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견서]교정시설 의료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인권단체 의견서

2002-01-24

1. 의료인력을 대폭 충원하라!

2001년 8월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중인 수용자는 6만2천여명. 그러나 의사는 53명(비전임 10명, 공중보건의 23명 포함)에 지나지 않고 약사 등 보건의료 관련자 수를 합친다해도 6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유병률이 높은 치과나 정신과, 산부인과 전문인력은 교정시설에 배치조차 돼있지 않다.
따라서 수용자들에 대한 시기 적절한 진료 및 치료가 방치되고 있으며, 보조인력 부족에서 오는 업무 공백은 교도관 또는 수용자들이 메우고 있어 비전문인력에 의한 투약 등의 의료행위가 관례화 되는 등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러한 현실은 의료사고의 위험성을 높여 병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되거나 수용자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거기에 교정시설내 보건의료체계를 관리·조정, 대책을 마련할 시스템 역시 전무해 심각한 의료빈곤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의료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유병률이 높은 분야에 대한 전문인력 배치는 물론 정기적인 검진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2. 의료예산 및 장비를 확충하라!

정부는 교정시설내 의료시설 및 장비를 사회의 개인병원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약속은 몇 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 다행이 수용자 1인당 연간 의료비(2002현재 5만9천원/ 미국 북동부 주립 교도소 1인당 일당 $6.54, 연간 $2386)가 매년 점차적으로 증가되곤 있으나 이 역시 턱없이 부족해 일선 교정시설들은 수용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정부는 교정시설내 의료시설 및 장비에 대한 개선은 물론 수용자에 대한 의료예산을 시급히 확충하라. 또한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대책을 장기적으로 마련하라.

3. 병실사용 및 외부진료를 현실화시키고, 특별 의료교도소를 설립하라!

많은 수용자들이 치료 및 요양을 위한 병실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병실환경이 일반 거실과 다르지 않아 그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정시설내 의료행정에 대한 불신과 치료의 미흡으로 외부진료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실확충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외부진료는 일선 교도관들의 자의적인 판단과 계호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처사는 수용자들에 대한 권리 침해임이 분명하다.
이에 정부는 병실사용 및 외부진료를 현실화하고, 특히 장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하거나 일반시설에서 치료하기 힘든 수용자를 위해 이미 약속한 바 있는 특별 의료교도소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4. 실효성있는 건강진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라!

행형법 시행령은 수용자 정기검진(6개월에 1회)과 독거 및 20세미만 수용자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입소 시를 제외하곤 건강검진이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건강검진의 내용 역시 학교에서 시행하는 신체검사 수준이어서 건강상태 확인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은 제대로 된 정기검진을 국가적 책임으로 규정한 일본이나 수용자 암 검진까지 실시하고 있는 독일 등에 견주어 볼 때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건강검진 내역에 소변 및 혈액검사 등 기초 검사를 포함시키고, 이상이 발견되거나 과거 병력이 있던 수용자에 대한 정밀검사는 물론 주의 깊은 진료와 치료를 촉구한다. 또한 사문화된 정기검진 조항의 실행을 강력히 요구한다.

5. 보건의료에 대한 내용을 명문화하고 현 행형법을 개선하라!

유엔이 정한 최저기준규칙 등을 비롯 국제원칙은 수용자 보건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고도 심도 깊은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다. 전문 의료진의 수용시설 상주는 물론이고, 유병률이 높은 치과의와 정신과 의사의 안정적인 상담을 보장하고 있는 것. 또한 병자와 질병을 호소하는 자 전원에 대한 매일 진찰은 물론이고 교정 환경과 위생, 급식 현황까지 의사가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행형법은 건강진단과 병실수용, 외부병원치료, 전염병 예방 등의 조항만 명문화된 수준으로, 이나마도 소장 재량사항으로 규정돼 자의적인 판단을 가능케 한다. 더욱이 미결수용자의 경우 따로 마련된 조항 및 의료정책마저 없어 기결수용자에 준해 그 권리가 인정될 뿐이다.
정부는 시급히 행형법을 정비, 수용자 의료권에 대한 권리조항을 명문화하고 전문의료인력 등을 통해 이를 보장하라. 또한 이를 위반한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라.

6. 법무부내 의료전담 부서를 설립하고 종합적인 의료체제와 대책을 마련하라!

현재 법무부에는 교정시설 의료문제를 담당하는 별도 부서가 없으며, 오로지 한명의 담당자만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무부가 교정시설 의료전반에 대한 감시나 정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긴 커녕 교정시설별 환자 수와 질병내역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체계는 교정시설 의료문제는 더욱 황폐화시키는 원인이다. 법무부는 하루라도 빨리 부서내에 의료문제를 담당하는 별도의 부서를 설립하고 교정시설별 의료현황 파악과 감사는 물론 장기적인 의료정책 마련에 나서라.

7. 보건복지부도 책임을 면할 순 없다. 전담인원을 배치하고 그 대책을 수립하라!

보건복지부가 국민의료를 책임지는 주무 부서임을 상기할 때 교정시설 의료체계의 총체적 파국 책임을 보건복지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현 상황에 대해 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결국 ‘교정시설 수용자는 국민으로 볼 수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보건복지부는 부처간 이해를 떠나 교정시설내 의료현황을 파악하고 부실한 의료인력의 충원과 예산, 장비, 시설 확충에 나서라. 또한 교정시설 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의료대책 마련을 위해 전담인원을 배치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라.

이외에도,질병발생의 원인이 되는 구금시설 환경개선(위생, 조명, 채광, 난방 등)은 물론 운동시간 확장, 주·부식에 대한 개선도 동시에 진행하라.
또한 수용자 질환발생 시 가족과의 긴밀한 유대를 통해 수용자의 안녕을 도모하고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야한다.

2002. 1. 24

광주인권운동센터/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