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난민지위인정 결정을 환영하며

2003-02-05

어제(1월 29일) 오후 법무부는 난민인정협의회를 열고 미얀마 3인과 카메룬 1인에 대해 난민지위를 인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로써 지난 1992년 한국정부가 난민지위에관한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총 6명이 협약난민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우리는 법무부의 이와 같은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앞으로도 한국정부가 난민보호에 인색하다는 오명을 벗고 난민의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기를 바란다.

어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미얀마 3인은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버마민족민주동맹(NLD)의 일원으로 미얀마 군사독재정부의 탄압을 피해 96-98년 사이 국내에 입국하였으며,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를 결성하여 계속적인 정치활동을 펼치는 등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해 왔다.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회원들은 지난 2000년 5월 한국 정부에 난민지위인정 신청을 하였으며, 나머지 14명의 난민신청인에 대해서도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이다.

UN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인정한 위임난민(Mandate Refugee)인 카메룬인 A씨의 경우, 영어를 사용하는 남부카메룬 지역에 대한 정부의 인권탄압에 대항하여 야당의 일원으로 정치활동을 하던 중 주위의 동료가 살해되는 등 정권의 탄압이 거세어지자 지난 2001년 10월 한국으로 입국하여 난민인정신청을 하였다. A씨의 난민지위인정 신청은 지난 해 5월 기각된 바 있으나, 이어 6월 이의신청을 하였고, 난민인정협의회는 이 이의신청에 대해 다시 심사를 하여 협약난민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국내 난민인권의 신장에 있어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첫째, 한국정부가 난민협약에 가입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 한 해에도 수천 수만 명씩 난민을 받아들이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정부는 난민보호에 있어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통해 한 번에 4명을 난민으로 인정한 것은 그동안 보여온 한국정부의 태도에 비추어볼 때 매우 전향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난민인정결정이 앞으로 한국정부가 난민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카메룬 A씨의 사례는 이의신청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첫 사건으로, 앞으로 이의신청절차가 좀 더 독립적인 심사과정으로 자리잡아 가는 데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난민인정신청에 대한 이의신청절차는 1차 심사기관과 이의신청 심사기관이 동일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셋째, 난민지위인정에 있어 전문성을 재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늘어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 부처의 관리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난민인정(실무)협의회에 지난해 6월부터 민간위원들이 포함되었고, 이를 통해 긍정적 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법무부는 난민지위인정 심사과정에서 UNHCR 등의 전문기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재고하려는 노력도 보여주었다. 특히 UNHCR이 인정한 위임난민을 좀 더 명확한 지위와 처우가 부여되는 협약난민으로 인정한 것도 매우 의미 있다할 것이다.

위와 같은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난민보호 정책과 제도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특히 난민신청인 및 난민에 대한 처우개선은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이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외국인등록증을 얻는 동시에 F2(거주)체류자격을 획득하고 의료보험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 한국사회에서의 정착을 위해 난민에게 제공되는 제도적, 물질적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2001년 2월 첫 난민으로 인정되었던 에티오피아인의 경우 아직 의료보험 혜택조차도 받지 못하였다. 정부는 난민인정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난민에게 실질적인 보호대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직업알선·보조금(기초생활비) 지급·교육 및 의료 혜택 등 통합적인 정착지원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현재 의료지원이 시급한 난민신청인 및 난민들에 대해서는 즉각 조치를 취하고 제도적 지원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난민인정결정이 앞으로 국내 난민보호 정책 개선에 있어 중요한 기회가 되기를 다시 한번 희망하며, 현재 심사 중인 70명 이상의 난민신청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검토와 보호대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2003년 1월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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