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 전문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2001-11-14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 전문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 국가인권위원회법 시행령 등에 대한 논란에 부쳐 –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할 당시 공약한 사항으로서 무려 3년여 동안의 산고 끝에 지난 5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공포되었고, 위 법에 의하면 오는 11월 25일 출범하도록 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제정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으나 우리 민변을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출범에 깊은 애정과 기대를 가져왔다. 그 후 인권시민단체의 지대한 관심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임명절차의 지연, 위원 선임과정의 비민주성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아 심각한 우려 속에 이를 지켜보아 왔다.

그러던 중 뒤늦게나마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성되고 지난 달 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직제안 및 직원채용특례규정안 등 대통령안을 의결하고 입법예고절차에 들어갔으나, 이에 대한 행정자치부, 법무부 등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의 반발과 비협조로 인권위원회 출범에 필요한 시행령 등이 확정되지 못하고, 출범시한을 불과 10일 정도 앞둔 현재까지도 국가인권위원회와 관련 부처간에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민변은 국민의 인권보장을 담당할 국가인권위원회가 과연 예정된 날짜에 출범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우려하면서, 이러한 사태는 관련 부처가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를 바라보기보다는 국민을 도외시한 채 각 부처의 입장에서 부처이기주의를 앞세워 국가인권위원회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며 관련 부처의 자성을 촉구하고자 한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고 국가차원에서 인권 침해에 대한 구제와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한 단계 높은 인권신장을 이루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국제적으로도 공인된 진일보한 인권보장기구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떠한 외압이나 간섭없이 그 직무를 행하여야 하고, 이를 위하여는 그 위상과 직무범위에 걸맞은 업무권한, 직제와 정원, 인권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한 특례규정 등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의결한 시행령(안), 직원채용특례규정(안) 직제(안) 등은 그를 위한 최소한의 내용이라고 판단한다.

독립된 기관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에 맡겨진 소임과 기능을 다하기 위하여는 인권문제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전문가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보장되어야 하고, 업무의 범위와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요구하고 있는 수준의 최소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처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최소한의 기능인력만 갖추게 한 다음 다른 정부부처 공무원의 파견으로 업무를 수행케 하고, 민간단체 활동경력자들의 채용은 배제하고자 주장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본래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 전문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즉각 중단, 철회되어야 한다.

이제 막 출범을 앞두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출범하느냐 마느냐는 국민의 인권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서,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한 인권보장기구의 틀을 갖추고 하루빨리 국민들의 환호 속에 출범하게 되길 기대한다.

2001. 11. 1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송 두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