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법관재임용심사제도의 악용을 우려한다.

201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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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발 신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담당 : 류제성 변호사)

제 목 :

[성명] 법관 재임용심사제도의 악용을 우려한다.

전송일자 :

2012. 2. 10. (금)

전송매수 :

2매(표지포함)

[성명] 법관 재임용심사제도의 악용을 우려한다

– 누가 누구를 심사하는가

 

대법원장은 최근 영화 ‘부러진 화살’로 촉발된 논란에 대하여 “국민이 재판 실상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영화를 보고 어째서 재판의 전형이라 생각하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비판을 겸허히 경청하겠다 다짐하고 있다. ‘국민의 사법’이란 원칙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임에 비추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근무성적 부진에 따른 재임용 부적격자라는 이유를 들어 지난 7일에 이루어진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심사의 진행 과정과 결국 재임용 탈락이 예상된다는 언론보도를 보며, 법관 재임용제도가 대법원의 정책과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 법관을 솎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법관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SNS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며 민주시민으로서의 비판적 견해를 표출한 데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항간의 우려는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해당 판사가 과거 법관의 독립을 훼손하여 문제된 신영철 대법관 파동의 중심에 있던 당사자라는 점에 비추어, 상급자의 상대평가에 의한 근무평정만으로 이루어지는 연임심사가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해당 대법관은 이번 적격심사에 관여하는 대법관회의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이런 의문과 우려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판사 길들이기’라는 항간의 우려를 잠재우려면 근무평정 뿐 아니라 모든 자료를 통해 해당 판사가 정상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이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법관 연임심사는 법정에서 당사자에게 막말과 욕설을 하고 고압적․권위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거나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신청을 합리적 이유없이 배척하는 등 법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판사를 걸러내는 것일 뿐, 수뇌부의 의지를 관철하거나 강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당사자에게 적격여부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는 상급자의 의견뿐만 아니라 사법서비스의 수요자, 동료 법관, 변호사단체 및 직원들의 평가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사건처리통계에 의존한 법관평가에도 그 한계와 부작용이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관인사위원회의 구성과 심사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법관의 독립은 두말 할 것 없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요체다. 더구나 보수언론의 공격에 휘둘려 수뇌부가 판사의 신상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유념하여, 이번 적격심사가 대내외적으로 법관의 언행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비치지 않도록 그 본래 취지에 맞게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촉구한다.

 

사고의 획일화를 경계해야 할 법원에서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없다. 박시환 대법관의 지적처럼 “법원이 다수의 뜻에 순치된 법관들로만 구성된다면 사법부가 존재하지 않는 비극적 사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재판에 관여하여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신영철 대법관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국가의 시민으로써 당연히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서기호 판사를 사법부에서 배제한다면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도저히 회복할 길이 없을 것이다. 사법부 신뢰 회복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현명하고 공정한 판단을 통해 올바른 결론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12년 2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김 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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