러한 잘못된 행정 관행을 입법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노동조합에게도 차별시정에 대한 신청권을 부여하여야 합니다.  차별시정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근로자 개인에게만 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일상적인 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근로자 개인이 차별시정을 신청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 점에서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에게도 차별시정에 대한 신청권을 부여함으로써 차별시정 제도를 실질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신청권이 박탈된 차별시정 제도는 법전에만 존재하는 화석화된 문자에 불과합니다.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결체입니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이러한 노동조합의 설립 목적과 취지에 비춰 보더라도, 사업장 내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에 대하여는 노동조합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Ⅳ. 파견법 개정안의 내용상 문제점




정부가 제출한 파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파견제 근로자의 고용이 유지된다고 볼 수 없음




정부는 파견기간을 연장하는 주된 이유로 파견 근로자의 고용 유지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간제 근로계약과 마찬가지로 파견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파견사업주나 사용사업주가 파견 근로자와의 고용 관계를 계속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또한 파견법은 2006년 개정 전에도 사용 기간을 2년으로 한정하고 2년 후 직접고용 의제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마치 올 7월부터 파견기간 만료일이 일시에 도래하여 극심한 실업대란이 발생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고, 납득할 수도 없습니다.




2.  파견근로의 급속한 확대 가능성




파견기간의 연장은 결국 사용자들로 하여금 파견근로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파견근로를 급속히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특히 노동부가 ‘상용형’이 아닌 ‘등록형’과 ‘모집형’의 파견을 원칙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파견대상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일본에서와 같은 초단기 파견까지 성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3.  불법파견 만연의 위험성




정부는 불법파견을 행하였을 경우 직접 고용 의무를 부담하는 기간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불법파견을 받은 사용사업주는 불법파견으로 인한 직접 고용의무의 부담을 훨씬 덜게 됩니다.  이것은 결국 사용자로 하여금 불법파견을 감행할 수 있도록 조장하는 것으로서 불법파견이 만연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개정이 필요한 내용은 고용의무 부담의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불법파견에 대해 즉시 고용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Ⅴ. 입법 방향과 절차에 관한 제언




1.  입법 방향에 관한 제언




가.  기간제근로자의 채용사유 제한




현재 노동시장의 문제는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아니라 ‘비정규직 대량양산과 고착화 현상의 심화’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직시할 때만이 올바른 입법적 해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이라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나쁜 일자리(비정규직)’는 줄이고 ‘좋은 일자리(정규직)’는 늘려 사회적 양극화의 폐단을 시정하고 경제 전체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계약이 원칙임을 명확히 하고, 기간제근로자의 채용사유를 제한함으로써 정규직 비율의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실질 구매력의 증대로 내수시장이 활력을 찾고 경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  차별해소 및 시정 절차의 실질화




현행 기간제법상 차별시정 제도를 실질화하려면 근로자 개인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게도 차별시정 신청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화석화된 문자로 전락한 차별시정 제도를 실질화하여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의 설립 목적과 취지에 비춰 보더라도 노동조합에게 차별시정 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노동위원회의 조사 및 자료 제출 절차를 강화하고, 해당 근로자의 참여권을 보장함으로써 차별신청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  불법파견 금지방안의 입법화




현재 노동시장에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불법파견을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공언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불법파견이 만연한 상황에서 파견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차제에 현실과 맞게 파견법을 대폭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의 페해를 시정하고 노동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책임을 명확히 하고, 실제 근로를 시키는 사용자의 직접고용 의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와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불법파견을 근절할 수 있는 합리적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불법파견 조사전담팀의 구성 및 활동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라.  정규직 전환 인센티브의 제도화




정규직 전환을 선택한 기업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표 1]과 같이 100인 미만 사업장의 사회보험료 감면의 경우 그 소용비용은 2년간 2조 정도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러한 연구결과는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정규직 전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표 1] 정규직 전환 인센티브와 연간 소요 예산액


 


t+1년


t+2년


비고


대상규모


334.7천명


102.0천명


 


임금 지원


10,167억원


3,098억원


정규직과 임금격차 50%


사회보험료 감면


14,073억원


4,288억원


 


  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2009)




정부가 진정으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비정규직 양산과 고착화를 심화시키는 이번 개정안을 철회하고 기업에게 보다 많은 정규직 전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비정규직 감소를 도모하는 입법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2.  입법 절차에 관한 제언




비정규직법을 개정함에 있어서는 입법 방향 못지 않게 입법 절차도 매우 중요합니다.  상호 이해가 대립되는 노사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여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한 쪽 당사자인 노동계를 철저히 배제한 채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만든 개정안은 그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이 없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없습니다. 




공청회나 토론회, 연구용역 등의 방식으로 학계와 시민단체 등 관련 단체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비정규직 근로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만 올바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노동현실을 도외시한 채 비정규직 양산과 고착화를 초래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의견 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사회 각계로부터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비정규직 문제의 올바른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Ⅵ. 결 론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과 파견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비정규직의 함정’을 더욱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한 번 비정규직이 된 근로자는 영원히 비정규직 근로자로 남게 될 것이고, 정규직 근로자는 점차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소득 격차가 벌어져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는 실질 구매력의 감소로 인한 내수시장의 침체로 이어져 경제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과 사실관계를 전도하여 현실과 정반대의 개정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2년 내내 추위를 참으며 따뜻한 집으로 들어가기만을 학수고대하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2년 더 밖에서 지내라는 것입니다.  2년이 지난 다음 집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이 말입니다. 2년이 지나면 더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추위에 떨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여 잘못된 절차를 거쳐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전제가 잘못되다보니 올바른 결론이 나올 수 없고, 절차가 잘못되다보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 심사과정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고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노ㆍ사ㆍ정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끝.





첨부파일

0508_[보도자료+의견서]비정규직법개정안에 대한 민변의견서제출_사무_02.hwp.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