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인선에 관한 의견 발표해

2005년 2월 17일 minbyun 77

검찰총장 인선에 관한 민변의 의견

1. 승진 인선에서 정책 인선으로

참여정부 들어서 “대통령과 검사의 대화”라는 산고를 거쳐 임명된 현 검찰총장의 임기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화” 이후 검찰 개혁은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고, 현 검찰총장은 지난 2년여 동안 그 개혁논쟁의 한 가운데 있었다. 한편에서는 대선자금 수사 등의 최고지휘자로서, 다른 한편에서는 개혁적 법무부장관과 대립하면서 검찰총장은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만큼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에서의 검찰총장의 중요성은 더욱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검찰개혁이 종국적으로는 제도의 개선과 정착으로 귀결되어야 하지만, 개혁의 과정에서 누가 검찰총장이 되는가는 개혁의 방향과 속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검찰총장이 검찰조직의 단순한 대변자에 그칠 때 검찰개혁으로 가는 길은 더 험난해질 것이고, 그가 올바른 검찰개혁의 담지자가 될 때 검찰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검찰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따라서, 검찰총장의 인선은 선임 검사장 중에서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올바른 검찰개혁의 담지자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 정책의 실현과정이라는 점에서, 검찰총장 인선은 중요한 정책판단의 일종이다. 참여정부는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에 단순히 인물만을 선정하여 발표할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검찰의 역할과 검찰개혁의 방향을 밝히고 새로 선임되는 검찰총장이 이러한 정책실현에 적임자임을 증명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검찰의 올바른 위상 정립과 검찰개혁의 실현에 부합하는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평가기준 및 인선의 절차에 관한 우리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검찰총장 인선기준

가. 준사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검사가 수행하는 업무는 기본적으로 사법작용의 성격을 띤다. 따라서 검사가 공정한 법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검사의 독립성은 외부적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동시에 내부적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의미한다. 검찰청법에서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구체적 지휘, 감독권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자로부터 혹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의 방파제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청법의 위 규정은 검찰총장의 지휘, 감독권의 내재적 한계에 대한 문제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즉,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당한 지휘, 감독으로부터 검사의 직무 독립성을 지키기 위하여 정한 기준을 검찰총장 자신이 지휘, 감독권을 행사할 때에도 적용해야 한다. 사실 검사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독립적 지위와 관련하여 볼 때, 지휘, 감독권(법무부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은 검사의 직무에 대한 어떤 지시 권한이 아니라 검사의 전횡이 있을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내부적 견제장치라 할 수 있다. 검찰총장은 이러한 지휘, 감독권을 그 본래적 의미를 넘어서 검찰을 전제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검찰총장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검사의 직무상 독립을 지켜내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검찰 내에서의 최고 지휘, 감독자로서 그 자신의 권한이 검사의 직무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제한된 권한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정치권력이 정치적으로 검찰의 권한을 이용하고, 검찰이 스스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봉사하는 사례들을 많이 목도해왔다. 그러면 그럴수록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강해졌다.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사람은 이러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고, 앞서 본 검사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 확보가 그 실천적 출발점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무엇보다도 검사 개개인의 법률적 양심에 기초하지만, 제도가 이러한 법률적 양심이 침해받지 않도록 뒷받침하여야 한다. 검찰총장이 스스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법률적 양심을 실천하는 것은 그 지휘 하에 있는 검사들에게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제도로서의 의미를 띤다. 즉,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외부적 압력으로부터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검찰총장 스스로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에 봉사하는 데 그 지휘, 감독권을 남용하지 않는 것은,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검찰총장이 만들어내는 제도적 장치다.

검찰총장의 위와 같은 지위와 역할에 비추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하여는 다음 사항과 관련하여 실천적 성과와 입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 정치적, 외부적 영향력으로부터의 검사직무의 독립성 확보
  ▶ 검사의 직무에 대한 지휘, 감독권의 행사와 그 한계

나. 개혁성

검찰개혁은 이제 미룰 수 없는 현실적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번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검찰개혁의 기초가 되는 근본이념은 형사절차에서의 국민의 기본권 및 인권 보장이다. 그리고 그 현실적 수단은 검찰, 특히 그중에서도 대검찰청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기능을 관련 기관에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형사절차에서 기관간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이러한 검찰개혁의 방향과 과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우선 검찰총장은 형사절차에서의 인권 보장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논하기 이전에, 검찰총장은 잘못된 수사관행 등의 개선을 통해 형사절차에서 인권보장의 수준을 현실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이념적 기초는 검찰총장이 형사절차 제도개선의 이해관계자인 검찰의 수장으로서 조직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형사절차의 올바른 개선방향을 제시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소다.

검찰개혁은 결국 형사절차에 관계된 여러 국가기구와 기관들의 권한과 기능을 재분배하고, 각 기관의 권한에 대한 상호 견제시스템을 정립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권한과 기능 재분배의 적정성에 관한 사회적 합의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각 국가기관 간의 적극적인 협력, 시민사회로부터의 다양한 주장과 의견 청취 및 취합이 필수적이다. 검찰총장은 위와 같은 과정에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로 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종종 제도적 개혁 시도에 대한 검찰총장의 저항이 검찰의 독립을 위한 투쟁인양 미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독립의 진정한 의미는 “검찰조직의 이익 수호”가 아니라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 보호”에 있다. 검찰총장은 검사의 직무수행 과정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보장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에는 조직이기주의를 벗어던지고 적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한다. 만일 검찰총장이 기존 검찰의 권한과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자기조직 지키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검찰은 다시 비판과 개혁의 대상으로만 전락하고 말 것이다.

검찰총장 후보자의 개혁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과 관련하여 실천적 성과와 입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 형사절차에서의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 증진
   ▶ 형사절차와 관련된 국가기관 간 권한과 기능의 재분배
   ▶ 국가기관 간 협력 및 사회적 합의과정

3. 검찰총장 인선 절차

검찰총장의 인선은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한 정책결정과 연속선상에 있다. 검찰총장의 인선은 현재 과제로 대두된 검찰개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와 같이 검찰 내부에서의 서열에 얽매여 소수의 후보군에서 낙점하는 방식으로 검찰총장이 임명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인사기준의 관철을 위해서는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사청문회가 예정된다면, 인사청문회를 대비한 인선기준의 사전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다. 나아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총장이 검찰의 업무와 검찰개혁에서 담당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공론화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공론을 거치면서 검찰총장 예정자는 소극적인 방어만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검찰개혁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제시하고 검찰총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4.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리는 이번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검찰총장 인선은 승진 인사라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검찰의 올바른 위상 정립과 검찰개혁의 실현을 위한 적임자 선정과정이 되어야 한다.
◆ 이를 위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하여는 다음 사항과 관련하여 그 실천성과와 입장에 대한 검증을 하여야 한다.
     ○ 준사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하여,
         – 정치적, 외부적 영향력으로부터의 검사직무의 독립성 확보
        – 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권의 행사와 그 한계
     ○ 개혁성과 관련하여,
          – 형사절차에서의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 증진
          – 형사절차와 관련된 국가기관간 권한과 기능의 재분배
          – 국가기관간 협력 및 사회적 합의과정
◆ 인사권자는 검찰총장 인선을 함에 있어 위와 같은 능력과 개혁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기수, 지역 등을 주요 고려요소로 삼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 이러한 인사기준의 관철 여부에 대한 검증을 위해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여야  한다.

2005년 2월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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