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위] 전북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민변 의견서

20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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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번호 :

13-02-소수-01

수 신 :

민주통합당 유성엽 의원, 이춘석 의원, 정세균 의원 외 민주통합당 의원들

발 신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담당 : 이소아 변호사)

제 목 :

「전라북도 학생인권 조례」에 대한 민변 의견서

전송일자 :

2013. 2. 19. (화)

전송매수 :

5매(표지포함)

「전라북도 학생 인권 조례」에 대한

민변 의견서

-장영수 의원발의 수정안 철회 및 전북교육청안 원안통과 촉구

1. 학생인권조례 제정 배경 및 전라북도 현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는 「전라북도 학생 인권 조례」가 제정되어 교육현장에서 학생 인권이 보다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소수자 인권에 관한 교육공동체 전체의 감수성과 문제의식이 제고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교육 자치 규범이며, 학생 인권의 실현을 통해 소통과 자율, 다양성이 존중되는 학교 문화를 형성하고, 나아가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자신의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하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대한민국 헌법」과 관련 법령 그리고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등의 국제인권조약 등 상위 법규범에 근거를 두고, 학생을 인권의 주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학생들이 학습, 자유, 참여, 복지, 평등 등 제반의 학교생활관계에서 학생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존중되고 보장될 수 있게 하는 학생인권의 규범적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현재 서울특별시, 경기도, 광주광역시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라북도에서는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이 된 경기도, 광주, 서울 등 다른 지역들과 달리, 민주통합당이 압도적인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전라북도 도의회가 진보교육정책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교육청(김승환 교육감)은 진보교육감 당선 이후 교육감 공약사업인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하여 학부모, 학생,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 법률전문가 등을 포괄한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조례안을 논의하고, 실태조사, 전주, 남원, 군산, 정읍에서의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 2011. 10.경 도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하였으나,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인 2012. 10.경 교육청안을 도의회에 다시 제출하였으나 도의회에서 보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전북도의회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인 장영수 의원이 2013. 1. 22. 전북교육청안을 수정한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하였고, 이번 주 목요일인 2013. 2. 21. 전북도의회 교육위 상정예정입니다. 그런데 장영수 의원안은 2012. 10.경 전북교육청이 발의한 학생인권 조례안과 비교하여 학생 인권 옹호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전라북도 학생인권 조례」장영수 의원발의 수정안은 학생인권보장이라는 조례 제정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시민사회 및 지역단체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2. 의원발의 수정안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수정안 제5조 제1항(차별받지 않을 권리) 관련

수정안은 교육청안(제5조 제1항)의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경기도 학생인권조례」,「광주광역시 학생인권보장및증진에관한조례」등에서 차별금지사유로 이미 ‘ 성적 지향’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독 전북학생인권조례에서 다른 지역과 달리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에서 삭제하는 것은 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과 반인권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2011년 대한민국 정부에게, 2007년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를 명시적으로 포함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하고 “취약하거나 소수자로서의 상황에 처한 아동에 대한 차별적 태도를 근절하고 예방하기 위해 인식개선과 공공교육캠페인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2011년 12월 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어린이·청소년들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도덕적 폭력이자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또한 “국제인권법에 따라, 모든 국가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과 차별로부터 국민–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하며 이는 “국가의 법적 의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근거에서 다른 지역들의 학생인권조례 차별금지조항은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하여 ‘성적 지향’ 등 각종 차별의 사유들을 빠짐없이 상세하게 열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5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성적 지향’은 차별금지사유로 반드시 명시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통합당과 전라북도의회는 학생인권보장이라는 정신에 위배하여 소수자 학생들을 외면하고 차별적인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는 국내외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2) 수정안 제10조(휴식을 취할 권리), 제9조(정규교과 이외 교육활동의 자유) 관련

수정안은 휴식을 취할 권리(제10조)에서 교육청안(제10조 제3항)에 있던 “교육감은 학생의 휴식을 취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정규교과 이외 교육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하습니다. 그리고 교육청안(제9조 제3항, 제4항)에 있던 “정규교과이외의 교과활동시간에 정규교과 진도를 나가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과 “학교의 장은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용함으로써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삭제하여 학생들의 정규교과 이외 교육활동의 자유 및 실질적인 선택권, 휴식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3) 수정안 제11조(개성을 실현할 권리) 관련

수정안은 교육청안(제11조 제2항)에 있던 “여학생은 교복을 입을 경우 치마와 바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는 규정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런데 여학생의 경우 치마교복이나 바지교복에 대한 선택권은 이미 많은 학교에서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학교현실을 무시하고 고정적인 성역할을 강요하는 성차별적이고 후진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4) 수정안 제12조(사생활의 자유) 관련

수정안은 교육청안(제12조 제3항)에 있던 “교직원은 일기장이나 개인 수첩 등 학생의 사적인 기록물을 열람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삭제하였습니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제13조 제3항,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유독 전북학생인권조례에서 삭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학생들의 사생활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형해화시키는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미 2005년 교사에 의한 학생의 일기장 검사평가가 사생활의 비민과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습니다.

5) 수정안 제15조(양심, 종교의 자유) 관련

수정안은 교육청안(제15조 제3항)에 있던 “대체과목 없는 특정 종교과목 수강”을 강요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체과목 없는 특정 종교과목 수강 강요 금지는 이미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제16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15조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유독 전북학생인권조례에서 삭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학생들의 양심,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형해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2010년 “학교가 종교수업을 강요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종교의 자유라는 학생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6) 수정안 제19조(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 수정안 제17조(자치활동의 권리) 관련

수정안은 교육청안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에서 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가 학생의 권리와 관련 있는 사항에 의견을 표명할 권리(제19조 제2항)와, 학생대표가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관하여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제19조 제4항)는 규정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치활동의 권리에서 다른 학교 학생회나 단체들과의 연합, 교류할 권리(제17조 제5항)를 삭제하여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는 학생들의 자치활동의 권리와 더불어 학생인권조례에서 기본적이고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며, 그나마 최소한의 내용만 담고 있던 교육청안보다도 후퇴한 수정안은 학생인권조례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미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제20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19조에서 학생자치기구의 의견 표명권과 학생대표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석발언권을 보장하고 있는 바, 유독 전북학생인권조례에서 이를 삭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며 학생들의 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형해화 시키는 것입니다.

3. 따라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는 민주통합당과 전라북도의회가 학생인권보장이라는 조례 제정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의원발의 수정안을 철회하고, 시민사회 및 지역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내실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며,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당론과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별첨) 「전라북도 학생인권 조례」의원발의안 수정조항 대비표

2013년 2월 1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염형국

첨부파일

13-02-소수-02민주당 제출 – 전북학생인권조례 장영수의원안 민변 의견서.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