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국보법폐지, 형법개정안에 대해

2004년 11월 1일 minbyun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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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민주법연 관련 의견서 발표해

열린우리당은 지난 10월 17일 의원총회를 통하여 현행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형법 내란죄 일부와 간첩죄 중 일부를 개정하는 내용의 당론을 확정하고, 20일 국회에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과 함께「형법 중 개정법률(안)」을 제출하였다. 이번 폐지 결정은 지난 56년간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의 질곡으로 작용했던 국가보안법 문제 해결의 첫발을 내딛은 것으로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Ⅰ. 의견 제출의 취지

단순히 법 폐지만으로 국가보안법의 해악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지만, 폐지가 그 출발점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국가보안법 체제의 해소는 그 동안 다른 형벌법규로는 처벌되지 않는 행위가 국가보안법의 규정에 의하여 처벌되었던 행위들을 가벌적 영역에서 제외함으로써 비로소 그 실질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종래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되는 모든 행위를 다시 형법의 개정 등을 통하여 다른 법률에 의해 처벌되도록 하는 것은 실질적인 폐지라고 볼 수 없다.

안타깝게도 열린우리당의 형법개정안은 우려할 만한 요소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우선 ‘내란 목적단체’에 관한 조항(안 제87조의 2)은 현행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조항(제2조)과 똑같이 적용될 수 있고, 간첩죄(안 제98조) 구성요건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허점들은 국가보안법 체제의 해체라는 본래의 목적도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고스란히 폐지 반대론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열린 우리당의 국보법 폐지와 형법 개정안의 의미와 문제점을 정리하여 그 공과를 지적하는 한편, 허구적인 안보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반대론자들의 선동적 논리를 논박하여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된 최근의 정치적 논란을 정리하고자 한다.

Ⅱ. 열린우리당 형법개정안의 취지와 문제점

1. 개정안의 주요 내용

열린 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후 형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으로 약칭)의 핵심적 내용은 「내란목적 단체 조직 등(제87조의 2)」의 신설과 「간첩죄(제98조)」규정에서 ‘적국’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로 수정한 것,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신설] 제87조의2(내란목적단체조직)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고자 폭동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제87조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수정] 제98조(간첩) ①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외국의 간첩을 방조하여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군사상의 기밀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에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2. 내란목적단체 조직 (안 제87조의 2)

가. 개정안의 취지

개정안이 ‘내란목적 단체 조직’의 죄를 신설한 것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가입의 죄를 폐지한 다음, 국가 전복을 추구하는 단체 구성․가입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처벌 공백’의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은 종래 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었던 위 조항의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하여 그 처벌범위를 “국가존립의 기초 자체와 국헌적 법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폭동” 목적 단체로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나. 문제점

개정안 제87조의 2 ‘내란목적단체’ 규정은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처벌 조항
을 자리만 바꿔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내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 위하여 단체를 결성”하는 행위는, 현행 형법상으로도 내란 예비․음모․선전․선동죄(현행 형법 제90조) 혹은, 범죄단체조직죄(현행 형법 제114조 제1항)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논리적으로도 궁색한 이러한 조항을 추가․신설함으로써 종래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처벌 조항과 같이 확장 적용될 위험이 있다.

특히 지금까지 공안기관과 법원이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규정 등을 냉전적 시각에서 확대하여 해석·적용해온 것을 고려하면, 적용과정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즉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폭동의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을 악용하여 미약하고 불충분한 증거만으로 쉽게 유죄를 인정하거나 폭동의 목적을 직접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고 간접적인 정황 등만으로 인정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확장·유추 해석 금지라는 헌법상의 원칙에 명백히 반하게 된다.

다. 제한 해석의 필요성

1) 이 조항은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구성을 폐지하고 형법상「내란의 죄」장에서 새로이 정한 것이므로, 어디까지나 현행형법 규정을 다시 확인·보충하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지, 기껏 폐지하려고 하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이적단체 규정과 같이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

2) 또한 이 조항이 북한을 영원․불변의 ‘내란목적단체’로 고정시켜 규정하거나 북한을 겨냥하여 신설된 것으로 해석되어, 남북간 상호신뢰 구축과 정상 관계 전환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ⅰ) 1991년 유엔에 남한과 동시에 가입하는 등 국제법적으로 정식 국가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 ⅱ) 국내법적으로는 평화통일의 동반자(헌법 전문, 제4조, 제66조, 제69조)인 한편 우리 영토 내의 존재(헌법 제3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약체결의 상대방이고(6.15. 남북 공동선언 등) 상호교류와 협력의 대상(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이기도 한, 매우 복합적인 존재라는 점을 고려하여, “북한(노동당)이 내란목적 단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새롭게 고민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의 실체는, 향후 남북관계나 북한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해석상 변경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 조항의 ‘내란목적단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종의 ‘열린 구성요건’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3. 간첩 (안 제98조 제1항)

가. 개정안의 취지

개정안이 간첩죄의 상대국을 ‘적국’에서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로 변경한 것은,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죄
가 폐지됨으로써 ‘적국’이 아닌 국가 또는 단체에 대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처벌 공백’의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 종래 형법에서 간첩죄의 상대를 기본적으로 교전 상태를 전제하는 ‘적국’에 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화시 안보 형법으로는 부적절하고, 적국이라고 할 수 없는 중립 국가나 우방 국가를 위한 간첩행위에 무방비하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 문제점

개정안은 간첩죄를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한 것이라고 함으로써, ⅰ) 외국인과 내국인이 혼재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한 경우를 처벌할 수 있는지, ⅱ) 북한을 외국으로 보는 것인지 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하여 폐지반대론자의 비판은 북한이 외국이 아니라 국내불법단체라는 전제하에 “북한 공작원에게 기밀을 누설한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이러한 개정안을 낸 것은 종래 대법원이 간첩죄 적용에 있어서 북한을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로 보는 동시에 형법상 적국에 준하는 ‘국가’로 해석해 온 것
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존의 판례를 유지한다면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에 의하더라도 간첩죄 조항에 따라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종래 해석은 오래전부터 별다른 논리적 설명을 생략한 채 단순히 ‘북한을 단체이면서 국가로 취급해 온 것’으로, 학계로부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형법에 대한 불합리한 확장해석으로서 헌법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 수정의 필요성

우리는 이미 형법상 북한에 대한 규정으로 해석되는 ‘반국가단체’ 또는 ‘내란목적단체’규정을 삭제하면서 동시에 간첩죄의 상대국을 ‘적국’으로 특정하지 말고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여 간첩한 자’로 하면 북한의 국가성을 한쪽에서는 부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긍정하는 법률조항간의 모순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국가안보체계를 새롭게 정비할 수 있다는 뜻에서 다음과 같은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2004. 10. 14. 민변 보도자료 참조).

제98조 (간첩) ①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여 간첩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군사상의 기밀을 기밀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또는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여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우리의 형법 수정안에 의하면 “북한이 외국인지, 국내 불법단체인지”에 대한 실익 없는 논란을 피하면서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Ⅲ. ‘처벌 공백론’에 대하여

1.「처벌 공백론」의 문제

가. “처벌공백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논리와 열린우리당 대응의 문제

위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이 나오자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안보상에 엄청난 공백이 생긴다며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처벌공백이 없다는 식의 즉자적 방어에 급급하여, 형법의 내란죄 관련 규정을 과도하게 확대해석하거나 처벌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까지도 처벌가능하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처벌 공백을 과장하는 폐지 반대론이나, 여전히 처벌할 수 있다는 열린우리당의 대응은, 모두 국가보안법 폐지의 근본 취지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취지는, “처벌해서는 안 되는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의 범위를 좁히는 것”에 있다. 즉 그 동안 이 법이 독재정권의 정권유지를 위해 사상·양심의 자유를 억압하고 제한하면서 처벌을 남용해왔으나, 이제 국가 안보상 꼭 필요한 경우 –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 – 에만 처벌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래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던 일은 물론 국가안전 위험이 없음에도 처벌받아온 행위들은 ‘처벌 공백’이 아니라 ‘처벌 불가’의 영역으로 놓아 두어야 하는 것이며, 어떠한 행위를 처벌할지 여부는 안보 형법의 기본 원칙 – 국가안전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란 기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나. ‘국가 안보’의 영역이 아닌 것을 무분별하게 끌어대는 문제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관계되는 ‘안보’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따라서 형사법상으로 매우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여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 형법은 국가 안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특히 위헌적이고 남용의 우려가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런 국가보안법식의 처벌은 매우 제한된 범위에 머물러야 한다. 따라서 국가안보와는 관련이 없는 행위를 국가보안법이나 형법 중 내란·외환죄로 처벌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컨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북한 주민과 맘대로 만나는 일은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이하 ‘교류협력법’으로 약칭)로 규제․처벌하고, 헌법에 반하는 정당 활동을 한다면 위헌정당 해산시켜 그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방식이 되어야 하며, 나머지 집회및시위등에관한법률, 도로교통법, 경범죄처벌법 등이 적용 가능한 경우는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폐지 반대론자들과 같이 이러한 경우도 모두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식의「처벌 공백론」으로 국민들 속에 위기의식을 조장하거나,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모두 형법상 내란․외환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식의 대응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여러 가정적 사례들의 비현실성

국가보안법 폐지반대론자들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서울이 독립공화국을 선언하거나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고, 김일성을 추모하는 등 북한을 찬양하거나, 북한노동당에 가입하거나 북한군의 침투를 알고 신고하지 않는 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는 현실사회에 적용할 법률의 존폐문제인 만큼, 현실에 기초하여 논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혀 현실성이 없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 국가보안법 폐지반대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남한은 북한에 비해 7배가 넘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에 의한 선제 공격의 위험이 거의 없다고 분석하는 상황에서, 막연한 안보불안감을 조성하고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안보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의 비판적 활동 일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구체적 대안 마련이기 때문이다.

2. 처벌공백 주장에 대한 구체적 반론

가. 서울시 등 지자체가 평화적 방법으로 정부를 참칭하여 독립공화국 선언을 하는 경우

우리 헌법은 영토 범위에 관한 명문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와 일부 주민을 따로 떼어내어 별도의 국가를 구성하는 것은 현행 헌법을 폐기하고 헌법 제정에 준하는 개정 절차가 필요하며, 광범위한 국민적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국회 또는 대통령에 의해 발의하고, 국민투표를 거쳐 전국민적 동의를 거친다면 이는 적법한 것이다. 이러한 절차 없이 공화국을 선포하는 것은 위헌․무효다.  

나. 일본인이 한국에서 국가기밀 빼내다 적발되는 경우

형법 제2조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한다”라고 규정하여 외국인에게도 형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형법 제2조), 일본인의 간첩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

또한 적국이 아닌 외국(중립국 또는 우방국가)을 위하여 간첩한 경우라면, 오히려 현행 형법이나 국가보안법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위하여 간첩”한 경우로 변경한 열린우리당 개정안이나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하거나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여 간첩한 자”로 민변․민주법연이 수정 제안한 안에 의해서는 처벌가능하다.  

다. 허가받지 않고 북한에 들어가 노동당 행사에 참가한 경우

노동당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는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가 아니며, 실제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행사 참여를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는 단지 정해진 남북교류 절차를 위반한 것이므로, 안보 형법이 아니라 교류협력법 제9조, 제27조를 적용하면 된다.  

이에 대해 폐지 반대론자들은 우선 “남북교류협력법에 의해 실제로 사법 처리된 사례는 극히 드물어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적용 사례가 적었던 것은 그 동안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가 우선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남북교류에 관해서는 당연히 교류협력법이 적용될 것이므로, ‘처벌 공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폐지 반대론자들은 나아가 “남한 사람들이 북한의 정치행사에 참석하여 북한 측 인사들과 남한정부를 폭력으로 전복시키기 위하여 모의하였다는 사실은 입증되지 않는 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보다 제대로 수사를 하여 증거를 확보해야만 하는 문제이고, 행사에 참여하여 어떠한 내란 행위 공모 사실도 입증되지 않으면, 증거재판주의 등 형사소송 원리에 따라 당연히 처벌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를 문제시 할 수는 없다.

라. 북한 공작원이 국내에서 간첩행위를 하는 경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개정안 제98조는 간첩죄의 상대를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라고 한정하고 있어, 복합적 지위에 있는 북한의 경우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모순을 입법적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북한을 ‘내란목적단체’로 해석토록 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의 이익에 반하여 간첩한 자”라는 규정을 통해 북한 공작원 등을 처벌하도록 개정․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마. 북한 공작원과 금품수수 또는 은신처 제공행위를 하는 경우

종래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 중 하나가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이유로 그 주민들과의 교류․왕래를 모두 처벌해 왔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히 금강산 관광이나 학술교류․친척 왕래 등비용이나 의례적인 명목의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는, 현행 국가보안법에 의하더라도 처벌되어서는 안 되는 행위이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더라도, ⅰ) 북한 주민과의 교류․왕래의 특수한 성격을 무시하고 교류협력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교류협력법 제9조, 제27조 위반으로, ⅱ) 본범인 북한 공작원을 간첩․내란 행위 등으로 처벌하는 경우 그 행위 자체를 돕기 위한 금품 수수나 은신처 제공은 그 방조죄나 범인 은닉죄로 처벌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바.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 노동당에 가입하는 경우

위에서 본 “북한 노동당이 개정안의 「내란 목적 단체」에 해당하는지” 문제, 그리고 실제 북한 노동당에 남한 주민이 가입할 수 있는지를 별론으로 하면, 북한의 정당은 미국의 공화당․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나라 밖의 정당에 해당한다. 이는 우리 정당법상 정당이 아니므로 단순한 단체 가입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 가입만으로 처벌을 논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남북간의 특수관계로 인해 그 교류․왕래에는 일정한 절차가 요구되는 바, 이를 위반하여 북한 주민과 접촉하고 정당 가입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교류협력법 제9조, 제27조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 북한 공작원이 국내에서 내국인을 접촉하는 경우

북한 주민이 남한에 오는 경우를 무조건 안보에 위험이 되는 행위로 처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허가 없이 남한에 왕래하는 것에 대해서, 교류협력법 제9조(남․북한 왕래) 제1항, 제27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있고, 출입국관리법 제12조(입국심사) 제1항 위반으로 규율할 수 있다.

다만 북한 ‘공작원’이 남한에 와서 내국인을 접촉하여 국헌 문란의 폭동을 조직하거나 그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할 때에는, 그 구체적인 행위의 내용에 따라 내란죄의 각 항목들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북한군 침투를 목격하고도 신고 안하는 경우

설사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북한군의 침투를 미리 확인 하여 대응조치를 하지 못한 해당 군대를 문제 삼을 것이지 우연한 목격자인 민간인을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종래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가 형사 법규 중 유일하게(살인․내란․외환죄에도 불고지죄는 없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실제로는, 과거 간첩사건에서 주변 친척들이나 친구․직원들을 줄줄이 입건하는데 남용되어 ⅰ) 인륜 도덕을 파괴하고, ⅱ) 전 국민을 잠재적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만들 가능성이 상존하였으며, ⅲ)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해 왔다.  

자.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공산당을 창당하는 경우

사상·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따라 폭력적 방법에 의한 체제 전복을 시도하지 않는 이상, 단체 구성만으로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한 단체의 존폐여부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검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상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경우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해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두고 처벌공백이 있다고 하여서는 안 된다.

차. 집회에서 인공기를 흔드는 행위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의도가 없는 행위는 국가보안법에 의하더라도 처벌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인공기를 흔드는 행위에 대한 가치 판단이나 호불호를 떠나서, 그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다.

카. 김일성 주체사상 연구 강좌를 개설하는 경우

국가안보상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되는 순수학술 연구를 위한 북한관련 연구소라면 현재도 있고, 국가보안법으로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 정치․사상적 자유 자체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 맡겨 자유롭게 경쟁하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기 때문이다.

타. 친구와 만나 주체사상 지지 발언을 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자유 민주주의 헌법체제에서 개인 간의 토론은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그로 인해 폭동을 유발시켜 내란을 준비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사상․이념․표현의 자유 혹은 사생활의 영역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는 본디 처벌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다.

파. 김일성 일대기를 인터넷에 유포하는 경우

자유 민주주의 체제라면 당연히 사상․이념․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하며, 분단 상황 자체가 이러한 자유의 본질적 침해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명백․현존하는 위험” 원칙을 적용하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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